자주 하는 질문
- 일러두고픈 말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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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2015년 이래 진행한 길고 짧은 인터뷰를 꼼꼼히 정리한 뒤 다시 무작위로 늘어놓은 「자주 하는 질문」을 통해 회사 또는 운영자에 관한 궁금증이 모쪼록 해소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단, 질문의 시기에 따라 현재와 다른 사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편, 질문의 어조에 따라 언급한 인물에 대한 존칭을 생략하기도 했습니다. 「자주 하는 질문」을 섭렵한 뒤에도 궁금증이 도무지 해소되지 않는다면 support@minguhongmfg.com 앞으로 소상히 말씀해주세요.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인정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단, 답장은 이메일 대신 언젠가 「자주 하는 질문」에서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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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구홍 님 작업을 보면 공간을 선형적으로 인식하는듯 보이기도 합니다. 유저와 인터페이스를 통해 끝없이 한 방향으로 이어지는 그런 공간이요. 공간을 어떻게 이해하고 정의하는지 궁금합니다.
이 질문에는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제품 두 가지로 대신 답변하면 어떨까요? 「둘 가운데 하나」(One of the Two) 또는 「무엇이든 아무것도」(Anything, Nothing). 첫 번째 제품은 끝없이 사용자에게 두 선택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기를 요구하는 한편, 두 번째 제품은 클릭, 터치, 키보드 타자, 스크롤 등 사용자와 웹 브라우저 사이의 인터랙션을 무엇이든 감지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경고합니다. 심지어 웹 브라우저의 주 화면을 마주하며 그저 가만히 있는 것까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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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으로서 발행하는 온라인 문서도 종이책처럼 출판물처럼 대해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재미있습니다. e-pub이 다양한 인터페이스 기능을 제공하기에 다양한 링크 기능을 사용하듯이, 원한다면 수정된 것을 추적할 수 있게 하거나, 열린 문서일 경우에는 특정 기호, 닫힌 문서일 경우 다른 기호를 쓰면서요. 이러한 웹 출판물을 개발해보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열린 문서’와 ‘닫힌 문서’라는 개념이 재미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웹사이트를 표기하는 데 어울릴 만한 기호를 고안해볼 필요도 있겠네요. 앞서 말씀드린 세 꼭짓점 가운데 적어도 하나만 충족시킨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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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안그라픽스를 거쳐 2016년부터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겸 워크룸에 기생하고 있습니다. 워크룸에 기생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자율성은 얼마나 보장되나요?
‘기생’은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주요한 생존 전략입니다. 회사를 설립한 2015년 무렵에는 생산자들이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독립 스튜디오를 꾸리는 게 유행 아닌 유행이었어요. 저도 그 유행에 편승하고 싶었지만, 자본과 용기가 부족한 탓에 결국 제가 일하던 안그라픽스에 기생하기로 했죠. 그 덕에 숙주에게 노동력과 얼마간의 즐거움을 제공하면, 숙주의 동산과 부동산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워크룸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워크룸은 영리를 추구하는 회사지만, 이름처럼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는 생산자들이 모인 ‘작업실’이기도 해요. 소정 근로 시간(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에 맡은 업무만 무리 없이 수행하면 워크룸에서는 전시, 강연, 기고 등 외부 활동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편이에요. 특히 편집자 김뉘연 씨는 워크룸의 전 디자이너 전용완 씨와 미술가로 활동하며 출판사 ‘외밀’을 운영하고, 디자이너 유현선 씨는 ‘파일드(Filed)’의 일원이기도 해요. 구성원들이 회사에 멍에를 지지 않고, 후회나 미련 없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아슬아슬한 환경이 역설적으로 워크룸의 에너지가 됩니다. 게다가 출판, 기획, 편집, 디자인, 웹사이트 구축, 소프트웨어 제작, 교육 등을 한데 수행하는 스튜디오가 드문 만큼 적지 않은 자극이 되고요. 2020년에는 이름을 밝힐 수 없는 회사 두 곳에서 파격적인 조건으로 민구홍 매뉴팩처링 인수를 제의받았는데, 고민 끝에 결국 워크룸에 남은 건 이런 환경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었어요. 지갑은 지금보다 훨씬 두둑해졌겠지만, 행복의 총량을 따져보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도 하고요. 혹시 민구홍 매뉴팩처링 인수에 관심 있는 분은 참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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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구홍 매뉴팩처링의 운영자 민구홍 씨는 워크룸 편집자(디자이너, 프로그래머)에서 AG 랩 디렉터가 됐다. 덩달아 민구홍 매뉴팩처링에도 달라지는 점이 있을까?
없다. 그리고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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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이 글자를 좋아하거든요.” 한 만년필 애호가의 말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하긴 한글날이면 여기저기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나눔 전용 글자체는 다른 나라에서 보기 드문 흐름이긴 합니다. 혹시 여러분의 나라는 어떤가요? ‘우리가 (또는 내가) 글자를 즐기는구나.’라고 생각하신 적이 있다면 가볍게 소개해주시겠어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겸 출판사에서 편집자로도 일하는 만큼 글자에 예민하고, 저보다 훨씬 더 예민한 동료들과 평일 대부분을 보냅니다. 며칠 전에는 “잘못된 띄어쓰기와 적절하지 않은 글자 사이 값 가운데 무엇이 콘텐츠에 더 치명적인가?”라는 주제로 가벼운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어요. 거칠게 말해 띄어쓰기는 콘텐츠의 구조와 체계, 글자 사이 값은 콘텐츠의 시각적 아름다움에 관한 문제죠. 결론은 입장이나 업무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스노비즘일 수도 있겠지만, 글자를 다룰수록 이렇듯 글자뿐 아니라 글자를 둘러싼 세세한 부분에서 즐길 거리가 눈에 띕니다. 국적보다는 순전히 개인의 취향 때문일 텐데, 이는 제가 미국인이나 일본인이었어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하지만 오로지 글자만 즐기는 것도 별로 건강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주말에는 운동을 하거나 TV를 많이 봅니다. 낮잠을 자기도 하고요. 그렇지 않으면 글자에 대한 흥미가 금방 줄어들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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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 아트가 뉴 미디어 아트, 인터랙티브 아트 같은 현대 미술의 흐름과도 이어지는 것 같은데요?
적확한 지적입니다. 이제는 그런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죠. 예컨대 로이 애스콧(Roy Ascott)이 주창한 ‘텔레마틱 아트’(Telematic Art)나 제프리 쇼(Jeffrey Shaw)의 인터랙티브 설치 작품은 넷 아트가 추구한 가치와 포개지며 기술과 예술의 결합, 관객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라파엘 로자노헤머(Rafael Lozano-Hemmer)의 「벡터 고도」(Vectorial Elevation)에서 관객은 웹사이트를 통해 도시의 조명을 제어할 수 있었고, 애런 코블린(Aaron Koblin)의 「조니 캐시 프로젝트」(The Johnny Cash Project)는 웹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뮤직비디오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했죠.
넷 아트는 웹사이트를 정보의 저장고를 넘어 예술가의 상상력을 담는 그릇이자 관객과 소통하는 인터페이스, 나아가 새로운 미학적 경험을 만들어내는 공간으로 다시 정의했습니다. 동시에 디지털 시대의 아방가르드로서 우리에게 웹사이트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했죠. 벤야민이 말했듯 기술적 복제 시대의 예술 작품은 그 본질을 바꿉니다. 넷 아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복제와 변형, 참여가 작품의 본질이 되는 새로운 예술 형식을 만들어냈고요. 이는 그 자체로 우리에게 디지털 시대의 예술, 나아가 우리의 존재 방식에 관해 곱씹어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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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의 미래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가 생각하는 종이책의 귀중한 유산은 종이 위, 즉 제한된 평면에서 콘텐츠를 정리하고 소개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에는 필사가, 편집자, 인쇄인, 디자이너, 인지과학자 등 수많은 전문가의 성공과 실패가 쌓여 있다. 그 덕에 우리는 콘텐츠와 눈 사이에 따른 적절한 글자 크기를, 그에 따른 적절한 글줄 길이를, 그에 따른 적절한 글줄 수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이 점을 생각하면 웹사이트뿐 아니라 콘텐츠가 자리한 수많은 매체에서 이 방식이 재현되거나 활용되는 건 전혀 이상하지 않다. 누군가에게 종이 책의 죽음은 당연한 미래일지 모르지만, 종이 책에서 비롯한 이 방식만큼은 변함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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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선 사례는 콘텐츠와 기술이 온라인 전시를 기획할 때 참고할 만하겠다. 그 밖에 프로젝트에서 웹사이트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사례를 소개한다면?
웹사이트의 아름다움은 실용적으로 작동할 때 배가된다. 예컨대 웹사이트가 처음부터 프로젝트를 이끄는 경우다. 워크룸에서 패션 브랜드 디스이즈네버댓(thisisneverthat)과 작업한 ‹디스이즈네버디스이즈네버댓›(thisisneverthisisneverthat, 2020)은 사실 처음에는 예정에 없었다. 웹사이트는 단행본에 실을 3,000여 가지 항목의 정보를 정리하는 도구였다. 이미지를 포함해 제품명, 제품 코드, 종류, 색, 재질 등 여러 정보를 정리하기에 엑셀이나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사용하면 데이터를 재가공하는 데 불편함이 따랐다. 처음에는 프런트엔드가 없는, 데이터베이스만을 관리하는 헤드리스(headless) CMS 같은 형태였는데, 데이터베이스가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식 웹사이트로 확장됐다. 이와 같이 웹사이트가 전통적인 인쇄물의 역할만 수행한다면, 이는 웹사이트가 지닌 수많은 가능성을 포기하는 꼴이다.

민구홍 매뉴팩처링, ‹디스이즈네버디스이즈네버댓›, 2020, 웹사이트. 사진 제공: 작가 이번 ‹타이포잔치 2021› 작업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도록에 실릴 콘텐츠 또한 일차적으로 작업 도구로 구축된 웹사이트상에서 편집됐다.

민구홍 매뉴팩처링, ‹타이포잔치 2021 예고›, 2021, 웹사이트. 사진 제공: 작가 
민구홍 매뉴팩처링, 워크룸, ‹타이포잔치 2021›, 2021, 웹사이트. 사진 제공: 작가 김익현, 박가희, 이미지가 기획한 «우리는 바다에서 왔다»(2021)에서는 ‘오가사와라 키트’로 부르는 와이파이 공유기를 활용했다. 우선 참여자의 이름, 거주 지역,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등을 취합해 분석하는 모객용 웹사이트를 만들고, 국내 신청자에게는 특정 링크를, 해외 신청자에게는 ‘오가사와라 키트’를 발송했다. 공항이나 스타벅스에서 인터넷에 연결하는 경험에서 착안해 본 웹사이트는 오가사와라 키트를 통해서만 접속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웹사이트 이전에 인터넷에 접속하는 행위 자체를 다뤄보려 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 «우리는 바다에서 왔다», 2021, 웹사이트. 사진 제공: 작가 -
런던 골드스미스 대학교에서 순수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입니다. 제가 왜 이 이메일을 쓰고 있는지 분명하지 않지만, 학생 신분으로 사무실에 방문할 수 있을까요? 이번 여름 한국에 돌아가 (물론 자가 격리를 마친 뒤) 견학해보고 싶습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워크룸’이라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겸 출판사에 기생하고 있습니다. 견학에 관해서는 먼저 워크룸 구성원 분들에게 여쭤봐야겠지만, 무리가 없다면 가능할 듯합니다. 그런데 회사라는 게 그렇듯 실제로는 별것 없을지도 몰라요. 중요한 건 회사에 기생하는 회사라는 국면 아닐까요? 어쨌든 한국에 오신다면 (그런데 오직 견학 때문은 아니겠죠?) 편하게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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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오프라인의 2차원 이미지를 재현하는 건 익숙한 일이다. 그렇다면 조각 등 설치물 같은 건 어떨까? 온라인 전시에서도 작품의 물성을 구현할 수 있을까? 구현할 수 있다면 어떤 방식이 적절할까?
언젠가 한 출판사 관계자와 웹사이트 개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비슷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이참에 웹사이트에서 책의 물성을 구현해보고 싶은데… 가능하겠죠?” 그는 순진한 표정으로, 특히 ‘물성’에 힘을 보태 말했다. 이는 책에서 유튜브 영상을 재생하고 싶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웹에서는 Z축상에 레이어가 아무리 쌓이더라도 두께는 0픽셀이다. 웹상의 물성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바는 이뿐이다. 오랜 고민 끝에 출판사 관계자에게는 결국 구글이나 네이버 본사에 문의해보시는 게 좋겠다고 정중히 말씀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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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하는 질문’보다는 ‘자주 묻는 질문’이 조금 더 세련된 어휘 아닐까요?

‘자주 묻는 질문’에 관해 고민해보지 않은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질문’에는 이미 ‘묻다.’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으므로 중복된 표현이라 판단했습니다. 조금 더 나은 어휘가 있다면 제안해주세요. 지금까지 사용해온 제목을 모두 다시 편집할 각오가 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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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벳 대문자 O 셋, 하이픈(-) 하나로 이뤄진 ‘OOO-’에서 무엇이 떠오르는가?
몇 년 전 오사카 도톤보리에서 아내와 함께 먹은 삼색 당고. 내가 먹은 건 잘 쑨 팥소가 들어 있었다. 충동적으로 떠난 여행의 피로와 긴장이 해소되는 맛이었다. 아내가 먹은 나머지 두 개는 과연 어떤 맛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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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세계가 있었다니 제 즐겨찾기 목록을 다시 편집해야겠어요. 그렇다면 무엇이 넷 아트를 넷 아트로 만드는 걸까요?
넷 아트처럼 웹사이트를 새로운 문학적, 예술적 매체로 바라보는 시각과 실천은 ‘하이퍼텍스트’(Hypertext)라는 개념과 밀접합니다. 1965년 테드 넬슨(Ted Nelson)이 처음 제안한 이 개념은 25년여 뒤 웹이 등장하면서 비로소 잠재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죠. 요컨대 하이퍼텍스트는 선형적 구조를 탈피한 텍스트입니다. 독자는 작가가 정해둔 순서대로 작품을 읽는 게 아니라 하이퍼링크를 통해 자유롭게 텍스트 사이를 이동합니다. 보르헤스의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El jardín de senderos que se bifurcan)처럼 무한히 분기하는 이야기의 구조가 현실화한 셈이죠. 한 가지 특별한 차이점이 있다면 사용자가 마주한 길이 두 갈래가 아니라 그 이상이라는 사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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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다. 누군가는 2020년을 코로나 원년으로 삼기도 한다. 2020년 4월 11일 오전 11시에 열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 대응 정례 브리핑에서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거듭 말하지만 코로나 발생 이전의 세상은 이제 다시 오지 않는다.” 권 부본부장의 어조는 전날 브리핑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2016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전해진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이 세상을 떠났다는 보도 이후 근래에 접한 발언 가운데 가장 충격적이었다. 권 부본부장의 발표 이후 어느덧 3개월여가 지났다. 그 사이 변화한 현실을 어떻게 체감하는가?
가장 직접적인 것은 추가 소비가 늘고 신체에 변화가 생겼다는 점이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다 보니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보다는 택시를 이용하게 됐고, 매주 일요일에 마스크를 구입한다. 비말이나 공기를 통한 감염을 방지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가 무증상 감염자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 집 밖에 있을 때는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항상 마스크를 착용한다. 그러다 보니 머리와 귀가 만나는 부분에 마스크 밴드의 너비만큼 골이 패였고, 특히 어릴 때 야구를 하다 다쳐서 수술한 오른쪽 귀 뒤쪽에 이따금 가벼운 통증을 느낀다. 앞으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 얼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부분만 뙤약볕에 그을릴 게 뻔한데, 이를 어떻게 대비할지 고민하고 있다. 게다가 몸무게가 점점 줄고 있다. 손을 자주 씻으면서 전보다 더 몸을 움직이기 때문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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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선보인 대안공간 루프의 웹사이트가 인상적이다.

일반적으로 갤러리 웹사이트는 콘텐츠와 구조 덕에 메타적인 전시의 형식을 띨 수밖에 없다. 대안공간 루프 웹사이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웹사이트의 요소는 루프의 영문명(Loop)을 암시하는 동시에 여러 페이지를 오갈 수 있는 내비게이션으로 기능한다. 접속할 때마다 무작위로 바뀌는 두 번째 ‘O’는 과거 전시와 연결되는데, 방문객뿐 아니라 루프의 구성원에게 그동안 루프에 쌓인 시간을 되새기려는 의도였다. 한편,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웹사이트 제작으로 루프에 후원했다. 한국 대안 공간의 효시인 루프의 활동을 그렇게나마 응원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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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견지하는 모토가 있다면?
보안관님, 피트 마텔 씬데요, 음, 전화 돌려드릴게요. 빨간색 의자 옆 테이블에 놓인 전화기로요. 벽에 붙은 빨간색 의자요. 테이블 위엔 램프가 있고요. 그 왜, 전에 우리가 저쪽 구석에서 옮긴 램프 있잖아요. 전화기는 갈색 말고, 검은색이요!
1990년대를 풍미한 미국 드라마 「트윈 픽스」(Twin Peaks)의 등장인물 루시 모런(Lucy Moran)의 역사적인 첫 대사다. 이는 「새로운 질서」의 모토이기도 하다. 보안관 사무실에서 비서로 일하는 루시가 보안관에게 전화를 돌려주는 모습에서 드러나는 것은 어떤 대상(여기서는 전화기)에 대한 편집증적인 집중이다. 내게 그 대상은 이따금 아무리 우스꽝스러워 보일지라도 무엇보다 나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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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현대인을 위한 교양 강좌’를 표방하는 ‹새로운 질서›를 진행한다. 개설될 때마다 신청이 마감되는 이 강좌의 정체는 무엇인가.
‹새로운 질서›는 2016년 크리스마스 이튿날 워크룸에서 열린 비공개 웹 세미나에서 시작됐다. 시적 연산 학교를 마치고 뉴욕에서 막 돌아온 참이었는데, ‘현대인을 위한 교양’으로서 웹 기술을 익혀두면 워크룸 구성원들이 일하는 데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에서였다. 그 뒤 여러 특강과 워크숍,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강의 등을 통해 조금씩 커리큘럼이 다듬어져 지금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200여 명의 ‘‹새로운 질서› 친구들’과 추억을 쌓았고, 이들 가운데는 국립현대미술관의 «프로젝트 해시태그»(Project Hashtag, 2020–) 사업에 선정돼 느닷없이 미술계로 편입되기도 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 ‹새로운 질서›, 웹사이트. 웹사이트 제목인 ‘새로운 질서’는 1초마다 낱자별로 새로운 질서를 부여받는다. 사진 제공: 작가
‹새로운 질서›에서는 기술로서 디자인을 다루기도 하지만, 웹 디자인 강좌가 아니다. 오히려 ‘실용적이고 개념적인 글쓰기’ 강좌에 가깝다. ‹새로운 질서› 친구들은 자신의 관심사(자신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등)를 토대로 자신만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HTML, CSS, 자바스크립트 같은 컴퓨터 언어를 익혀 콘텐츠에 단계별로 새로운 질서를 부여해본다. 기술을 다루므로 실패에 익숙해지고, 자신의 한계를 파악해 욕망을 발산할 우회 전략을 고민해보기도 한다. 글쓰기의 결과물은 결국 웹사이트지만, 사실 더욱 가치 있는 건 그 과정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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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궁금한 점이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기회가 있다면 또 다른 자리를 마련해보면 좋겠다. ‹새로운 질서›에서 이야기하는 일부 내용을 간추렸을 뿐이지만, 오늘 이야기가 미술 및 디자인계의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 단, 내 말을 맹신하는 건 금물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그래픽 디자이너 밥 길도 말하지 않았던가. 규칙을 파악한 뒤에는 잊어버려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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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질문이 있습니다.
support@minguhongmfg.com 앞으로 관련 내용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신속한 답변은 장담할 수 없지만, 『민구홍 매뉴팩처링 이메일 응대 지침』에 따라 성심성의껏 임하겠습니다. 물론 위급한 상황이라면 회사가 기생하는 워크룸으로 직접 오셔도 괜찮습니다. 단, 회사와 숙주 모두 간판을 내걸지 않은 탓에 거리에서 멋쩍게 얼마간 서성일 각오를 하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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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디자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일곱 살 무렵이던 1991년에 처음 컴퓨터를 접했어요. 매킨토시 LC였는데, 지금 봐도 정말 근사하죠.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컴퓨터를 향한 환상 같은 게 생긴 것 같아요. 열한 살 무렵에는 무료 호스팅 서비스인 야후! 지오시티(Yahoo! Geocities)에 첫 번째 웹사이트를 만들었어요. 사랑하는 친구를 위해서였죠. 어떻게 하면 그를 행복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글을 쓰고, 이미지를 만들고, MIDI 음악까지 만들어보면서 콘텐츠와 기술의 관계를 어렴풋하게나마 인식한 것 같아요. 하지만 ‘닷컴 버블’이 꺼져가던 2009년, 야후!에서 느닷없이 지오시티 문을 닫으면서 그 웹사이트는 이제 제 꿈속에만 있습니다. 백업이란 게 뭔지도 모르던 때였으니까요. ‘웹 디자인’이라는 말로 한정하기는 어렵지만, 그 뒤로 누군가를 위해 HTML(HyperText Markup Language), CSS(Cascading Style Sheets), 자바스크립트(JavaScript) 같은 컴퓨터 언어를 이용해 뭔가 만들어내는 일은 제 오랜 즐거움이 됐어요. 그건 결국 저를 위한 일이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