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은 2025년 11월 12일부터 16일까지 1분마다 새로운 문장을 꿈꾸는가

미국의 SF 소설가 필립 K. 딕(Philip K. Dick)은 1968년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Do Androids Dream of Electric Sheep?)을 발표했다. 작품은 인간보다 지능은 뛰어나지만 감정이 결여된 안드로이드와 그들을 추적하는 현상금 사냥꾼 릭 데커드(Rick Deckard)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성을 가르는 기준을 묻는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인공지능은 2025년 11월 12일부터 16일까지 1분마다 새로운 문장을 꿈꾸는가」(Do AIs Dream of a New Sentence Every Minute, from November 12 to 16, 2025?)는 이 물음을 다른 방식으로 변주한 오마주다. 『디자인 코리아 2025』 기간 동안 인공지능은 웹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1분마다 새로운 문장을 생성한다. 문장들은 전시장 한쪽 벽면 전체에 투사돼 관람객의 시야를 채우고, 각 문장은 분 단위의 시간을 기록하며 언어가 곧 시계가 되는 구조를 드러낸다.

관객은 시침, 분침, 초침 대신 오직 텍스트로 시간을 경험한다. 1분마다 등장하는 새로운 문장은 시계처럼 규칙적인 동시에 인공지능의 알고리즘에 따라 매번 낯선 방향으로 전개된다. 관객은 작품 앞에서 몇 분 동안 머물며 문장이 쌓여가는 과정을 체험하거나 특정 순간에 등장한 문장을 포착할 수 있다. 그렇게 전시 공간은 거대한 텍스트 아카이브이자 시간의 풍경으로 변모한다.

작품은 웹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구현된다. 서버는 인공지능에게 1분마다 문장을 요청하고, 웹 브라우저는 이를 실시간으로 화면에 출력한다. 전시장에서는 웹 애플리케이션이 대형 프로젝터를 통해 투사돼 모든 관람객이 동일한 순간의 문장을 목격하게 된다. 생성된 모든 문장은 서버에 기록돼 전시가 끝난 뒤에도 온라인에서 열람할 수 있다. 작품의 단순하지만 지속적인 구조는 ‘인공지능이 과연 꿈을 꿀 수 있는가?’라는 오래된 물음을 ‘인공지능이 시간을 꿈꿀 수 있는가?’라는 새로운 질문으로 전환한다. 언어, 기계, 시간, 인간성의 관계는 관객 앞에서 다시 열리고, 관객은 그 속에서 인간과 기계가 공유하는 감각의 가능성을 마주한다.

한편, 작품은 『디자인 코리아 2025』의 주제인 ‘디자인이 그리는 새로운 질서들’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도 한다. 인공지능이 1분마다 언어를 통해 시간을 기록하는 방식은 기계가 새로운 질서를 그려내는 가장 직접적인 사례라 할 만하다. 언어는 시계가 되고, 문장은 질서를 대신한다. 작품에서 디자인은 형태나 조형을 넘어 시간과 인간성의 경계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는 과정으로 확장된다.

사진: 김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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