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하는 질문

일러두고픈 말이 있다면?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2015년 이래 진행한 길고 짧은 인터뷰를 꼼꼼히 정리한 뒤 다시 무작위로 늘어놓은 「자주 하는 질문」을 통해 회사 또는 운영자에 관한 궁금증이 모쪼록 해소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단, 질문의 시기에 따라 현재와 다른 사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편, 질문의 어조에 따라 언급한 인물에 대한 존칭을 생략하기도 했습니다. 「자주 하는 질문」을 섭렵한 뒤에도 궁금증이 도무지 해소되지 않는다면 [email protected] 앞으로 소상히 말씀해주세요.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인정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단, 답장은 이메일 대신 언젠가 「자주 하는 질문」에서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이라 이름을 지은 이유도 궁금합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을 설립한 게 2015년이었어요. 캐나다의 미술가 J. R. 카펜터(J. R. Carpenter)가 ‘핸드메이드 웹’(Handmade Web)을 주창한 해이기도 하죠. 디자인계에서 ‘소규모’라는 접두어가 붙은 스튜디오들이 등장하던 시절이었고, 저도 덩달아 뭔가 해보고 싶었어요. 다만, 많은 스튜디오가 소규모를 지향하는 만큼 반대로 큰 회사처럼 보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제 이름을 내세우는 건 어딘가 부끄럽고 겸연쩍은 일이었고, 동시에 이름에 지나치게 공을 들인 것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죠. 고민 끝에 제 이름 뒤에 ‘매뉴팩처링’을 붙이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저와 거리가 적당히 생기고, 무엇보다 그럴듯한 회사처럼 보였거든요. ‘매뉴팩처링’(manufacturing)은 본디 ‘원재료를 인력이나 기계력 등으로 가공해 대량으로 생산하는 일’을 뜻합니다. 야구에서는 ‘도루, 진루타, 희생타 등 안타가 아닌 방법으로, 어떤 식으로든 득점하는 기술’을 뜻하기도 하죠. ‘매뉴팩처링’이 품은 두 가지 뜻이 회사와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온라인 전시에서 작품을 드러내는 방식은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미래학자가 아니므로 단언할 수는 없지만, 작품을 드러내는 방식이 지금과 아주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아무리 신기한 효과를 부려도 결국 모니터 화면에 주사된 납작한 이미지일 뿐이다.

온라인 전시에서는 작품의 메타데이터(metadata)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작품과 함께 관련 작품, 전시, 글, 이미지, 영상 등을 정교하게 엮는 방식인데, 작품보다는 작품 주변부가 확장하는 셈이다. 전시, 도록 등이 한데 합쳐진 결과라 볼 수 있다. 관람객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아트시(Artsy)

한데, 기술과 그 한계에 주목하면 재미있는 방식도 가능하다. HTML에서 이미지를 담당하는 태그에는 대체 텍스트(alternative text) 속성이 마련돼 있다. 이미지를 제대로 표시할 수 없는 상황을 대비한 기능인데, 이를 통해 시각 장애인은 스크린리더(screen reader)상에서 이미지를 파악할 수 있다. 대체 텍스트에서는 누보로망(Nouveau roman)처럼 최대한 작품을 객관적으로 묘사해야 한다. 밀레의 ‹만종›(L’Angélus, 1857–1859)은 ‘들판에 고개 숙인 두 남녀가 있고, 그들은 누군가를 추모하는 듯하다.’ 등으로, 온 가와라의 ‹오늘›(Today, 1966–2014)은 “중앙에 1985년 3월 5일이라 쓰여진 검은색 사각형.” 등으로 묘사해야 한다. 한편, 대체 텍스트만을 활용하면 이미지가 없는 빈 갤러리,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콘텐츠가 충만한 갤러리 웹사이트가 만들어질 수 있다. 스크린리더로 접속하면 컴퓨터가 이미지를 소리로 묘사해줄 것이다.

대체 텍스트 갤러리. 이미지는 없지만 스크린리더로 웹사이트를 열람하는 시각 장애인에게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사진 제공: 작가

늘 견지하는 모토가 있다면?

보안관님, 피트 마텔 씬데요, 음, 전화 돌려드릴게요. 빨간색 의자 옆 테이블에 놓인 전화기로요. 벽에 붙은 빨간색 의자요. 테이블 위엔 램프가 있고요. 그 왜, 전에 우리가 저쪽 구석에서 옮긴 램프 있잖아요. 전화기는 갈색 말고, 검은색이요!

1990년대를 풍미한 미국 드라마 「트윈 픽스」(Twin Peaks)의 등장인물 루시 모런(Lucy Moran)의 역사적인 첫 대사다. 이는 「새로운 질서」의 모토이기도 하다. 보안관 사무실에서 비서로 일하는 루시가 보안관에게 전화를 돌려주는 모습에서 드러나는 것은 어떤 대상(여기서는 전화기)에 대한 편집증적인 집중이다. 내게 그 대상은 이따금 아무리 우스꽝스러워 보일지라도 무엇보다 나 자신이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어떤 대상에 기생할수밖에 없는 운명이라 공공연히 밝혀왔다. 운명을 거스를 생각은 추호도 없는가? 숙주를 옮길 계획은?

2016년부터 2021년 현재까지 기생하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겸 출판사 워크룸은 민구홍 매뉴팩처링에 최적의 숙주가 됐다. 평일 가운데 4일만 출근하고, 소정 근로 시간에 맡은 업무만 무리 없이 수행하면 출퇴근도 어느 정도 자유로운 편이다. 그 과정에서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일이 워크룸의 일이 되거나 그 반대가 되기도 하고, 처음부터 별 구분 없이 진행되기도 한다. 5년 동안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해한 결과다.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만한 숙주가 또 있을까? 최근에 부족하다고 느끼는 건 허먼 밀러 에어론 체어 또는 휴먼 스케일 프리덤과 민구홍 매뉴팩처링 간판이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하루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기생 회사다. 현재 회사의 숙주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겸 출판사 워크룸이다. 회사와 계약한 소정 근로 시간에는 숙주의 직원으로서 열심히, 그리고 되도록 즐겁게 일한다. 짬이 나면 민구홍 매뉴팩처링 일을 한다. (제품 대부분이 단순한 까닭이다.) 물론 둘 사이가 흐려질 때도 있다. 퇴근한 뒤에는 친구들을 만나거나 TV를 보거나 책을 읽곤 했다. 요즘에는 플레이 스테이션을 조금 가지고 놀다가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내일을 생각하며 잠에 빠진다.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가?

똑똑한 사람. 아무래도 내가 그렇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일 테다. 똑똑한 사람은 유머 감각이 있고, 유머 감각은 사람을 매력적으로 만든다. 즉, 가끔 생각나게 한다. 그리고 자신이 쓴 문장이 좋은 문장인지, 나쁜 문장인지 판단할 수 있는 사람. 물론 이는 똑똑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게다가 그런 사람은 대부분 자신을 사랑하고, 경험상 민구홍 매뉴팩처링에도 호의적이다. 그리고 예의바른 사람. 그런 사람만 회사의 고객으로 삼고 싶다.

웹 디자인에 심취한 계기가 있다면?

열한 살 무렵인 1995년 야후! 지오시티에 첫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사랑하는 친구를 위해서였다. 마룬색 배경에 그를 행복하게 해줄 글과 이미지 사이로 MIDI 배경음악이 흘렀다. 하지만 2009년 야후!에서 지오시티 운영을 종료하면서 이제 그 웹사이트는 내 꿈속에만 있다. 어쨌든 그 이후로, 반드시 웹사이트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HTML, CSS, 자바스크립트를 이용해 나 또는 누군가를 위해 뭔가 만드는 건 내 오랜 즐거움 가운데 하나였다. 내 기준에서 쉽고 저렴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건 20여 년 전에 만든 것과 엊그제 만든 게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웹 디자인 에이전시가 아니다.

참, 그러고 보니 ‘소개’에는 ‘어떤 대상을 주위에 알린다’는 뜻 외에도 ‘대상과 대상을 서로 연결한다’는 뜻도 있다.

알고 있다. 그만큼 ‘소개’가 문제적인 까닭이다.

서울시립대학교 학생입니다. 항상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을 하시는 것 같아요. 작업을 위한 영감은 대체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제가 마주하는 모든 대상에서 얻습니다. 다만, 그 과정은 단순히 ‘영감을 얻는다’는 말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무의식적인 차원에 있습니다.

커비 퍼거슨(Kirby Ferguson)의 『모든 것은 리믹스다』(Everything is Remix)라는 다큐멘터리가 있습니다. 제목처럼 인간의 모든 창작물은 리믹스, 즉 이미 존재하는 것을 조합한 결과물이라는 뜻이죠. 우리가 늘 손에 쥐는 아이폰이 대표적이고요. 스티브 잡스가 이야기했듯 아이폰은 이미 존재하던 MP3 플레이어, 전화기, 인터넷 단말기를 조합하고 필터링한 결과물이죠. 그렇게 이해해보면 (또는 오해해보면) 크리에이티브라는 건 결국 에디터십에서 비롯합니다. 에디터십은 이미 존재하는 것에 반응하고, 필터링하고, 연결하고, 관리하는 힘이죠. 제게 ‘크리에이티브’라는 건 그런 것 같아요.

그 다음에 필요한 건 족쇄, 즉 제약입니다. 말을 하든, 글을 쓰든, 포스터나 책, 웹사이트를 만들든 우리는 매체의 제약에 놓입니다. 거칠게 말해 제약 없이는 아무것도 시작하기 어렵죠. 설령 제약이 없다면 (또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면) 가장 먼저 제약을 창작해야 합니다. 제약을 창작하는 일이 곧 작품을 창작하는 일이라 믿는 까닭입니다. 크리에이티브의 첫 번째 대상은 제약입니다.

조셉 코수스의 대표작 「하나이면서 셋인 의자」를 본받은 「하나이면서 셋인 웹 브라우저」가 특히 재미있습니다. 「하나이면서 셋인 의자」는 실물 의자, 의자 사진, 의자에 관한 정의로 이뤄져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이면서 셋인 웹 브라우저」에서 실물 웹 브라우저는 어디에 있나요?

음… 해당 제품, 즉 「하나이면서 셋인 웹 브라우저」를 무엇으로 실행하나요?

친구에게 민구홍 매뉴팩처링 공식 웹사이트에 접속해 「회사 소개」로 연결된 파란색 링크를 응시하는 명상법을 추천받았습니다. 이제 여섯 달째인데, 효과가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 그나저나 웹사이트는 언제 업데이트되나요?

아직은 회사를 소개하는 데 집중하고 싶습니다. 회사 웹사이트의 또 다른 기능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을 설립한 동기가 궁금하다.

시작은 늘 느닷없다. 2015년 늦여름, 전시 공간 시청각의 공동 디렉터 안인용 씨에게 글을 한 편 청탁받았다. 시청각의 여러 활동 가운데 하나인 ‘시청각 문서’에 포함할 글로, 주제는 자유였다. 당시 ‘민구홍 매뉴팩처링’이라는 회사명만 마련하고, 정작 무엇을 하는 게 좋을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 그 참에 ‘회사 소개’라는 제목으로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 하지 않는 일 서른일곱 가지를 정리해 발표했고, 그때 발표한 일만큼은 지금도 하지 않는다. 느닷없었지만 안인용 씨가 아니었다면 회사는 지금까지 이름만 존재했을지 모른다. (사실 그것도 나쁘지는 않다.) 따지고 보면 안인용 씨는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대모(代母)인 셈이다. 그가 어떻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감사함을 전한다. 명절마다 찾아뵙고 싶을 지경이다.

구홍의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생각이 있으신가요?

없는 것 같아요. 뭐가 맞고 뭐가 틀리다는 생각 자체를 별로 하지 않는 편이에요. 살다 보면 조금 전까지 당연히 맞다고 생각한 게 몇 분 뒤 당연히 틀린 게 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일어나잖아요. 질문과 비슷한 제목의 영화가 2015년에 개봉했는데, 아마 그게 제가 마지막으로 본 홍상수 감독의 영화일 거예요. 제가 오직 맞다고 생각하는 건 맞음과 틀림이 없음을 맞다고 생각하는 게 틀림없어요.

올해 가장 자주 신은 스니커즈는?

thisisneverthat 박인욱 대표님께 선물 받은 뉴발란스 992. 어쩌다 보니 평소 신어온 신발보다 반 치수 큰데, 외출할 때마다 습관처럼 신다 보니 놀랍게도 신발에 맞게 발이 커지고, 키 또한 조금 자란 느낌이다. 선물이 가져다준 행복의 놀라운 힘일까? 건강 또는 미용상의 이유로 사지연장술을 고민하는 독자가 있다면 모쪼록 참고하기 바란다.

일찍이 올더스 헉슬리(Aldous Huxley)가 묘사한 ‘멋진 신세계’군요. 이참에 인터넷을 해지하는 게 좋겠어요. 소셜 미디어도 죄다 탈퇴하고요.

너무 극단적인데요? 오늘날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가 되는 건 아무래도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웹사이트의 가치는 무화하지 않습니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뉴스, 24시간 운영되는 쇼핑몰, 언제 어디서나 접속할 수 있는 은행 등 오늘날 저뿐 아니라 누구나 마주하는 이기(利器)는 모두 웹사이트 덕이니까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그저 웹사이트를 조금 더 깊이 있게 바라보는 시선 아닐까요? 요컨대 웹사이트는 새로운 표현의 장이자 새로운 언어가 될 수 있습니다. 율리시스가 세이렌의 노래를 감상하며 배를 조종했듯 디지털의 온갖 유혹에 현명하게 대처할 수만 있다면 말이죠. 이쯤에서 잠시 생각해볼까요? 오늘 하루 얼마나 많은 웹사이트를 방문했을까요? 그 경험은 무엇을 남겼을까요? 시인이 언어로 시를 쓰듯 웹사이트로 무엇을 표현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웹사이트의 또 다른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또 다른 제품 「‘좋아요’가 좋아요」입니다. 많은 사람이 깜찍한 하트 아이콘을 위시한 ‘좋아요’의 자발적 노예가 된 오늘날, ‘좋아요’를 신봉하는 이 웹사이트에서 방문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좋아요’뿐입니다. 그 앞에서 다른 기능은 불필요하죠.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졸업생입니다. 웹상에서 이뤄지는 국내외의 실천 가운데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을까요?

웹 3.0의 대표적인 화두인 NFT(Non-Fungible Token)와 관련한 몇 가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데, NFT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제대로 답변할 자신은 없습니다. 많은 사람이 주목하는 기술임에는 분명하지만, 러닝 커브(learning curve)가 가파른 탓에 선뜻 익히기가 쉽지 않아요. NFT를 둘러싼 커뮤니티가 초심자에게 조금 배타적이기도 하고요. 처음에는 ‘그들만의 놀이터’라 여겨지기 쉽죠. 그래서일까요? 오히려 웹 1.0을 향한 관심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아요. 다들 아시겠지만 index.html 파일 하나만으로도 웹사이트가 될 수 있듯 ‘index.html 무브먼트’ 같은 게 일어나는 상황을 즐겁게 상상하곤 합니다.

매체를 떠나 무언가를 만들 때 이정표로 삼는 말이 있을까요?

10년 정도 무언가를 만들다 보니 세 가지로 좁혀지는 듯합니다. 하나는 제약입니다. 제약이 없다면, 그리고 제약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내용입니다. 내용 없는 형식은 공허하니까요. 나머지 하나는 형식입니다. 형식 없는 내용은 존재할 수 없으니까요.

이제껏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기술을 거친 크고 작은 웹사이트를 가지런히 정렬해 열람하고 싶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일본 가나자와에 거주하시는 큰고모 고희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어떤 제품을 선물해드리면 좋을까요?

BEM에서 판매 중인 「민구홍 매뉴팩처링 가나 표기 지침 토트백」 어떨까요? 공원에 나들이를 가시거나 장을 보실 때 사용하실 수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담을 수 있습니다.

이런 웹사이트를 선물받는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매년 생일이 기다려질 것 같아요. 그렇다면 웹사이트를 만드는 데 한계는 없을까요?

웹사이트를 예술적 매체로 바라보는 관점은 흥미로운 동시에 여러 도전과 마주합니다. 이는 기술과 예술, 상업성과 창의성, 접근성과 실험성 사이의 긴장을 낳지만, 이 긴장은 웹사이트를 더욱 풍부하고 다채로운 매체로 만들어주죠.

다시 첫 번째 질문으로 돌아와서 묻고 싶습니다. 워크룸과의 관계를 가리키기 위해 민구홍 매뉴팩처링을 소개할 때 ‘기생’한다는 표현을 하는데요. 워크룸이 출판사이기에 이 표현은 마치 웹/온라인과 실재/오프라인의 관계를 이해하는 민구홍 님의 용어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워크룸이나 민구홍 님과 클라이언트와의 관계에서뿐 아니라 (본인의 작업을 지칭하는 단어로 말하자면) “제품/생산물”에서 웹/온라인과 실재/오프라인에 대한 이러한 이해가 어떻게 나타난다고 생각하나요?

‘제품’은 그저 ‘회사’를 표방하는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기술을 거친 결과물을 가리키는 적당한 어휘를 고민한 결과입니다. 여러 제품을 통해 다뤄온 매체 가운데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 특히 사랑하는 웹사이트는 특성상 그 자체로 대량으로 복제되고 소비되는 만큼 사명(社名)에 당당히 자리한 ‘매뉴팩처링’(manufacturing)의 본래 의미(물질 또는 구성 요소에 물리적이거나 화학적인 작용을 가해 새로운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일)와도 상통한다고 생각했습니다.

1인 회사인 민구홍 매뉴팩처링을 원활하게 운영하려면 결국 무언가에 기댈 수밖에 없는 만큼 ‘기생’이라는 어휘에서는 회사의 이런 운명이 가감 없이 드러납니다. 이는 웹사이트가 지닌 속성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웹에서는 거의 모든 일이 웹 브라우저로 수렴하죠. 웹 브라우저를 거치지 않으면 웹사이트는 사용자에게 도달하지 않습니다. 요컨대 웹사이트는 태생적으로 웹 브라우저에 기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허약함과 불완전함이 웹사이트라는 매체를 계속 탐구해볼 가치를 만들어내고요.

한편,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2022년 2월 22일 숙주를 워크룸에서 안그라픽스의 정체불명 독립 사업부 안그라픽스 랩(Ahn Graphics Lab, AG Lab)으로 옮겼습니다. 앞선 답변과 관련해 저에게는 ‘디렉터’라는 직함이 하나 더 추가됐죠. 숙주는 달라졌지만 『2022부산비엔날레』(Busan Biennale 2022)『거의 정보가 없는 전시』(An Exhibition with Little Information)처럼 민구홍 매뉴팩처링이 필요하다면 워크룸과도 언제나 함께입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기생 방식도 공생에 가깝게 진화하는 셈이고, 이는 ‘기생’이라는 어휘를 사용하기로 마음먹은 무렵부터 고려한 바이기도 합니다.

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Conseil Européenne pour la Recherche Nucléaire, CERN)에서 일하던 영국의 컴퓨터 과학자 팀 버너스리(Tim Berners-Lee) 경이 일반에 웹을 공개한 지 어느덧 30여 년이 지났다. 생각보다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데, 그동안 웹은 어떻게 발전했을까?

웹은 콘텐츠의 생산 및 소비 방식의 관점에서 버전으로 구분된다. 웹 1.0은 1994년부터 2004년까지 웹 초창기를 가리킨다. 웹 1.0에서 콘텐츠는 단방향, 즉 생산자에서 소비자로만 흐르며, 소비자는 콘텐츠를 열람만 할 뿐 제어할 수 없다. 그 이후 웹 2.0이 등장했고, 사용자들은 개인 웹사이트를 만들기보다 블로그나 소셜 미디어 서비스로 자리를 옮겼다.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건 훨씬 편리해지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는 흐릿해졌지만, 동시에 (특히 한국에서는) 개인 웹사이트를 만드는 문화가 너무나도 빨리 식어버렸다. 아직 규정하기 어려운 지금은 웹 3.0 시대로,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을 주요 특징으로 꼽기도 했다. 새로운 버전이 등장하면 주도적인 흐름이 이동하긴 하지만, 이전 버전이 완전히 폐기되는 건 아니다. 오늘날 웹은 각 버전이 뒤섞인 엉망진창 상태고, 한 웹사이트에서도 각 버전이 어우러진 경우도 있다. 웹 2.0의 대표적인 기술 가운데 웹사이트(블로그)끼리 서로를 참조할 수 있는 트랙백(trackback) 기능이 재미있는데, 안타깝게도 이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이 해적단 항해의 설계와 구현 과정에 영향을 준 부분이 있는가?

사실상 없다. 코로나와 무관하게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태도는 한결같다. 요컨대 웹을 이루는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기술, 즉 HTML(HyperText Markup Language)과 CSS(Cascading Style Sheets)를 중심으로 다른 컴퓨터 언어를 제약 안에서 맥락에 따라 강박적일 만큼 순수하게, 때로는 순수할 만큼 변칙적으로 구사하려 한다. (물론 필요하다면 최첨단 기술을 도입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여기에는 앞에서 밝힌 기술을 향한 어떤 까닭 모를 믿음, 즉 기술 자체가 아니라 어떻게 규정하고 사용하는지와 관련이 있다. 그래픽 디자이너가 인디자인의 모든 기능을 속속들이 사용하지 않는, 또는 그럴 필요가 없는 까닭과도 같다. 콘텐츠가 아름답다면 콘텐츠를 담은 그릇은 특별한 장식이나 장치 없이, 심지어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특정한 아우라를 지닌다고 믿는다. 즉, 이번 결과물이 해적단에게 유의미하거나 성공적이었다면 모든 공은 해적단 몫이다.

2019년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현대인을 위한 교양 강좌’를 표방하는 「새로운 질서」를 진행합니다. 강좌의 구체적인 내용과 참여 방법이 궁금합니다.

시적 연산 학교의 마지막 과제가 자신이 만들고픈 학교를 기획하는 거였어요. 저는 ‘리코타 인스티튜트(Ricotta Institute)’를 제안했는데, 4주에 걸쳐 리코타를 만들고, 리코타에 관한 글을 쓰고, 그 글을 실은 웹사이트를 만들고, 마지막으로 리코타를 마케팅하는 방법을 배우는 학교죠. 그때는 리코타, 글쓰기, 코딩, 마케팅이 오늘날 산업을 작동시키는 요체라고 생각했거든요.

「새로운 질서」는 언젠가 문을 열 리코타 인스티튜트의 프로토타입 같은 거죠. 2016년 크리스마스 이튿날 워크룸에서 열린 비공식 워크숍에서 시작해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강의, 여러 특강과 워크숍을 거치면서 커리큘럼이 다듬어졌어요. 2019년부터는 박현정, 돈선필 씨 같은 젊은 미술가들이 운영하는 스튜디오 파이취미가의 아낌 없는 지원 덕에 지금 같은 모습으로 확장할 수 있었고요.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스튜디오 파이에서 6주 동안 진행하는 「새로운 질서」는 웹 디자인 강좌는 아니에요. 기술로서 디자인을 다루기도 하지만 글쓰기 강좌에 가깝죠. 「새로운 질서」에서는 ‘실용적이고 개념적인 글쓰기’의 관점으로 코딩을 이야기합니다. 먼저 자신을 바라보며 자신의 관심사에 관해 글을 쓰고, 차례로 HTML, CSS, 자바스크립트를 도구 삼아 콘텐츠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해보죠. 중간중간 인터넷과 웹의 역사, 견지해야 할 태도, 넷 아트, 컴퓨터 언어 자체에 관한 이야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면 적어도 이런 웹사이트는 별 어려움 없이 만들 수 있게 됩니다. 예습과 복습을 철저히 한다면 말이죠.

「새로운 질서」에서 함께 추억을 쌓은 분들이 ‘새로운 질서 그 후…’라는 느슨한 컬렉티브를 꾸렸는데, 최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주관하고 현대자동차에서 후원하는 ‘프로젝트 해시태그’ 사업에 선정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죠. 후문에 따르면, 심사위원이었던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이 적극적으로 추천했다고 해요. 오는 11월이면 그들이 고민하고 즐긴 결과물을 볼 수 있겠죠? 며칠 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그들의 작업 상황을 엿볼 수 있었는데, 이번 전시가 그들에게 기억에 남을 만한 추억이 되기를 기원합니다.

최근에는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분들을 대상으로 4주 동안 워크숍을 진행하기도 했죠. 지금은 사회적 거리 두기가 4단계로 격상하면서 잠시 문을 닫았어요. 온라인으로라도 개인 과외를 받고 싶다는 문의가 들어오기도 하지만 거절하고 있습니다. 기술을 다루더라도 서로 마주보며 이야기하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매학교로는 미국의 그래픽 디자이너 로럴 슐스트(Laurel Schwulst)존 프로벤처(John Provencher)가 운영하는 프루트풀 스쿨(Fruitful School)이 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요?

먼저 접근성의 문제를 살펴볼까요? 웹 접근성 지침(Web Content Accessibility Guidelines, WCAG)은 모든 사용자가 웹 콘텐츠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따금 예술적 표현은 이런 지침과 충돌할 수 있죠. 특히 실험적인 타이포그래피나 복잡한 인터랙션은 ‘웹사이트를 듣는’ 스크린 리더(Screen Reader) 사용자에게는 난해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는 오히려 또 다른 해결책을 요구하는 도전이 될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 사라 헨드렌(Sara Hendren)은 장애와 기술의 경계를 다룬 작업으로 접근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흔들었죠.

상업성과의 충돌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기업의 웹사이트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동시에 사용자 경험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이 또한 표현을 제한하는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예컨대 애플의 웹사이트는 미니멀리즘과 인터랙티브 요소를 절묘하게 결합해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동시에 사용자를 매료시킵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라는 바우하우스(Bauhaus)의 원칙을 디지털 시대에 재해석한 것과 같죠.

기술적 제약 또한 양날의 검입니다. 웹 브라우저 호환성, 로딩 속도, 모바일 최적화 등의 문제는 창작자를 제한하는 동시에 새로운 해결책을 찾도록 자극합니다. 예컨대 미디어 쿼리(Media Query)를 이용한 반응형 웹 디자인은 이런 제약에서 비롯했죠. 악기의 한계를 극복하며 매순간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재즈 뮤지션들이 떠오르지 않나요?

네덜란드에서 찾아왔다는 인턴은 어떤 일을 했나요?

패션 브랜드 thisisneverthat의 활동 10년을 정리한 웹사이트 「thisisneverthisisneverthat」의 데이터베이스를 정리했습니다. 일차적으로 thisisneverthat에서 입력한 데이터를 다시 한번 손보는 일이었죠. 이 웹사이트는 웹사이트나 출판물에 앞서 thisisneverthat, 워크룸,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 손쉽게 협업하며 자료를 정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고안됐습니다. 그 사이에서 그가 마중물 역할을 해준 덕에 웹사이트와 책이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넷 아트가 뉴 미디어 아트, 인터랙티브 아트 같은 현대 미술의 흐름과도 이어지는 것 같은데요?

적확한 지적입니다. 이제는 그런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죠. 예컨대 로이 애스콧(Roy Ascott)이 주창한 ‘텔레마틱 아트’(Telematic Art)나 제프리 쇼(Jeffrey Shaw)의 인터랙티브 설치 작품은 넷 아트가 추구한 가치와 포개지며 기술과 예술의 결합, 관객 참여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라파엘 로자노헤머(Rafael Lozano-Hemmer)의 「벡터 고도」(Vectorial Elevation)에서 관객은 웹사이트를 통해 도시의 조명을 제어할 수 있었고, 애런 코블린(Aaron Koblin)의 「조니 캐시 프로젝트」(The Johnny Cash Project)는 웹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이 함께 뮤직비디오를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했죠.

넷 아트는 웹사이트를 정보의 저장고를 넘어 예술가의 상상력을 담는 그릇이자 관객과 소통하는 인터페이스, 나아가 새로운 미학적 경험을 만들어내는 공간으로 다시 정의했습니다. 동시에 디지털 시대의 아방가르드로서 우리에게 웹사이트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제시했죠. 벤야민이 말했듯 기술적 복제 시대의 예술 작품은 그 본질을 바꿉니다. 넷 아트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복제와 변형, 참여가 작품의 본질이 되는 새로운 예술 형식을 만들어냈고요. 이는 그 자체로 우리에게 디지털 시대의 예술, 나아가 우리의 존재 방식에 관해 곱씹어볼 기회를 제공합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 공식 웹사이트는 5년 동안 같은 모습을 유지합니다. 특별한 까닭이 있나요?

일반에 공개된 세계 최초의 웹사이트가 30여 년 동안 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까닭과 다르지 않습니다.

회사답게 인턴도 있었다고 들었어요. 저도 지원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총 세 명이 거쳐갔죠. 특히 첫 번째 인턴이었던 송예환 씨는 하루 만에 퇴사했어요. 회사와 인턴이 서로 원하는 걸 얻는 데 시간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예환 씨 덕에 회사에서는 인턴을 둘 만큼 건실하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게 됐고, 저는 편하게 차를 마실 수 있는 친구도 생겼죠. 지원 방법을 비롯해 민구홍 매뉴팩처링 인턴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글을 참고해주세요.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 여러 방식으로 회사를 소개하는 데 주력하는 이유와 연결되는 것 같다.

정확하다. 소개는 반드시, 그리고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니 그 일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생화학 무기와 도청 장비, 무엇보다 샤워 커튼” 외에 앞으로 발표할 제품이 있다면?

회사 여건에 따라 언제든 수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2015년 시청각에서 열린 단체전 『/문서』(/documents)에 발표한 어드벤처 게임 「민구홍 매뉴팩처링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를 업데이트해 배포할 예정입니다. 이와 더불어 제품의 보도 자료를 모은 책인 『보도 자료』를 기획 중입니다. 한편, 회사가 웹 디자인 에이전시는 아니지만, 웹 기반 제품에 조금 더 집중해볼까 합니다. 웹은 상대적으로 적은 노동력으로 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자 접근하기 쉬우면서 유용하고, 무엇보다 앞으로 더욱 많은 사람이 잠들기 전에 가장 마지막으로 마주할 대상이 될 테니까요.

민구홍 매뉴팩처링에는 사업자 등록증이 따로 없다고 들었습니다. “사업자 등록증을 발급받는 순간 폐업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함께 추억을 쌓았을 때 인보이스를 발급받을 수는 있나요?

물론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908A에 발급한 바 있고요.

최근에 우상이라 부를 만한 대상이 있는가?

우상이라 부르는 게 맞을지 모르겠지만, 크고 작은 회사의 홍보 담당자로부터 영감을 얻는다. 자신이 근무하는 회사를 홍보하는 온갖 전략을 눈여겨보고 있다.

알파벳 대문자 O 셋, 하이픈(-) 하나로 이뤄진 ‘OOO-’에서 무엇이 떠오르는가?

몇 년 전 오사카 도톤보리에서 아내와 함께 먹은 삼색 당고. 내가 먹은 건 잘 쑨 팥소가 들어 있었다. 충동적으로 떠난 여행의 피로와 긴장이 해소되는 맛이었다. 아내가 먹은 나머지 두 개는 과연 어떤 맛이었을까?

계원예술대학교 학생입니다. 아르바이트 탓에 특강에 참석하지 못했는데, 다시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물론 가능합니다. 모쪼록 유익한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자신 있게 추천하는 2021년의 가장 멋진 공간은?

집 근처에 있는 실내 클라이밍장인 ‘홍대클라이밍센터’(02-332-5015). 한국 스포츠 클라이밍 1세대이자 업계에서 ‘바위꾼’으로 통하는 윤길수 선생이 20년 가까이 운영하는 곳으로, 차분하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온몸을 이용한 명상에 집중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2020년에 이어 2021년 또한 대부분의 시간을 집과 사무실에서 보낼 수밖에 없었는데, 매주 짬을 내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았더라면 생활 속에서 좀처럼 에너지를 발휘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게다가 벽에 붙은 크고 작은 색색의 홀드를 바라보기만 해도 몸뿐 아니라 마음마저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주말에 운동을 마치고 성미산 정상을 밟은 뒤 집으로 오는 길에 문바 씨가 운영하는 ‘FOE’에 들러 기상천외한 신제품을 구경하고, ‘녹원쌈밥’ 연남점(02-332-9483)에서 신선한 각종 녹황색 채소로 허기와 루테인(Lutein)을 채우면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데는 더할 나위가 없다.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졸업생입니다. 웹사이트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기준이 있을까요?

웹사이트에서 이야기하는 대상과 방식에 따라 완성도의 기준은 천차만별일 거예요. 앞서 말씀드렸듯 일단 웹 브라우저상에서 제대로 동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사실 이를 위해 고려해야 할 부분만 따져도 무궁무진합니다. 뜬금없을지 모르지만 저는 어떤 글쓰기에 관해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문학을 공부하던 시절에 배운 좋은 글쓰기의 원칙 가운데 중언부언하지 않는다는 게 있어요. 같은 대상에 관한 두 가지 진술이 있다면 간단한 쪽을 택하는 게 좋다는 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도 비슷한 원칙이고요. 이 원칙은 코드를 포함한 웹사이트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중복되는 요소나 기능을 하나로 합치는 것처럼요. 이를 위해서는 글쓰기처럼 수차례 퇴고 과정이 필요하죠. 지난할 수 있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고요. 한 문장만으로 이뤄진 웹사이트라 해도 퇴고 과정을 얼마나 거쳤는지에 따라 결과물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졸업생입니다. 종이 책과 웹사이트에서 섞어짜기를 구사하는 데 어떤 차이가 있나요?

개념은 같아요. 차이는 방법에 있습니다. CSS에서 글자체를 제어하는 ‘font-family’ 속성에서는 폴백(fallback) 기능을 지원합니다. 쉽게 말해 몇 가지 글자체를 지정해두고, 첫 번째로 지정한 글자체의 폰트가 지원하지 않는 글리프가 있다면 다음 글자체의 폰트가 담당하는 기능이죠. 이 기능을 이용하면 섬세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인 섞어 짜기가 가능해요. 이보다 조금 복잡하기는 해도 자바스크립트의 힘을 빌리면 인디자인에서처럼 정규 표현식을 통해 자동으로 한글, 로만 알파벳, 한자, 가나 등 언어별 문자마다 스타일을 지정할 수 있고요. 시적 연산 학교 동문이기도 한 MIT의 소원영 씨와 뉴 스쿨(The New School)의 강이룬 선배가 만든 멀티링구얼 JS가 이를 위한 대표적인 자바스크립트 플러그인인데, 『타이포잔치 2021: 거북이와 두루미』, 『2022 부산비엔날레』 등에서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마지막 업데이트 시점에서 무려 6년이나 지났지만, 사용하는 데 전혀 무리가 없었고요. 이 자리를 빌려 두 분께 존경을 표합니다. 나아가 아예 폰트를 커스터마이징해 앞서 말씀드린 얄궂은 설정이 필요 없는 완전한 다문자용 폰트를 만들 수도 있고요. 구글과 어도비가 합작한 노토 산스(Noto Sans)가 대표적인 보기죠.

영감은 어디서 얻나요?

제품 주문자의 요구 사항과 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각종 마케팅 전략입니다.

회사의 생산물을 ‘작품’이나 ‘작업’ 대신 ‘제품’으로 부르는 까닭은 무엇인가?

칸트 이후 언어가 대상을 투명하게 반영한다는 환상은 깨졌다. 중요한 건 주체가 대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규정하는지, 나아가 편집하는지다. ‘작품’이나 ‘작업’이라는 어휘는 생산물이 소비되는 오늘날의 국면을 반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 국면을 흐리는 환상을 덧입히기까지 한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이 ‘회사’인 만큼 생산물을 아우르는 단어로는 ‘제품’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다. 반대로 ‘제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픈 마음에 ‘회사’를 표방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연결, 아니 연결을 위한 연결이군요!

나아가 연결을 위한 연결을 연결하는 연결일 수도 있겠죠? 이를 위한 하이퍼텍스트는 웹사이트, 나아가 웹의 근간을 이룹니다. 수많은 웹 페이지는 서로 하이퍼링크로 연결되고, 사용자는 하이퍼링크를 통해 정보의 바다를 항해합니다. 이는 기술적 특성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의 내러티브와 사고방식을 가능케 합니다. 특히 마이클 조이스(Michael Joyce)의 「오후, 이야기」(afternoon, a story)는 하이퍼텍스트 문학의 선구적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서 독자는 하이퍼링크를 클릭하며 자신만의 고유한 서사를 만들어갑니다.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가 말한 ‘저자의 죽음’을 산뜻하게 실현하는 동시에 독자를 적극적인 공동 창작자로 끌어올리는 거죠. 웹사이트의 구조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사용자는 자신의 관심사와 선택에 따라 웹사이트를 탐험하며, 그 과정에서 개인화된 경험을 만들어갑니다. 그렇게 사용자는 고유한 디지털 오디세이로 떠납니다. 나아가 하이퍼텍스트의 개념은 텍스트의 경계를 넘어서기도 합니다. 웹사이트에서는 텍스트, 이미지, 영상, 소리 등 다양한 매체가 서로 연결돼 복합적인 경험을 만들어내니까요. 리하르트 바그너(Richard Wagner)가 꿈꾼 ‘종합 예술’의 디지털 버전 아닐까 싶습니다.

서울시립대학교 학생입니다. 개인 웹 작업과 클라이언트 납품용 웹 작업은 어떤 점에서 다른가요? 유지 보수, 컴퓨터 언어, 사용자 친화성 등에서요.

최종 선택의 기준이 외부에 있는지, 내부에 있는지에 따라 다르다. 기본적으로 일이 굴러가는 게 중요하다. 부러 고집을 피우지는 않아요. 또 내가 할 수 없는 영역은 구글이나 네이버를 핑계로 들면서 솔직하게 이야기한다. “제가 구글이나 네이버가 아니라서요…”

얼마 전 한 항공사와 일한 적이 있어요. 저는 작업 후반에 투입됐는데, 작업물에 관한 피드백이 1픽셀 단위로 쪼개지더라고요. 애초에 처음부터 관계가 잘못 설정됐다고 생각했어요. 물론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작업에 관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동료가 아니라, 납품자와 검사자가 된 거죠. 그러다 보니 다른 것에 관해 생각할 겨를이 없죠. 한두 번 그런 상황을 경험해보니 하기 싫어지더라고요.

민구홍 매뉴팩처링 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