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2015년 이래 진행한 길고 짧은 인터뷰를 꼼꼼히 정리한 뒤 다시 무작위로 늘어놓은 「자주 하는 질문」을 통해 회사 또는 운영자에 관한 궁금증이 모쪼록 해소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단, 질문의 시기에 따라 현재와 다른 사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편, 질문의 어조에 따라 언급한 인물에 대한 존칭을 생략하기도 했습니다. 「자주 하는 질문」을 섭렵한 뒤에도 궁금증이 도무지 해소되지 않는다면 [email protected] 앞으로 소상히 말씀해주세요.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인정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단, 답장은 이메일 대신 언젠가 「자주 하는 질문」에서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새로운 질서」에서 ‘선생님’으로 불리기를 꺼린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2018~21년)이나 홍익대학교(2022년)와 어깨동무하기도 하는 만큼 「새로운 질서」는 누군가에게 또 다른 학교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물론 어느 정도 정해진 커리큘럼이 있고, 제가 뭔가 알려드리는 자리지만, 그 과정에서 저 또한 참여자(일명 ‘새로운 질서의 친구들’)에게 배우는 바가 적지 않거든요. 학교임에도 선생과 학생의 구분이 흐릿한 학교인 셈이죠. 그래서 ‘선생님’이나 ‘교수님’ 같은 직함을 빼고 서로를 그저 이름으로 부릅니다. ‘님’까지 빼고 “슬기, 안녕하세요? 어떻게 지내셨어요?”처럼요. 누군가와 관계를 시작할 때는 호칭을 정하는 일이 중요하죠. 특정한 호칭을 부르는 순간 특정한 관계에 놓입니다. 일종의 위계가 만들어지죠. 이런 위계는 효율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특히 「새로운 질서」에서는요.
회사를 소개하기 위해 지금까지 출시한 제품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민구홍 매뉴팩처링 그 자체. 한 인간의 생활을 제법 둥글게 작동시키는 도구라는 점에서 말이다. 지금 당신과 마주 앉아 이런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것도 다 그 덕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민구홍 매뉴팩처링이 아니라면 자본과 용기가 부족하다는 속내를 쉽게 털어놓지 못했을 테다. 그리고 행복한 척하며 미국이나 네덜란드를 떠돌았겠지.
디자인 이전에 콘텐츠에 대한 태도가 재미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웹사이트가 있나요?
얼마 전 프루트풀 스쿨과 계원예술대학교에서 열린 특강에서도 같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답변은 한결같아요.
팀 버너스리(Tim Berners-Lee) 경이 만든 일반에 공개된 최초의 웹사이트예요. 웹을 소개하는 웹사이트 속 콘텐츠는 공들여 번역하고 싶을 만큼 우아하고 실용적이에요. 게다가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무리 없이 작동하죠. 흰색 배경, 검은색 글자, 밑줄이 그어진 파란색 링크 같은 기본 스타일이 적용돼 있는데. 이 웹사이트는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 추구하는 바를 여실히 드러냅니다.

최초의 웹사이트만큼은 아니지만 일본의 배우 아베 히로시(阿部寛)의 공식 웹사이트도 좋아해요. 『릿터』 24호에도 이와 관련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1996년 무렵 팬이 만든 웹사이트를 배우가 공식 웹사이트로 삼으면서 지금까지 당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죠. 얼핏 웹 기술에 갓 입문한 사람이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도 최신 정보가 업데이트돼요. 배우의 과거 사진, 에세이 등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정보도 싣고 있고요. 한 웹사이트가 25년여 동안 같은 스타일을 유지하는 데는 여전히 구형 해치백을 몬다는 배우의 취향도 어느 정도 작용했겠죠?
앞서 소개한 두 웹사이트는 그동안 쌓인 시간 덕에 설명하기 어려운 아우라가 느껴집니다. 콘텐츠가 디자인을 장악하는 증거죠. 장영혜 중공업이나 양혜규 선생님의 웹사이트 또한 비슷한 맥락에 있습니다. 콘텐츠가 아름답다면 스타일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모든 경우에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많은 경우 그렇게 적용할 수 있게끔 국면을 편집할 수 있죠.
2016년 청담동의 COS 매장 3층에 마련된 프로젝트 스페이스에서 발표한 「보기」(더 북 소사이어티·김영나 기획)는 빨강 버튼을 누를 때마다 무작위로 조합된 경고나 행운의 메시지를 대형 스크린에 출력하는 제품이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것 가운데 가장 섬뜩한 메시지가 있다면?



귀하는 / 유니클로에서 / 느닷없이 / 친척 어른에게 / 귀하의 직업을 / 설명하게 될 것입니다. / 축하드립니다.

하지만 가장 섬뜩했던 건 메시지보다 음악가 김윤기의 오프닝 공연이었을 것이다.
최정호의 흐름을 이어나가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오늘 인터뷰 때문에 위키백과에서 최정호를 찾아보니 설명이 무척 빈약했다. 하고 싶은 누군가 이런 사소한 것에서 시작하면 어떨까. 최정호에 관한 책이 있기는 하지만, 그의 활동을 정리한 웹사이트도 만들고, 최정호 정도면 그의 이름을 딴 글자체 디자인상 같은 것을 제정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활자나 원도로만 남아 있는 글자체들을 폰트화하면 디자이너들에게는 선택지도 넓어질 것이다. 모두 기록의 다른 방식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러다 보면 최정호가 아무래도 지금보다는 조금 더 알려질 테고, 나처럼 생각지도 못하게 도움을 받는 사람도 생기지 않을까.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제품을 어떻게 규정하는가? 제품에 집중하는 이유도 궁금하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에 제품은 일차적으로 회사를 소개하는 과정에서 생산되는 부산물에 가깝다. 때로는 그 자체에서 또는 회사 밖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제품, 좀 더 정확히 ‘제품’이라는 어휘를 사용하는 건 단지 민구홍 매뉴팩처링이 ‘회사’이기 때문이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이 예술가나 그와 비슷한 무엇이라면, ‘제품’보다는 ‘작품’이나 ‘작업’이라는 말이 좀 더 자연스러울 테다. 내게 ‘제품’이라는 말은 일반적이고 중립적이라는 점에서 산뜻하고, 우리를 둘러싼 시장경제의 장단점(특히 단점)을 암시하는 점에서 을씨년스럽다.

어쩌면 반대로 ‘제품’이라는 말의 이런 복잡한 매력에 가까워지고자 ‘회사’를 만든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구분은 명분과 편의를 위한 것일 뿐 실제로는 해시태그들이 난삽하게 붙은 모습에 가깝다. 개중에는 제품보다는 회사 소개에 가까운 게 있는가 하면, 어떤 건 회사 소개이자 제품이다. 모든 걸 구글 스프레드시트로 행과 열에 맞춰 한 셀당 한 항목씩 정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함께 일하는 다른 유능한 편집자들로 빙의하지 않는 이상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
스물다섯 살의 구홍에게 사치였던 물건이나 시간이 있었나요?
이제껏 제가 거쳐온 시간은 대개 당시의 제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모두 사치였던 것 같아요. 사치라는 건 감당하기 어려운 선물 같은 거니까요. 지금 어떤 건 감당하는 데 성공해 온전히 제 것이 됐고, 어떤 건 실패해 여전히 사치인 상태고요. 그렇다고 사치라는 게 과연 피해야 하는 걸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치를 마음껏 누릴 줄 알았던 게 다행인지 몰라요.
추앙하는 숫자가 있나요?
제법 많습니다. 0.125, 2, 3, 6, 12, 14, 16, 24, 38, 42, 999입니다. 어떤 것은 글쓰기, 어떤 것은 또 다른 글쓰기, 즉 코딩, 어떤 것은 마이크로 타이포그래피, 어떤 것은 매크로 타이포그래피와 관련이 있습니다.
참, 그러고 보니 ‘소개’에는 ‘어떤 대상을 주위에 알린다’는 뜻 외에도 ‘대상과 대상을 서로 연결한다’는 뜻도 있다.
알고 있다. 그만큼 ‘소개’가 문제적인 까닭이다.
최정호가 현재 받는 인지도나 평가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질문의 의도를 짐작해서 답변하자면 업적보다 덜 알려진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우리가 어떤 제품을 사용할 때 그 제품의 역사를 속속들이 알지 못하고, 굳이 그럴 필요도 없듯이 많은 사람이 최정호를 잘 모른다고 해서 아쉬워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COS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와 관련된 책을 몇 권 꼽아주세요.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습니다. 대관절 웹사이트란 무엇인가요?
글쎄요. 어쨌든 우리는 그곳을 ‘웹사이트’라 부릅니다. 중세 수도사들이 양피지 위에 겹겹이 글을 써내려간 팔림프세스트(palimpsest)처럼 픽셀 위에 끊임없이 의미를 덧입혀왔죠. 바야흐로 터치나 클릭 한 번으로 세상의 거의 모든 정보가 눈앞으로, 손바닥 안으로 들어오는 시대입니다. 프란츠 카프카(Franz Kafka)의 『변신』(Die Verwandlung) 속 그레고르 잠자처럼 우리는 어느 날 아침 또 다른 존재로 변한 건 아닐까요?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폰으로 뉴스 사이트에서 밤사이 일어난 일을 복기하고, 출근길 지하철에서는 날씨 애플리케이션으로 오늘의 기온을 확인하고, 점심시간에는 맛집을 검색하고, 퇴근한 뒤에는 넷플릭스나 유튜브에서 영화 한 편으로 하루를 마무리하죠. 그럼에도 그 언저리에 늘 웹사이트가 있음을 인식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이런 세계가 있었다니 제 즐겨찾기 목록을 다시 편집해야겠어요. 그렇다면 무엇이 넷 아트를 넷 아트로 만드는 걸까요?
넷 아트처럼 웹사이트를 새로운 문학적, 예술적 매체로 바라보는 시각과 실천은 ‘하이퍼텍스트’(Hypertext)라는 개념과 밀접합니다. 1965년 테드 넬슨(Ted Nelson)이 처음 제안한 이 개념은 25년여 뒤 웹이 등장하면서 비로소 잠재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죠. 요컨대 하이퍼텍스트는 선형적 구조를 탈피한 텍스트입니다. 독자는 작가가 정해둔 순서대로 작품을 읽는 게 아니라 하이퍼링크를 통해 자유롭게 텍스트 사이를 이동합니다. 보르헤스의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El jardín de senderos que se bifurcan)처럼 무한히 분기하는 이야기의 구조가 현실화한 셈이죠. 한 가지 특별한 차이점이 있다면 사용자가 마주한 길이 두 갈래가 아니라 그 이상이라는 사실이죠.
당신은, 역할은 다르지만, 인쇄 매체와 디지털 매체를 함께 다룬다. 좋아하는 책을 아우를 만한 특징이 있나? 있다면, 좋아하는 웹사이트와는 어떻게 다를까?
얼핏 평온하고 순진해 보이지만 들여다볼수록 어딘가 불온해 보인다. (또는 그 반대.) 처음 세운 논리와 원칙을 끝까지 유지하며 동시에 부순다. 가볍다.
소비자로서 내용은 내게 유익하기만 하면 그만이다. 이는 아무래도 상대적이고 유동적이다. 예컨대 간식으로 먹을 파이를 만드는 데 칼 세이건(Carl Sagan)의 『코스모스』(Cosmos)는 내가 구운 ‘우주적’ 파이의 맛까지 보장해주지 않으니까.
형식에 관해서는 할 말이 좀 더 있다. 마이크로 타이포그래피는 완벽할수록 좋지만, 매크로 타이포그래피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앞표지에 예쁜 꽃 사진 한 장만 넣어도 충분할 때가 있다. 중요한 건 그게 수선화인지, 양귀비인지다.
한편, 나는 디자인 학교에서 넓게는 웹, 좁게는 인터랙티브 디자인을 가르치기도 한다. 학생들에게 웹사이트는 판형이 정해지지 않은, 부피와 무게가 없는 책이고, 책은 하이퍼링크와 스크롤바가 없는, 부피와 무게가 있는 웹사이트라고 말하곤 한다. 당신도 알다시피, 웹이 과학자들의 논문 공유를 통한 공동 연구를 위해 시작된 것처럼 웹사이트의 형식은 책에 많은 부분을 빚지고 있다. 언젠가 둘은 형식에서는 갈림길에서 헤어졌지만 목적지는 하나다. (둘이 가는 길은 테서랙트 안에 있는 것 같다.) 물론 이사할 때는 책이 훨씬 불리하다. 반대로 웹사이트는 ‘인쇄한(publish)’ 뒤에도 언제든 수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절제력과 결단력이 없으면 팔목터널증후군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니 주의해야 한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기술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기관, 단체, 기업, 개인 등과 협업하기도 한다. 형태는 웹사이트 구축이나 소프트웨어 개발뿐 아니라 저술, 번역 등 다양하다. 민감한 질문일 수 있는데, 기술 지원 비용은 보통 어떻게 책정하는 편인가?
민감할수록 분명히 밝혀야 한다. 게다가 많든 적든, 길든 짧든 회사의 노동력과 시간을 투여하는 만큼 이는 회사의 생존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다. 하안선은 있지만 서로 어색해지 않는 선에서 많을수록 좋다. 게다가 기본적으로 어떤 식으로든 민구홍 매뉴팩처링을 소개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하안선을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회사를 적극적으로 소개하는 것으로 갈음하기도 한다. 예컨대 소설가라면 4대 문예지 가운데 한 곳에 회사에 관한 작품을 발표해야 하는 식이다.
한편, 민구홍 매뉴팩처링이 디자인 에이전시였다면, 908A를 운영하는 강이룬 선배의 조언을 기준으로 삼았을 것이다.
사람, 돈, 포트폴리오 가운데 하나만 충족하면 된다.
넷 아트의 변천사를 훑어볼 수 있는 웹사이트는 없을까요?
물론 있죠. 미국 뉴욕의 미술관인 뉴 뮤지엄(New Museum) 산하의 디지털 아트 전문 기관인 라이좀(Rhizome)이 운영하는 「넷 아트 앤솔러지」(Net Art Anthology)는 넷 아트와 인터넷 문화를 중심으로 한 예술 작품 아카이브이자 온라인 전시 공간입니다.

흰 배경에 ‘NET ART ANTHOLOGY’라는 보라색 글자가 자리한다. 그 아래에는 이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라이좀의 로고가 자리한다. 하단에는 베이지색 띠가 있는데 웹사이트에 직접 접속하지 않고는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기 어렵다.
이 웹사이트는 199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넷 아트 작품을 선별해 소개하며, 디지털 예술의 역사와 발전을 탐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기능합니다. 웹사이트에 소개된 작품은 시대의 맥락, 작가의 의도, 작품의 미학적·기술적 특징 등과 함께 제공되며, 넷 아트에 관심 있는 연구자와 예술가들에게 풍부한 영감과 지식을 제공합니다. 잠깐 이야기를 멈추고 이 웹사이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둘러보시는 건 어떨까요? 라이좀을 향한 감사와 이보다 더 나은 웹사이트를 만들고픈 욕망을 품고요.
웹사이트를 제작할 때 워드프레스(Wordpress) 같은 콘텐츠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사용하는가?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다. 전 세계 웹사이트 가운데 3분의 1이 워드프레스로 제작된다지만 지나치게 무겁다고 느낀다. 집 근처 공원으로 나들이를 가는데 KTX를 타려는 꼴이다. 게다가 워드프레스의 플러그인은 다양하고 사용하기 편리하지만 유지 보수 면에서는 최악에 가깝다. 그 탓에 워드프레스 공식 웹사이트 하단에 실린 문구인 “Code is poetry.”마저 지나치게 서정적으로 느껴진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워드프레스의 단점을 극복해 오픈 소스를 자체적으로 커스터마이징한 「매니지먼트」(Management)를 사용하고, 고객들에게도 적극적으로 권하는 편이다. 구체적인 건 고객으로서 직접 경험해보는 편이 어떨까? 물론 콘텐츠와 코드를 한땀 한땀 입력하는 하드 코딩이 시간을 가장 절약하는 방식일 때도 있다.
‘자주 하는 질문’보다는 ‘자주 묻는 질문’이 조금 더 세련된 어휘 아닐까요?

‘자주 묻는 질문’에 관해 고민해보지 않은 바는 아닙니다. 하지만 ‘질문’에는 이미 ‘묻다.’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으므로 중복된 표현이라 판단했습니다. 조금 더 나은 어휘가 있다면 제안해주세요. 지금까지 사용해온 제목을 모두 다시 편집할 각오가 돼 있습니다.
지금까지 웹사이트는 구글이나 네이버, 웹진 『비유』 같은 것만 생각했는데… 그럼 웹사이트는 어떻게 만드나요? 누구나 만들 수 있나요?
물론입니다. 웹사이트는 개발자나 웹 디자이너만이 만들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럴 수도, 그럴 필요도 없고요. 즉, 웹사이트는 모두를 위한 매체입니다. 웹사이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코드(Code)로 컴퓨터와 대화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컴퓨터 언어가 필요하죠. HTML(HyperText Markup Language)을 비롯해 CSS(Cascading Style Sheets), 자바스크립트(JavaScript)는 단순한 컴퓨터 언어가 아니라 시인의 펜이자 작곡가의 악보입니다. 자연어의 문법이 주어, 동사, 목적어로 세계를 구축하듯 웹상에서 HTML은 태그로, CSS는 선택자와 속성으로, 자바스크립트는 함수와 변수로 세계를 구축합니다. 나아가 세 언어는 저마다 고유한 특성을 지닙니다. HTML은 구조를 맡습니다. 건축가가 건물의 뼈대를 세우듯 HTML은 웹 페이지의 기본 구조를 만듭니다. CSS는 스타일을 맡습니다. 화가가 캔버스에 색을 입히듯 CSS는 웹 페이지에 시각적 아름다움을 더합니다. 자바스크립트는 기능을 맡습니다. 작곡가가 음표로 멜로디를 만들듯 자바스크립트는 웹 페이지에 생동감을 불어넣습니다. 시의 운율, 비유, 이미지가 어우러져 하나의 시를 완성하듯 세 언어는 서로 긴밀히 연결돼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냅니다. 그리고 이 과정은 그 자체로 순수한 창작 행위죠.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 롤모델로 삼는 회사가 있다면?
물론 있다. 하지만 (영업) 비밀이다. 특별할 건 없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알다시피 오늘날 비밀은 인터넷 밖에 있을 때 온전히 비밀이 된다. 구글이나 인터넷 아카이브 웨이백 머신(Internet Archive Wayback Machine) 서버 밖 말이다. 오늘 당신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지만 정말 나누고 싶은 건 어쩌면 거기, 그러니까 당신과 마주 앉은 이 테이블 사이, 바로 이 안개꽃 옆에 있을지 모른다.

영향받은 디자이너나 작가, 경향 같은 게 있는가?
요컨대 일상과 추억에서 영향을 받는 편이다. 특히 자주 또는 이따금 만나는 사람들이 귀감이 된다. 예컨대 박활성 선배의 실용적인 결단력, 김형진 선배의 낭만주의, 최슬기·최성민 선생의 유머 감각, 아내와 로럴 슐스트의 삶을 대하는 태도, ‘「새로운 질서」의 친구들’의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 비슷한 의미로 1990년대 말 ‘닷컴 버블’이 꺼지면서 순식간에 사라진 웹 1.0의 엉망진창인 분위기도 동경의 대상이다. ‘브루탈리즘’(Brutalism), ‘반디자인;(Anti-design), ‘시대착오’ 같은 어휘로 소개되곤 하는데, 그렇게 한마디로 축약하기 어려운 ‘평범한 웹’을 향한 그리움이다.
회사를 소개할 때, 제품을 기획하거나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은?
상황에 따라 수정되거나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세칙이나 부칙을 만들게 되거나) 실행된 뒤 곧바로 폐기되지 않는 유일한 원칙은 ‘국립국어원에서 정한 한글맞춤법과 외래어표기법을 준수하는 것’입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2015년 회사를 설립하면서 발표한 「회사 소개」에서 밝힌 서른일곱 가지 일은 앞으로도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고급 장신구 브랜드인 크롬 하츠(Chrome Hearts)에서는 마스크를 발매하고, 오프닝 세리머니(Opening Ceremony)에서는 전 세계의 오프라인 매장 문을 닫는 등 패션 브랜드들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코로나에 대응하고 있다. 이런 움직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결국 최종 소비자다. 코로나 이후 패션이나 스타일에는 어떤 변화가 있는가? 브랜드까지 구체적으로 알려줄 수 있는가?
시즌마다 급변하는 패션 경향을 따라가는 일은 재미있지만, 결국 많은 돈과 에너지를 수반한다. 이를 감당하기 벅찬 사람들은 체계(시스템)나 통일(유니폼)을 택하기도 한다. 내 옷차림은 코로나와 무관하게 이미 몇 년 전부터 미군의 ECWCS(Extended Cold Weather Clothing System)처럼 얼마간 시스템화했다. 유니폼화가 가장 두드러지는 업계는 IT 분야일 테다. 1980년대 초반 일본 도쿄의 소니(Sony) 본사를 방문한 애플의 스티브 잡스(Steve Jobs)는 직원 3만여 명이 똑같은 유니폼을 입은 광경을 본 뒤 1998년부터 세상을 떠날 때까지 예의 옷차림을 유지했다. 페이스북(Facebook)의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는 회색 티셔츠, 청바지, 아디다스 슬리퍼를 애용한다.
따지고 보면 누구나 자신만의 옷차림이 있다. 내 경우에는 체감온도에 따라 상의, 하의, 신발, 크게 세 부분이 바뀐다. 한여름에는 프린트스타(Printstar) 티셔츠, 그라미치(Gramicci)나 갭(Gap) 반바지에 레인보 샌들(Rainbow Sandals) 플립플롭을 신는다. 햇빛이 강한 날에는 인터넷 아카이브(Internet Archive) 모자를 쓴다. 뉴욕에 있을 때 친구에게 선물 받은 아이템으로, 망가지지 않는 이상 계속 쓸 생각이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많이 불면 까웨(K-Way) 바람막이를 입는다. 이를 기본으로 체감온도가 내려가기 시작하면 상의, 하의, 신발 순으로 바뀐다. 티셔츠 위에 챔피언(Champion) 회색 스웨트셔츠나 후디를 덧입고, 반바지 대신 유니클로(Uniqlo) 치노 팬츠나 리바이스(Levi’s)나 A.P.C. 청바지를 입고, 플립플롭 대신 뉴 밸런스(New Balance) 운동화를 신는다. 한때 선물 받은 992를 신어보기도 했는데 내 족형에는 아무래도 530이나 996이 잘 맞는 것 같다. 체감온도가 영상 10도 이하로 내려가면, 부산의 중고 의류 매장에서 구입한 브랜드를 알 수 없는 M-65 필드 재킷을, 겨울에는 랩(Rab) 다운재킷이나 글로버올(Gloverall) 더플코트를 덧입는다. 장당 5,000원대인 티셔츠는 1년 정도 입으면 모두 처분한 뒤 같은 제품으로 다시 구입하고, 나머지는 해지면 수선해 입는다.
결과적으로 구체적이면서 유연한 규칙, 즉 일종의 템플레이트(template)를 마련하고 아이템 각각을 모듈화해 조합하고 편집하는 전략이다. 장점은 소비 규모를 예측할 수 있고, 많은 사람이 꼽는 것처럼 아이템을 선택하는 데 들이는 시간을 다른 데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이템은 겨울에 입는 겉옷을 제외하고 세탁기의 표준 모드로 빨아도 무방하기 때문에 관리하기도 용이하다. 물론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에 갈 때는 숙부가 맞춰준 슈트에 구두는 알든(Alden) 9901이나 파라부트(Paraboot) 샴보드(Chambord)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지만, 웬만하면 피하고 싶은 착장이다.
이 시스템은 별 고민 없이 오랫동안 편안하게 입을 수 있는 옷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해지고 정리된 결과다. 코로나 이후에는 여기에 마스크가 추가됐을 뿐이다. 내가 갑자기 히피나 자연주의, 한국의 전통 복식 문화에 심취하지 않는 이상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
「반응형 인프라플랫」에 관해 설명해달라.

미술가 겸 그래픽 디자이너 듀오 (또는 그 반대) 슬기와 민의 9월 5일을 기념하는 선물이다. (하지만 그날이 무슨 날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들이 창안한 개념인 ‘인프라플랫’(infra-flat)을 조금 더 쉽고 다양하게 구현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크기는 반응형, 즉 접속하는 기기나 웹 브라우저의 화면에 따라 달라진다. 주요 재료는 sulki-min.com이다. 인프라플랫에 관해 조금 더 알고 싶다면 불문학자 이지원의 글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어쨌든 갑작스러운 변화 뒤에는 문득 후회나 미련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때 알았던 것을 지금 알았더라면…”
후회나 미련은 결과적으로 어떤 선택에 대한 호기심 어린 아쉬움이다. 후회는 무엇을 선택한 것에 대한, 미련은 무엇을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어쨌든 후회나 미련 모두 몰입하면 몰입할수록 불행해지기 마련이고, 이제껏 잊고 있던 근원적 질문이 피어오른다. 나는 왜 태어났는가. 그것도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따라서 되도록 후회와 미련에서 멀어지려 하지만, 일상이 크고 작은 선택으로 이뤄진 만큼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 그때 그 여성에게 조금 더 적극적으로 고백했더라면… 그때 그 선생님에게 이메일을 보내지 않았더라면… 그때 그 약물을 복용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뉴욕에 더 오래 머물렀더라면… 그때 그 아파트를 매수했더라면… 그때 그 인물에게 투표했더라면… 그때 이 원고 청탁을 거절했더라면…
BEM에서 판매한 「민구홍 매뉴팩처링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롬 카트리지에는 무엇이 수록돼 있나요?


해당 게임뿐 아니라 게임을 마음껏 뜯어고칠 수 있도록 주석과 함께 소스 코드가 제공됩니다. 지금은 안타깝게도 품절됐다고 합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운영자 민구홍 씨는 워크룸 편집자(디자이너, 프로그래머)에서 AG 랩 디렉터가 됐다. 덩달아 민구홍 매뉴팩처링에도 달라지는 점이 있을까?
없다. 그리고 없기를 바란다.
‘온라인에서 전시하기’ 또는 ‘온라인에서 생산하기’를 주제로 질문하기 전에 몇 가지 개념을 정리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순전히 우리의 대화를 엿보는 누군가, 특히 이제 막 온라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미술 및 디자인계 관계자를 위해서다.
좋은 지적이다. 단, ‘온라인’이란 말은 범위가 너무 넓으니 여기서는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 이하 ‘웹’)으로 한정하는 게 좋겠다. 먼저 인터넷(Internet)은 수많은 컴퓨터가 물리적으로, 즉 대륙 간 해저 케이블로 연결된 네트워크다. 놀랄지 모르겠지만, 인터넷은 웹이 아니다. 웹보다 크고, 1950년대에 처음 고안됐으니 웹보다 훨씬 오래됐다. 1990년 무렵 일반에 공개된 웹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기술 가운데 하나로, 수많은 웹 페이지(web page)가 거미줄처럼 엮인 공간이다. 웹 페이지는 기본적으로 컴퓨터 언어인 HTML(HyperText Markup Language)로 작성된 문서로, 웹을 이루는 최소단위라 할 수 있다. 텍스트, 이미지, 영상 등의 정보는 웹 페이지에 담겨 표준 규약인 HTTP(The Hypertext Transfer Protocol)를 통해 컴퓨터 사이를 오간다. 웹사이트(website)는 같은 도메인(domain), 예컨대 minguhongmfg.com에 위치한 웹 페이지의 묶음으로, 웹 페이지 하나만으로 이뤄질 수도 있다. 일상에서 웹사이트와 혼용하곤 하는 홈페이지(homepage)는 웹사이트의 첫 페이지를 가리킨다.
한편, 웹사이트는 서버(server)상에서 구동된다. (정확히는 서버를 통해 전달된다.) 서버는 인터넷상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컴퓨터고, 그와 쌍을 이루는 클라이언트(client)는 정보를 취하는 컴퓨터, 즉 일반적으로 우리가 사용하는 컴퓨터다. 이때 서버와 클라이언트의 관계는 상대적이다. 즉, 서버가 API(Application Programming Interface) 등을 통해 또 다른 서버에서 정보를 취한다면, 서버인 동시에 클라이언트가 된다. 서버는 수많은 방식으로 동작하는데, 전통적이고 일반적인 방식은 리눅스 기반의 LAMP(Linux, Apache, MySQL, PHP) 스택(stack)이고, 몇 년 사이 자바스크립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JAM(JavaScript, API, Markup) 스택이 각광받고 있다. 사파리(Safari), 구글 크롬(Google Chrome) 같은 웹 브라우저(web browser)는 웹 페이지를 열람하는 소프트웨어로, 모든 웹 기술이 일어나는 종착지다. 즉, 웹 브라우저가 없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셈이다. 그 밖의 개념은 그때그때 설명하기로 하고,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직접 웹을 검색해 보면 어떨까. 『새로운 질서』(미디어버스, 2019)를 참고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일은 우리가 식당에서 주문을 하고, 밥을 먹는 일과 비슷하다. 고객(클라이언트)이 식당에서 음식(정보)을 주문하면 점원(서버)은 음식을 가져다준다. 음식이 식탁에 오르는 속도는 대개 주방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식재료가 떨어지거나 주방에 문제가 생기면 점원은 다른 음식을 주문하거나 다음에 다시 찾아와달라고 말한다. 점원이 주문을 깜빡해 멍하니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현실보다 드넓은 이 식당에서 웹은 메뉴판이고, 웹사이트를 만드는 일은 메뉴판에 음식을 하나 추가하는 일이다. 음식은 식재료나 요리사의 취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따금 마주하는 다음과 같은 화면은 식재료가 떨어졌거나 주방에 문제가 일어났음을 뜻한다.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졸업생입니다. 웹사이트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기준이 있을까요?
웹사이트에서 이야기하는 대상과 방식에 따라 완성도의 기준은 천차만별일 거예요. 앞서 말씀드렸듯 일단 웹 브라우저상에서 제대로 동작해야 하지 않을까요? 사실 이를 위해 고려해야 할 부분만 따져도 무궁무진합니다. 뜬금없을지 모르지만 저는 어떤 글쓰기에 관해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문학을 공부하던 시절에 배운 좋은 글쓰기의 원칙 가운데 중언부언하지 않는다는 게 있어요. 같은 대상에 관한 두 가지 진술이 있다면 간단한 쪽을 택하는 게 좋다는 오컴의 면도날(Occam’s Razor)도 비슷한 원칙이고요. 이 원칙은 코드를 포함한 웹사이트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중복되는 요소나 기능을 하나로 합치는 것처럼요. 이를 위해서는 글쓰기처럼 수차례 퇴고 과정이 필요하죠. 지난할 수 있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고요. 한 문장만으로 이뤄진 웹사이트라 해도 퇴고 과정을 얼마나 거쳤는지에 따라 결과물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온라인 출판물과 오프라인 출판물, 즉 웹사이트와 종이 책은 어떻게 섞일 수 있을까?
가능하다면 이 질문에는 또 다른 질문으로 답하고 싶다. 종이 책과 웹사이트가 섞일 필요가 있을까? 본디 웹사이트는 과학자들끼리 논문을 효율적으로 공유하기 위해 발명됐다. 논문에서 각주, 방주, 미주에 불과한 정보는 파란색 밑줄이 그어진 하이퍼링크(hyperlink) 덕에 클릭이나 터치 한 번으로 열람할 수 있는 ‘진짜’ 정보가 됐다. 웹사이트는 종이 책에서 비롯해 종이 책의 부족한 점을 보완한 결과물이다. 즉, 진화한 종이 책이다. 따라서 종이 책과 웹사이트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려 하면 질문은 공회전할 수밖에 없다.
내가 생각하는 종이 책의 귀중한 유산은 종이 자체보다는 종이 위, 즉 제한된 평면에서 콘텐츠를 소개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에는 필사가, 편집자, 디자이너, 인쇄인, 인지과학자 등 수많은 전문가의 성공과 실패가 쌓여 있다. 그 덕에 우리는 콘텐츠와 눈의 거리에 따른 적절한 글자 크기를, 그에 따른 적절한 글줄 길이를, 그에 따른 적절한 글줄 수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이 점을 생각하면 웹사이트뿐 아니라 많은 매체에서 이 방식이 재현되거나 활용되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아주 먼 미래에 종이 책은 사라질지 몰라도 이 방식만큼은 변함없지 않을까.
이쯤이면 회사의 사훈이 궁금해진다.

‘(웃음)’. 2017년 11월 24일 건국대학교 앞 서점 겸 복합 문화 공간 인덱스(Index)에서 열린 포스터 전시 『유용한 말』(Useful Words)에 포스터 「(웃음)」을 출품하면서 마련했다. 다음은 「(웃음)」에 관한 설명이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신제품 「(웃음)」은 제목 그대로 ‘(웃음)’을 담은 다목적 포스터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의회의 속기사들이 처음 고안했다는 ‘(웃음)[(笑)]’은 오늘날 대담이나 인터뷰 등의 기록에서 발언자나 주위의 반응을 간단히 묘사하는 데, 또는 지나치게 진지한 말을 눅이는 데, 또는 말의 의미를 역전시키는 데 사용되곤 한다. 이뿐일까. 더러 특정 문화에 심취한 이는 이를 통해 자신의 자폐성을 넌지시 드러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웃음)’의 양상은 앞뒤 맥락에 따라 폭소나 미소, 조소나 냉소 등으로 달라진다. 말은 어떻게 유용성을 획득하는가. 어떤 말이 유용하다면, 이는 포스터라는 매체에 실린 경우에도 마찬가지인가. 질문이 품은 염원을 담아 「(웃음)」은 갖가지 ‘유용한 말’이 모이는 전시에서 ‘(웃음)’의 역할을 자임한다. 우아하게 디자인된 최정호체의 소괄호 속 ‘웃음’이 어떤 이에게는 시답잖은 헛웃음에 불과하더라도 아무러면 어떤가. “웃으면 복이 온다”.라는 말이 과학적으로까지 증명된 마당에. (웃음)
포스터 속 ‘(웃음)’의 위치는 그래픽 디자이너 전용완 씨의 시각 보정까지 거친 결과다. 포스터 외에도 ‘(웃음)’은 자석으로서 ‘(웃음)’ 필요한 어느 곳이든 (물론 금속성을 지닌) 붙였다 뗄 수 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이 숙주를 떠나 독립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없습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숙주를 떠나는 순간 폐업할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수많은 요청에도 사업자 등록증을 발급받지 않은 까닭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많은 산업의 기반이 흔들리는 오늘날 회사가 생존할 가능성을 키우는 마지노선입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모든 생산 활동의 기저에는 어떤 대상을, 나아가 생산자 자신을 소개하고픈 소중하고 아름다운 욕망이 자리한다고 주장해왔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결국 모든 건 ‘소개’로 수렴하는 것 같다.
정확하다. 결국 어떤 대상을 어떻게(취향), 얼마나(야심) 소개하는지에 달렸다. 온라인 전시뿐일까?
영감은 어디서 얻나요?
제품 주문자의 요구 사항과 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각종 마케팅 전략입니다.
서울시립대학교 학생입니다. 디자인에서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가치나 핵심이 궁금합니다.
며칠 전 고토 데쓰야(後藤哲也, Tetsuya Goto) 선생님과 만난 적이 있는데, 그때 “디자인은 내 글쓰기를 위한 플러그인과 비슷하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 말처럼 제게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도구입니다.
2019년 이래 금요일마다 진행하는 「새로운 질서」에서 디자인은 일반적으로 목적어가 필요한 동사, 더 정확히는 타동사라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개념적으로는 하라 겐야(原研哉)의 ‘디자인의 디자인’이라는 말이 있지만, 제 일천한 경험으로 미루어 목적어가 디자인 자체가 되는 경우는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따라서 제게는 우선 디자인의 목적어, 다른 말로는 콘텐츠를 파악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디자인이라는 도구를 어떻게 활용할지 판단할 수 있으니까요.
이는 특히 웹사이트를 만들 때마다 절실하게 체감합니다. 단 한 글자라도 콘텐츠가 있어야 HTML의 태그를, CSS의 선택자를, 자바스크립트의 함수를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네덜란드에서 찾아왔다는 인턴은 어떤 일을 했나요?

패션 브랜드 thisisneverthat의 활동 10년을 정리한 웹사이트 「thisisneverthisisneverthat」의 데이터베이스를 정리했습니다. 일차적으로 thisisneverthat에서 입력한 데이터를 다시 한번 손보는 일이었죠. 이 웹사이트는 웹사이트나 출판물에 앞서 thisisneverthat, 워크룸,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 손쉽게 협업하며 자료를 정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고안됐습니다. 그 사이에서 그가 마중물 역할을 해준 덕에 웹사이트와 책이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서울시립대학교 학생입니다. 대학교 졸업을 앞두고 가장 고민한 점은? 그리고 현재의 고민은?
무엇보다 취업에 대한 고민은 별로 없었어요. 대학 시절 텍스트, 즉 글에 관해서는 제 기준으로 당대의 손꼽히는 전문가들에게 잘 읽고, 잘 쓰고, 나아가 잘 베끼는 방법을 훈련받은 만큼 뭐라도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어요. 까닭 모를 만용일까? 어쨌든 무슨 일을 하든 글을 잘 쓰고, 잘 읽고, 잘 베끼는 능력은 기본적으로 필요하니까요. 정 안 되면 시인이나 소설가로 등단할 수도 있었을 테고요.
그러고 보니 이 글 또한 웹사이트를 통해 읽고 있군요. 웹사이트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겠죠.
샤를 보들레르(Charle Baudelaire)는 『현대의 삶을 그리는 화가』(The Painter of Modern Life and Other Essays)에서 산업화와 도시화가 변화시킨 19세기 파리의 모습을 포착했습니다. 오늘날에는 웹사이트가 그 역할을 맡는다고 생각합니다. 웹사이트는 기술과 문화뿐 아니라 철학과 미학이 집약된 공간입니다. 때로는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의 시뮬라크르처럼 현실을 대체하고, 때로는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이 말한 ‘아우라’를 지닌 예술 작품이 되면서요.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에서 도쿄의 아방가르드 예술가, 나이로비의 사회 활동가에 이르기까지 웹사이트는 마주한 국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형태와 기능으로 발전해왔습니다. 이제 잠시 그곳을 다시 돌아볼 때입니다. 그곳에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세계가 있으니까요.
그 시작으로 제가 운영하는 민구홍 매뉴팩처링(Min Guhong Manufacturing)의 웹사이트 기반 제품을 살펴볼까요?. 제목은 「너에게」로, ‘연애편지’ 연작 가운데 하나입니다. 여기서 ‘너’는 과연 누구이고, ‘이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웹 디자인에 심취한 계기가 있다면?
열한 살 무렵인 1995년 야후! 지오시티에 첫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사랑하는 친구를 위해서였다. 마룬색 배경에 그를 행복하게 해줄 글과 이미지 사이로 MIDI 배경음악이 흘렀다. 하지만 2009년 야후!에서 지오시티 운영을 종료하면서 이제 그 웹사이트는 내 꿈속에만 있다. 어쨌든 그 이후로, 반드시 웹사이트의 형태가 아니더라도, HTML, CSS, 자바스크립트를 이용해 나 또는 누군가를 위해 뭔가 만드는 건 내 오랜 즐거움 가운데 하나였다. 내 기준에서 쉽고 저렴할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건 20여 년 전에 만든 것과 엊그제 만든 게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웹 디자인 에이전시가 아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공식 웹사이트는 일반적인 디자인 스튜디오 웹사이트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 듯하다.
2015년부터 싸구려 웹 호스팅을 사용 중이다. 제품별 이미지를 드러내기에는 속도가 느리므로 제약을 따를 뿐이다. 게다가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디자인 스튜디오가 아니다.
조금 감성적인 질문을 하고 싶습니다. 워크룸을 떠나는 마당에 민구홍 매뉴팩처링에 워크룸은 무엇인지, 또는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단순히 ‘직장’이라 부르고 싶지 않을 만큼 워크룸은 제게 그 자체로 너무나 각별하고 소중하기에 함부로 ‘떠난다’고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문장을 완성하는 순간 실제로 그렇게 될 것 같아서요. 남은 한 달 동안 제가 관여해온 일을 정리하는 한편, 완벽한 표현을 찾을 때까지 김형진 선배의 진심을 담은 우스갯소리 “어색함 없이 서로 착취하는 관계”를 어떤 방식으로든 이어나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