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2015년 이래 진행한 길고 짧은 인터뷰를 꼼꼼히 정리한 뒤 다시 무작위로 늘어놓은 「자주 하는 질문」을 통해 회사 또는 운영자에 관한 궁금증이 모쪼록 해소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단, 질문의 시기에 따라 현재와 다른 사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편, 질문의 어조에 따라 언급한 인물에 대한 존칭을 생략하기도 했습니다. 「자주 하는 질문」을 섭렵한 뒤에도 궁금증이 도무지 해소되지 않는다면 [email protected] 앞으로 소상히 말씀해주세요.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인정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단, 답장은 이메일 대신 언젠가 「자주 하는 질문」에서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새로운 질서」에서 수업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많은 디자이너가 찾고 있고, ‘새로운 질서 그 후…’ 같은 후배(?)들 또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질서」가 단순히 웹 언어 기술을 숙지하는 것 이상의 가르침을 전달한다면 그것은 무엇인가요?
「새로운 질서」가 ‘현대인을 위한 교양 강좌’를 표방하는 만큼 오히려 디자이너가 아닌 분들의 비율이 더 높아요. 학생, 회사원, 미술가, 음악가… 한번은 스님도 오셨죠. 「새로운 질서」가 웹 디자인을 가르치는 강좌였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거예요. 「새로운 질서」에서는 웹사이트를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에 초점을 맞춥니다. 오늘날 등장한 첨단 기술과 견주면 분명히 시대착오적일지 모릅니다. 새로운 가지가 돋아나죠. 한편, 「새로운 질서」에서는 컴퓨터 언어를 다루는 일, 즉 코딩(coding)을 ‘실용적이고 개념적인 글쓰기’로 바라봅니다. 그래픽 소프트웨어에 자리한 툴바와 아이콘 대신 그저 커서가 깜박이는 텍스트 에디터상에서 이뤄지는 코딩이 글쓰기와 전혀 다르지 않은 까닭이죠. 웹사이트를 만드는 건 낯선 언어를 익혀 시나 소설을 쓰는 일과 비슷하죠. 「새로운 질서」의 의도는 웹사이트를 만드는 기술을 익히는 것보다 이를 통해 자신을 향한 사랑을 확장하는 데 있습니다. 자신을 도저하게 사랑할 수 있다면, 남 또한 도저하게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요? 여기서 웹사이트는 어쩌면 맥거핀에 불과할지 몰라요.
민구홍 매뉴팩처링과 COS 사이에 공통점이 있을까요?
생화학 무기와 도청 장비, 무엇보다 샤워 커튼을 제외하고, 좋은 제품을 제작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이제 조금 더 우리와 가까운 이야기를 해보자. 이 지긋지긋한 전염병이 창궐하기 이전부터 포스터, 리플릿, 도록 같은 인쇄물의 역할을 웹사이트가 대체하기 시작했다. 의도적으로 처음부터 인쇄물을 고려하지 않는 프로젝트도 늘고 있다. 웹사이트가 인쇄물에 비해 무엇이 매력적일까? 둘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을까?
콘텐츠를 담는 그릇으로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지만, 파급력 면에서는 웹사이트가 인쇄물보다 우수하다. 웹사이트를 열람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이동할 필요 없이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폰 한 대면 충분하니까. 학교에서 강의를 하다 보면 학생들이 종종 인쇄물과 웹사이트를 비교하려 한다. 기존 커리큘럼의 영향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생산자로서 책이나 포스터 같은 전통적인 인쇄 매체에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웹은 태생적으로 과학자들이 논문을 효율적으로 공유하기 위해 발명됐다. 즉, 웹사이트는 역사적으로 인쇄물에서 출발한 셈이다. 웹사이트는 인쇄물의 장점을 포섭하고 발전한다. 따라서 두 매체를 같은 출발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보다는 인쇄물을 웹의 조상, 그리고 웹은 진보한 인쇄물로 여기는 편이 이롭다. 물론 웹사이트는 종이를 만질 때 느껴지는 흡족함을 주지 못하고, 책과 달리 영원한 베타 버전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팀 버너스리 경과 함께 최초의 웹사이트를 만드는 데 참여한 CERN의 댄 노예스(Dan Noyes)는 이렇게 말했다. “웹사이트는 책과 다르다. 책은 시간을 통해 존재한다. 웹사이트에서 데이터는 반복적으로 덮어씌워진다. 책과 비교하면 웹사이트를 만드는 건 얼마간 부질없는 일이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무엇보다 작명, 즉 이름을 짓는 데 시간과 공을 들입니다. ‘매뉴팩처링’뿐 아니라 안그라픽스를 거쳐 워크룸에 ‘기생’한다고 밝힌 점, 생산물을 ‘작품’이나 ‘작업’ 대신 ‘제품’으로 부르는 까닭도 흥미로웠어요. 특히 ‘제품’이라는 단어에 관해서는 이 단어가 내포한 시장 경제의 부정적인 뉘앙스를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토마토가 과일인가요?” 예전에 출시한 제품인 「수상한 과일(Mysterious Fruit)」의 소스 코드에 관한 로럴 슐스트(Laurel Schwulst)의 질문에 이렇게 답한 적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토마토를 과일로 생각하고, 어떤 사람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하지만 진실과 무관하게 제가 토마토를 과일로 믿는 순간 토마토는 제게 과일이 됩니다.” 언어가 대상을 투명하게 반영한다는 환상은 깨졌습니다. 중요한 건 주체가 대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규정하는지, 나아가 편집하는지죠. ‘작품’이나 ‘작업’이라는 단어는 생산물이 소비되는 오늘날의 국면을 반영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 국면을 흐리는 환상을 덧입히기까지 합니다. 게다가 민구홍 매뉴팩처링이 ‘회사’인 만큼 생산물을 아우르는 단어로는 ‘제품’이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대로 ‘제품’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픈 마음에 ‘회사’를 표방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실내 클라이밍 애호가입니다. 저 같은 사람이 이용할 만한 제품이 있을까요?

물론 있습니다. BEM에서 판매 중인 「『레인보 셔벗』 포스터 속 인물 티셔츠」 어떨까요? 패션 브랜드 예스아이씨 디렉터 가운데 한 분이 클라이밍장에서 즐겨 입는다고 합니다. 같은 차림으로 함께 운동하면 몸뿐 아니라 마음 또한 두 배로 건강해지지 않을까요?

같은 티셔츠처럼 보이지만, 전혀 다른 효과를 발휘하는 「민구홍 매뉴팩처링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배경 화면 티셔츠 또한 고려해보시기 바랍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공식 웹사이트는 일반적인 디자인 스튜디오 웹사이트의 공식을 따르지 않는 듯하다.
2015년부터 싸구려 웹 호스팅을 사용 중이다. 제품별 이미지를 드러내기에는 속도가 느리므로 제약을 따를 뿐이다. 게다가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디자인 스튜디오가 아니다.
스물다섯 살의 구홍에게 사치였던 물건이나 시간이 있었나요?
이제껏 제가 거쳐온 시간은 대개 당시의 제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모두 사치였던 것 같아요. 사치라는 건 감당하기 어려운 선물 같은 거니까요. 지금 어떤 건 감당하는 데 성공해 온전히 제 것이 됐고, 어떤 건 실패해 여전히 사치인 상태고요. 그렇다고 사치라는 게 과연 피해야 하는 걸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치를 마음껏 누릴 줄 알았던 게 다행인지 몰라요.
그럼 가장 좋아하는 TV 프로그램은요?
너무 사적인 질문 같습니다. 조금 더 친해지면 말씀드릴게요.
원래 이렇게 센스가 넘치나요?
워크룸에서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체득하게 되는 것 아닐까요?
2005년 펜실베이니아 대학교(University of Pennsylvania)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 자리에서 미국의 시인이자 아방가르드 작품을 아카이빙해 소개하는 「우부웹」(UbuWeb)의 운영자 케네스 골드스미스(Kenneth Goldsmith)는 말했다. “무엇이 인터넷상에 없다면, 그것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If it doesn’t exist on the Internet, it doesn’t exist.)”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인터넷이 현실과 조금 더 가까워지거나 다른 차원에서 현실을 대체할 예정이다. 이 점이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나?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넓게는 인터넷을, 좁게는 웹을 사랑한다. 웹은 상대적으로 적은 노동력으로 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자 접근하기 쉬우면서 유용뿐 아니라 무엇보다 많은 사람이 잠들기 전에 마주할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코로나 이후에는 기술 지원에 관한 문의를 많이 받는 편인데, 대가가 합리적이고 여유만 있다면 기꺼이 응하는 편이다.

최근에는 뉴욕의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인 워크숍스(Wkshps)와 제11회 서울미디어시티비엔날레 티저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행사명은 『하루하루 탈출한다』(One Escape at a Time)였는데, 2020년 9월에 열릴 예정이었다가 메인 웹사이트 작업 도중 내년 가을로 미뤄지고 말았다. 이제껏 현실과 깔끔하게 유리된 듯 보였던 미디어 아트도 현실과 완전히 분리될 수는 없는 듯하다. 예정된 여러 행사가 취소되거나 지연되는 소식을 마주하면, 이제껏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여겨온, 사람이 모이는 일의 경제적인 위력을 실감한다.

아예 온라인에 기반을 둔 레프트 갤러리(Left Gallery)나 DDDD처럼 조금 더 작지만 시류에 영리하게 영합하는 전시 모델도 있다. 특히 네덜란드의 미술가 하름 판 덴 도르펠(Harm van den Dorpel)이 2015년에 설립한 레프트 갤러리는 작품을 열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작품의 소스 코드를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으로 구입할 수 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이 임시로 소속돼 있기도 하다.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리는 미술가 돈선필의 개인전 『초상권』(Portrait Fist)을 위해 만든 영상 「자기소개」(自己紹介)에서는 25여 분 동안 ‘얼굴’이 자신을 소개한다. 돈선필은 자타가 공인하는 피규어(フィギュア) 오타쿠다. 그가 쓴 대본대로 목소리를 녹음하고, 그가 웹에서 긁어모은 얼굴에 관한 ‘짤방’들에 심취하다 보니 결과물은 자연스럽게 TV 도쿄(テレビ東京)에서 방영하는 교양 프로그램 같은 형식을 띠게 됐다. 이에 관해 조금 더 알고 싶다면 『한국예술종합학교신문』에 실린 김얼터의 「나를 나로 만드는 것」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2015년 회사를 설립하면서 발표한 「회사 소개」에서 밝힌 서른일곱 가지 일은 앞으로도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민구홍에게 웹이란 무엇인가?
한국 나이로 일곱 살 무렵이던 1991년에 처음 컴퓨터를 접했다. 마지막 PC 통신 세대이자 첫 인터넷 세대인데, 웹 1.0 시절부터 소비자와 생산자로서 경험해온 웹은 규정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게 엉망진창이다. 이따금 웹상에는 모든 것이 있다는 환상에 젖곤 한다. 하지만 맛있는 저녁을 먹고 집 앞 경의선숲길을 산책하다 보면 그런 환상은 무참히 무화된다.
또 다른 언어 덕에 불가능이 가능해지는군요. 뜬금없이 웹사이트의 변천사를 탐구해보고 싶네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픽셀로 이뤄진 지층을 한 겹 한 겹 벗겨내며 웹사이트의 역사를 파헤치다 보면, 그 속에 숨겨진 문화적 유물을 발견하는 디지털 시대의 고고학자가 된 듯한 기분이 듭니다.
1991년, 웹의 창시자 팀 버너스리(Tim Berners-Lee)는 월드 와이드 웹을 소개하는 최초의 웹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나아가 가장 사랑하는 웹사이트이기도 한데, 오늘날 기준으로는 소박하고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디지털 혁명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죠. 요하네스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가 발명한 활자 인쇄술처럼 이 웹사이트는 정보의 민주화를 예고했습니다. 한편, 이 웹사이트는 공개된 지 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처음 모습, 처음 느낌 그대로 작동합니다. 이 웹사이트 앞에서 과연 누가 웹사이트를 종이책보다 보존력이 떨어지는 매체라 단언할 수 있을까요?

BEM에서 판매한 「민구홍 매뉴팩처링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롬 카트리지에는 무엇이 수록돼 있나요?


해당 게임뿐 아니라 게임을 마음껏 뜯어고칠 수 있도록 주석과 함께 소스 코드가 제공됩니다. 지금은 안타깝게도 품절됐다고 합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이 정확히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세 줄 내로 정의할 수 있을까요? 회사의 존재를 처음 알게 된 사람에게는 어떻게 소개하는지도 궁금합니다.
공식 웹사이트를 비롯해 여러 방식으로 회사를 소개하기 때문일까요? 사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을 소개할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습니다. 이미 어느 정도 짐작하신 상태에서 이야기가 시작되곤 합니다. 회사를 소개하는 방식은 소개하는 대상마다 달라지는 것 같아요. 며칠 전 한국 코카-콜라와 미팅할 때는 코카-콜라를 사랑하는 회사로 소개했어요.
온라인 전시를 위한 기술은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온갖 기술로 책 장 넘기는 효과를 재현하려 한 초창기 전자책을 떠올려보자. 잠깐의 신기함뿐이었다. AR(Augmented Reality), VR(Virtual Reality) 같은 기술이 등장했지만, 웹 기술을 선도하는 구글마저도 온라인 전시 웹사이트인 ‘구글 아트 & 컬처’(Google Art & Culture)에서 제안한 건 작품을 극단적으로 확대하는 기술이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을 거친 웹사이트는 소스 코드만 들춰보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을 만큼 기술적으로 아주 단순하다. 기술은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중요한 까닭이다. 선입견이겠지만, 기술이나 시각적 효과를 지나치게 뽐내는 웹사이트는 콘텐츠에 대한 의심부터 품게 된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콘텐츠가 부실할 때 마지막으로 택하는 전략이었으니까. 무턱대고 하이 패션으로 치장하는 느낌이다. 게다가 몇 가지 효과 때문에 로딩 시간이 느리기까지 하면 최악이다. 개인적으로는 심심해 보이지만 들여다볼수록 어딘가 익살스럽거나 괴팍한 구석이 있는 웹사이트를 좋아한다. 물론 일을 할 때 개인적인 취향을 고집하지는 않지만, 취향은 결과물에 자연스럽게 드러나기 마련이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이 숙주를 떠나 독립할 가능성이 있을까?
없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독립하는 순간 폐업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이제껏 많은 요청에도 사업자 등록증을 발급받지 않은 까닭이기도 하다.
올해 나만 알고 싶을 정도로 특별한 발견의 순간은?
누구보다 웹을 사랑한다고 자부하지만, 1년 넘게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실수로 스마트폰 설정을 초기화하면서 자동 로그인 기능이 해제된 까닭이다. 사실 터치 몇 번만으로 다시 암호를 찾아 로그인하면 그만인데, 잠시나마 주저하게 되는 데는 분명한 까닭이 있다. 그 아름다운 공간을 해매는 동안 느끼는 행복만큼 그 반대편에서 피어오르는 감정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완전히 잊히는 건 아닐까?’ 심각한 우려와 달리 사회성을 유지하는 데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오히려 전보다 자주, 어쩌면 더 깊이 사람과 만나고, 전화 통화를 하고,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을 쓴 것 같다. 굳이 깜찍한 하트 아이콘의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국가를 초월해 연결될 사람은 연결되고, 알아야 할 소식은 알게 된다. 나머지는 간단하고 자연스럽게 굳이 연결되지 않아도 그만인 사람, 알지 않아도 그만인 소식이 된다. 나와 내 곁만 살피기에도 시간은 부족하다.
맞아요. 특히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다 보면 자극적이고 즐거운 동시에 제 소중한 바이오리듬이 엉망이 되곤 합니다. 깜찍한 하트 아이콘과 숫자 몇 개 때문에 감정이 요동치기 일쑤입니다.
오늘날 우리가 웹상에서 마주하는 정보는 대부분 알고리즘에 따라 선별됩니다. 페이스북의 뉴스 피드, 유튜브나 넷플릭스의 영상 등은 모두 우리의 취향과 관심사를 분석한 결과물이죠. 편리함의 대가로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정보의 거품에 갇히기도 합니다. 플라톤의 동굴처럼 알고리즘이 제안하는 그림자가 전부라 믿으면서요. 작가 엘리 프레이저(Eli Pariser)는 이런 현상을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라 불렀습니다. 필터 버블 속에서 점점 자신의 기존 관점을 강화하는 정보만 접하고, 다른 의견이나 새로운 시각을 접할 기회는 줄어든다는 거죠.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댄 길버트(Dan Gilbert)의 말마따나 “우리는 정보의 바다에서 헤엄치고 있지만, 지식의 섬에 고립돼 있다.”
대학교 졸업 예정자입니다. 내년 상반기에 직원이나 인턴을 채용할 계획은 없나요?
상반기는 물론이고 하반기에도 없습니다. 회사에서 제공할 수 있는 것은 고작 운영자가 사용하는 책상의 일부 공간, 스툴, 사원(인턴)증, 명함, minguhongmfg.com을 도메인 네임으로 한 업무용 이메일 주소뿐이거든요.
이런 세계가 있었다니 제 즐겨찾기 목록을 다시 편집해야겠어요. 그렇다면 무엇이 넷 아트를 넷 아트로 만드는 걸까요?
넷 아트처럼 웹사이트를 새로운 문학적, 예술적 매체로 바라보는 시각과 실천은 ‘하이퍼텍스트’(Hypertext)라는 개념과 밀접합니다. 1965년 테드 넬슨(Ted Nelson)이 처음 제안한 이 개념은 25년여 뒤 웹이 등장하면서 비로소 잠재력을 발휘하기 시작했죠. 요컨대 하이퍼텍스트는 선형적 구조를 탈피한 텍스트입니다. 독자는 작가가 정해둔 순서대로 작품을 읽는 게 아니라 하이퍼링크를 통해 자유롭게 텍스트 사이를 이동합니다. 보르헤스의 「끝없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길들이 있는 정원」(El jardín de senderos que se bifurcan)처럼 무한히 분기하는 이야기의 구조가 현실화한 셈이죠. 한 가지 특별한 차이점이 있다면 사용자가 마주한 길이 두 갈래가 아니라 그 이상이라는 사실이죠.
AG 랩에 방문하고 싶습니다.
당장 AG 랩에는 완성된 공간이 중요하지 않습니다. 일단 저와 제 오랜 비즈니스 파트너 로럴 슐스트(Laurel Schwulst), 랩톱 한 대만으로 뉴욕에서 약 2주 동안 파이어플라이 생추어리(Firefly Sanctuary), 프린스턴 대학교, 링크트 바이 에어(Linked by Air)를 오가며 비공식적인 업무를 시작하고, 이후 서울에서도 물리적인 하이퍼링크를 마련할 때까지 책상과 의자를 임대하는 방식으로 가볍게 움직일 예정입니다. 혹시 AG 랩(덩달아 민구홍 매뉴팩처링까지)이 의탁할 만한 자리가 있다면 편히 알려주세요.
한편, 사진, 영상 등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면 그것을 처음 의도와 달리 활용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웹사이트에서는 어떤가요? 일찍이 민구홍 매뉴팩처링이 빚진 대상이 있을 것 같아요.
1990년대 말, 넷 아트(net.art)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에게 코드로 만든 예술은 그저 낯설기만 했습니다. “이게 예술인가요?”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이 남성용 소변기를 전시장에 들여놓았을 때 사람들이 보인 반응과 비슷했죠. 특히 올리아 리알리나(Olia Lialina)의 「내 남자친구가 전쟁에서 돌아왔다」(My Boyfriend Came Back from the War) 같은 작품은 당시에는 생소했지만, 지금은 넷 아트의 고전으로 인정받습니다. 넷 아티스트들은 웹사이트를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닌 작품 그 자체로 활용했죠. 그렇게 기술적인 HTML의 구조, 하이퍼링크의 비선형성, 인터넷의 상호작용성은 예술적 도구로 거듭났습니다. 관람객은 클릭을 통해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이는 전통적인 서사 구조를 해체하고, 독자를 공동 창작자로 끌어들이는 혁신적인 시도였죠. 즉, 넷 아트는 완성태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관객의 참여를 통해 계속해서 새롭게 태어납니다. 잠깐 ‘JODI’라는 예명으로 활동한 예술가 듀오 조안 힉맨(Joan Heemskerk)과 디르크 패스만스(Dirk Paesmans)의 작품 「wwwwwwwww.jodi.org」를 살펴보면 어떨까요?

다른 질문이 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 공식 웹사이트의 「자주 하는 질문」이나 최근 미국 프루트풀 스쿨(Fruitful School)에서 발표한 「프루트풀 프레젠테이션」을 참고하면 좋겠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이 기생하는 워크룸에 직접 방문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단, 두 회사 모두 이렇다 할 간판을 내걸지 않은 탓에 중국발 미세먼지가 가득한 거리에서 얼마간 서성일 각오를 해야 한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 그야말로 유행입니다. 이에 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저도 물론 이따금 바이브 코딩을 이용하곤 합니다. 하지만 아무런 계획 없이 처음부터 모두 인공지능에 맡겨버린다면 말 그대로 분위기(vibe)에 취해 이도 저도 아닌 결과물을 마주하게 됩니다. 제게 바이브 코딩은 술이나 마약 등 약물에 의존한 코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몹시 짜릿해도 뒷맛이 개운하지 않죠.
서울시립대학교 학생입니다. 이런 디자인을 해야겠다고 결정한 순간은?
질문을 받고 이참에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슬기와 민의 최성민 선생님 덕인 것 같아요. 더 정확히는 최성민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밥 길의 책 번역을 맡으면서요. 제가 미국에서 돌아와 워크룸으로 자리를 옮긴 2016년 무렵이었는데, 그 책에 이런 말이 나오죠. “흥미로운 말에는 시시한 그래픽이 필요하다.” 반대로 “흥미로운 그래픽에는 시시한 말이 필요하다.”라는 말도 있었죠.
무엇보다 말과 그래픽, 콘텐츠와 디자인, 내용과 형식, 두 가지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뜻일 텐데, 이는 제가 늘 고민하던 바, 나아가 이제껏 제 마음을 움직이던 작품의 정체를 명쾌하게 정리해주는 말이었어요. 그 뒤로는 같은 말이라도 국면에 따라 뜻이 달라진다는 화용론(話用論, Pragmatics)에 심취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말이 흥미로워지는 국면을 찾아보거나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우연일지 모르지만, 안상수 선생님이든 최성민 선생님이든 저를 디자인하신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런 점에서 직접 사사한 적은 없지만 안상수 선생님이나 최성민 선생님은 제게 엄연히 선생님이죠. 이따금 자주 뵙고 싶기도 하지만, 그런 대상과는 아무래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쉬움이 있어야 계속 생각이 나니까요.
출판으로서 발행하는 온라인 문서도 종이책처럼 출판물처럼 대해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재미있습니다. e-pub이 다양한 인터페이스 기능을 제공하기에 다양한 링크 기능을 사용하듯이, 원한다면 수정된 것을 추적할 수 있게 하거나, 열린 문서일 경우에는 특정 기호, 닫힌 문서일 경우 다른 기호를 쓰면서요. 이러한 웹 출판물을 개발해보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열린 문서’와 ‘닫힌 문서’라는 개념이 재미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웹사이트를 표기하는 데 어울릴 만한 기호를 고안해볼 필요도 있겠네요. 앞서 말씀드린 세 꼭짓점 가운데 적어도 하나만 충족시킨다면요.
2019년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현대인을 위한 교양 강좌’를 표방하는 ‹새로운 질서›를 진행한다. 개설될 때마다 신청이 마감되는 이 강좌의 정체는 무엇인가.
‹새로운 질서›는 2016년 크리스마스 이튿날 워크룸에서 열린 비공개 웹 세미나에서 시작됐다. 시적 연산 학교를 마치고 뉴욕에서 막 돌아온 참이었는데, ‘현대인을 위한 교양’으로서 웹 기술을 익혀두면 워크룸 구성원들이 일하는 데 어떤 방식으로든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에서였다. 그 뒤 여러 특강과 워크숍,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강의 등을 통해 조금씩 커리큘럼이 다듬어져 지금에 이르렀다. 지금까지 200여 명의 ‘‹새로운 질서› 친구들’과 추억을 쌓았고, 이들 가운데는 국립현대미술관의 «프로젝트 해시태그»(Project Hashtag, 2020–) 사업에 선정돼 느닷없이 미술계로 편입되기도 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 ‹새로운 질서›, 웹사이트. 웹사이트 제목인 ‘새로운 질서’는 1초마다 낱자별로 새로운 질서를 부여받는다. 사진 제공: 작가
‹새로운 질서›에서는 기술로서 디자인을 다루기도 하지만, 웹 디자인 강좌가 아니다. 오히려 ‘실용적이고 개념적인 글쓰기’ 강좌에 가깝다. ‹새로운 질서› 친구들은 자신의 관심사(자신이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등)를 토대로 자신만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HTML, CSS, 자바스크립트 같은 컴퓨터 언어를 익혀 콘텐츠에 단계별로 새로운 질서를 부여해본다. 기술을 다루므로 실패에 익숙해지고, 자신의 한계를 파악해 욕망을 발산할 우회 전략을 고민해보기도 한다. 글쓰기의 결과물은 결국 웹사이트지만, 사실 더욱 가치 있는 건 그 과정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이제야 웹사이트가 ‘진보한 인쇄물’이라는 점이 이해가 간다. 인쇄물을 만드는 데는 단행본을 기준으로 적어도 2개월 정도가 걸리는데, 웹사이트는 보통 어느 정도가 걸리나?
정적 웹사이트 겸 포스터식 웹사이트는 콘텐츠가 제대로 마련되고 콘셉트가 정해진 상태라면 사실 하루만이라도 완성할 수 있다. 물론 이는 테스트를 제외한 시간이다. 어떤 웹사이트는 사용하는 데 무리가 없을 만큼 공개한 뒤 점진적으로 업데이트하기도 한다.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와 함께한 ‹NR 베이커리›(NR Bakery, 2021)가 비슷한 경우인데, 인쇄물 작업에 익숙하다면 낯선 방식일지 모른다. 콘텐츠를 기획하고, 편집하고, 검토하는 시간을 제외하더라도 1개월은 걸린다. 모두 고려하면 한 웹사이트를 만드는 데 2–3개월 정도 걸리는 게 일반적이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공식 웹사이트는 왜 이런 모양인가?
2015년 느닷없이 설립된 이래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소개’라는 행위에 이따금 우스꽝스러워 보일 만큼 섬세하고 강박적으로 천착해왔다. (회사의 첫번째 제품은 열세 번째 ‘시청각 문서’로 발표한 「회사 소개」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모든 생산 활동의 기저에 어떤 대상, 나아가 생산 주체, 즉 자신을 소개하고픈 욕망이 자리한다고 믿는 까닭이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회사’라는 형식을 전유해 이 믿음을 의식하고 양식화한 결과물로, 회사의 모든 활동은 결국 ‘소개’로 수렴한다. 회사의 공식 웹사이트는 설립과 거의 동시에 만들어졌다. 모름지기 회사라면 일단 그럴듯한 공식 웹사이트를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몇 가지 메뉴 가운데 「자주 하는 질문」은 지금까지 진행한 인터뷰를 뒤섞은 공간이다. 이곳은 회사의 포트폴리오를 얼마간 대신하기도 하는데, 이를 통해 회사가 구사하는 전략은 글쓰기에서 비롯한다는 점을 드러내려 했다. 디자인은 회사가 웹을 사랑하는 만큼 최초의 웹사이트 스타일을 본받았다. 어떤 대상에 시간이 쌓이다 보면 디자인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아우라가 풍긴다. 최초의 웹사이트 스타일을 본받아 회사가 답습하려 하는 바는 사실 이 아우라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안그라픽스를 거쳐 2016년부터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겸 워크룸에 기생하고 있습니다. 워크룸에 기생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자율성은 얼마나 보장되나요?
‘기생’은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주요한 생존 전략입니다. 회사를 설립한 2015년 무렵에는 생산자들이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독립 스튜디오를 꾸리는 게 유행 아닌 유행이었어요. 저도 그 유행에 편승하고 싶었지만, 자본과 용기가 부족한 탓에 결국 제가 일하던 안그라픽스에 기생하기로 했죠. 그 덕에 숙주에게 노동력과 얼마간의 즐거움을 제공하면, 숙주의 동산과 부동산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워크룸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워크룸은 영리를 추구하는 회사지만, 이름처럼 여러 방면에서 활동하는 생산자들이 모인 ‘작업실’이기도 해요. 소정 근로 시간(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에 맡은 업무만 무리 없이 수행하면 워크룸에서는 전시, 강연, 기고 등 외부 활동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편이에요. 특히 편집자 김뉘연 씨는 워크룸의 전 디자이너 전용완 씨와 미술가로 활동하며 출판사 ‘외밀’을 운영하고, 디자이너 유현선 씨는 ‘파일드(Filed)’의 일원이기도 해요. 구성원들이 회사에 멍에를 지지 않고, 후회나 미련 없이 언제든 떠날 수 있는 아슬아슬한 환경이 역설적으로 워크룸의 에너지가 됩니다. 게다가 출판, 기획, 편집, 디자인, 웹사이트 구축, 소프트웨어 제작, 교육 등을 한데 수행하는 스튜디오가 드문 만큼 적지 않은 자극이 되고요. 2020년에는 이름을 밝힐 수 없는 회사 두 곳에서 파격적인 조건으로 민구홍 매뉴팩처링 인수를 제의받았는데, 고민 끝에 결국 워크룸에 남은 건 이런 환경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었어요. 지갑은 지금보다 훨씬 두둑해졌겠지만, 행복의 총량을 따져보면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도 하고요. 혹시 민구홍 매뉴팩처링 인수에 관심 있는 분은 참고해주세요.
디자인 이전에 콘텐츠에 대한 태도가 재미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웹사이트가 있나요?
얼마 전 프루트풀 스쿨과 계원예술대학교에서 열린 특강에서도 같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답변은 한결같아요.
팀 버너스리(Tim Berners-Lee) 경이 만든 일반에 공개된 최초의 웹사이트예요. 웹을 소개하는 웹사이트 속 콘텐츠는 공들여 번역하고 싶을 만큼 우아하고 실용적이에요. 게다가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무리 없이 작동하죠. 흰색 배경, 검은색 글자, 밑줄이 그어진 파란색 링크 같은 기본 스타일이 적용돼 있는데. 이 웹사이트는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 추구하는 바를 여실히 드러냅니다.

최초의 웹사이트만큼은 아니지만 일본의 배우 아베 히로시(阿部寛)의 공식 웹사이트도 좋아해요. 『릿터』 24호에도 이와 관련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1996년 무렵 팬이 만든 웹사이트를 배우가 공식 웹사이트로 삼으면서 지금까지 당시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죠. 얼핏 웹 기술에 갓 입문한 사람이 만든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도 최신 정보가 업데이트돼요. 배우의 과거 사진, 에세이 등 쉽게 접하기 어려운 정보도 싣고 있고요. 한 웹사이트가 25년여 동안 같은 스타일을 유지하는 데는 여전히 구형 해치백을 몬다는 배우의 취향도 어느 정도 작용했겠죠?
앞서 소개한 두 웹사이트는 그동안 쌓인 시간 덕에 설명하기 어려운 아우라가 느껴집니다. 콘텐츠가 디자인을 장악하는 증거죠. 장영혜 중공업이나 양혜규 선생님의 웹사이트 또한 비슷한 맥락에 있습니다. 콘텐츠가 아름답다면 스타일은 별로 중요하지 않을지 모릅니다. 모든 경우에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많은 경우 그렇게 적용할 수 있게끔 국면을 편집할 수 있죠.
내년에는 꼭 도전하고 싶은 일은?
다음 조건을 만족하는 사람 이름 짓기. 순서는 무순이다. 특정 성별을 암시하지 않을 것. 누구나 발음하기 쉬울 것. 순우리말 같지만 한자로 표기할 수 있을 것. 영어로 표기했을 때 열 글자 이하일 것. 지나치게 유별나지 않을 것, 즉 주위에서 놀림감이 될 여지가 없을 것, 즉 이름의 주인이 뒤늦게 나를 증오할 가능성을 차단할 것. 시대를 초월해 우아하고 세련될 것. 한 글자 이상일 것. 음양오행의 조화를 이룰 것. 성은 ‘민’일 것.
앞으로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 웹을 통해 해보고 싶은 일은?
글을 쓰다 보면 글의 형식을 제어해보고 싶고, 나아가 형식에 적합한 글자까지 만들어보고 싶어지곤 한다. 글을 둘러싼 모든 요소를 지배하고픈 자연스러운 욕망이다.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도 물론 즐겁지만, 웹사이트가 만들어지는 기반을 다지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 웹 브라우저를 만들거나 차기 HTML과 CSS의 표준을 만드는 데 기여하는 모습을 상상한다. 민구홍 매뉴팩처링뿐 아니라 미래의 동료를 위한 일이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회사를 소개할 때 워크룸에 “기생한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즉,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운영자의 근무지에 기생하는 회사인데, 운영 방식으로 기생을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기생은 자연스럽게 결정된 회사의 생존 전략이다. 콘솔 게임 제작사 너티독(Naughty Dog)의 「라스트 오브 어스(The Last of Us)」 시리즈에는 온갖 ‘감염자(The Infected)’가 등장한다. 그들은 동충하초처럼 인간의 몸을 잠식해 숙주를 조종한다. 인간이 없다면 동력을 얻지 못한다. 민구홍 매뉴팩처링 또한 마찬가지다. 부족한 용기와 자본을 숙주를 통해 해결한다. 숙주에 노동력과 얼마간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대신 운영자가 받는 월급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고, 컴퓨터, 테이블, 커피 머신 등 숙주의 동산과 부동산을 이용하는 식이다. 그 덕에 영원히 알고 싶지 않은 세금과 관련한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이따금 숙주를 떠나 독립을 하거나 사업자 등록증을 발급받으라는 요구를 받기도 하지만, 그러는 순간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폐업을 신고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워크룸을 떠나 구글이나 테슬라에 기생하는 일이 있더라도 민구홍 매뉴팩처링이 독립하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한편, 이런 상황임에도 최근에는 네덜란드에서 찾아온 인턴이 일하고 있다.
나아가 웹사이트의 힘에 기댄다면 바벨의 도서관쯤은 충분히 현실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제가 한번 시도해볼까요?
안타깝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그런 욕망을 품은 건 비단 저희뿐이 아닌 것 같습니다. 조너선 바실(Jonathan Basile)이 만든 다음 웹사이트는 보르헤스의 바벨의 도서관을 웹상에서 가뿐하게 구현합니다.

조너선 바실은 이 도서관의 사서를 자임합니다. 어느 날 그는 침대에 누워 있다가 온라인 바벨의 도서관에 관한 생각을 떠올렸고, 이를 위해 상상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저장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죠. 이 한계를 우회하기 위해 바벨의 도서관을 시뮬레이션하는 알고리즘을 설계했습니다.
이제는 안그라픽스 랩이 기생지가 되었군요! 웹을 생각하면서 웹 브라우저의 중요성을 종종 잊곤 하는데, 웹 ‘출판’도 이미 주어진 틀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출판’을 위한 작업을 할 때, 온라인과 오프라인 각각에서 어떠한 자유와 한계를 느끼며 작업하는지 궁금합니다.
10여 년 동안 종이책과 웹사이트를 편집해온 바로 오프라인 출판은 핑퐁 게임과 비슷합니다. 생산자의 역할은 크게 편집과 디자인으로 나뉘고, 서로 콘텐츠를 탁구공 삼아 주고받으며 결과물을 완성하죠. 반대로 온라인 출판, 즉 웹사이트는 저 한 사람이 거의 모든 것을 총괄합니다. 혼자 벌이는 핑퐁 게임이랄까요? 이 과정은 제게 글쓰기와 같습니다. 텍스트 에디터상에서 코딩, 즉 글을 쓰면서 시작해 트러블슈팅(troubleshooting), 즉 퇴고로 끝나니까요.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결과물의 구조적 질서, 시각적 질서, 기능적 질서까지 고려하게 되고요. 이 글쓰기의 끝에는 반드시 웹사이트만 있는 건 아닙니다. 공장에서 제품이 컨베이어벨트를 지나며 차곡차곡 조립되는 것처럼 과정이 분명하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아주 엉망진창입니다. 글쓰기 또는 웹처럼요.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의 2차원 이미지를 재현하는 건 익숙한 일이다. 그렇다면 조각 등 설치물 같은 건 어떨까? 온라인 전시에서도 작품의 물성을 구현할 수 있을까? 구현할 수 있다면 어떤 방식이 적절할까?
언젠가 한 출판사 관계자와 웹사이트 개편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비슷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이참에 웹사이트에서 책의 물성을 구현해보고 싶은데… 가능하겠죠?” 그는 순진한 표정으로, 특히 ‘물성’에 힘을 보태 말했다. 이는 책에서 유튜브 영상을 재생하고 싶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웹에서는 Z축상에 레이어가 아무리 쌓이더라도 두께는 0픽셀이다. 웹상의 물성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바는 이뿐이다. 오랜 고민 끝에 출판사 관계자에게는 결국 구글이나 네이버 본사에 문의해보시는 게 좋겠다고 정중히 말씀드렸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신다면요?
먼저 접근성의 문제를 살펴볼까요? 웹 접근성 지침(Web Content Accessibility Guidelines, WCAG)은 모든 사용자가 웹 콘텐츠에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따금 예술적 표현은 이런 지침과 충돌할 수 있죠. 특히 실험적인 타이포그래피나 복잡한 인터랙션은 ‘웹사이트를 듣는’ 스크린 리더(Screen Reader) 사용자에게는 난해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는 오히려 또 다른 해결책을 요구하는 도전이 될 수 있습니다. 디자이너 사라 헨드렌(Sara Hendren)은 장애와 기술의 경계를 다룬 작업으로 접근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흔들었죠.
상업성과의 충돌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기업의 웹사이트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표현하는 동시에 사용자 경험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이 또한 표현을 제한하는 동시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줍니다. 예컨대 애플의 웹사이트는 미니멀리즘과 인터랙티브 요소를 절묘하게 결합해 브랜드 가치를 전달하는 동시에 사용자를 매료시킵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라는 바우하우스(Bauhaus)의 원칙을 디지털 시대에 재해석한 것과 같죠.
기술적 제약 또한 양날의 검입니다. 웹 브라우저 호환성, 로딩 속도, 모바일 최적화 등의 문제는 창작자를 제한하는 동시에 새로운 해결책을 찾도록 자극합니다. 예컨대 미디어 쿼리(Media Query)를 이용한 반응형 웹 디자인은 이런 제약에서 비롯했죠. 악기의 한계를 극복하며 매순간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내는 재즈 뮤지션들이 떠오르지 않나요?
2018년에는 민간인의 첫 번째 달 여행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다가오는 우주 시대를 위한 대비책이 있다면?

루나 엠버시(Lunar Embassy)를 통해 달에 1에이커(약 1,224평)짜리 부동산을 마련해두긴 했습니다. 일론 머스크 관련 기사도 틈틈이 챙겨보죠. 최근(2021년 4월)에는 이런 말을 했더군요.
솔직히 초기엔 많은 사람들이 죽을지도 모른다. 이는 영광스러운 모험이자 놀라운 경험이 될 것이다. 불편하고 입맛에 안 맞게 들릴 수도 있지만, 당신도 죽을 수 있다.
듣고 보니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당신이 오로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편집한 결과물, 또는 그를 위한 편집 지침처럼 보인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감사할 따름이다.
일반적인 웹사이트는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돼 있습니다. 반대로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 선보이는 웹사이트는 정보가 파편화되거나 효과에 가려져 있거나, 또는 시간에 따라서 서서히 나타나기도 하는데요, 이런 형식을 취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마우스의 위치에 따라 효과가 변하는 인터랙티브 요소도 흥미롭습니다. 이런 디자인을 선보이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파격이란 건 익숙함이 있기에 성립할 수 있겠죠. 제 욕망 때문이라기보다는 그게 콘텐츠에 부합하는 방식이라는 생각. 디자인은 웹 초창기에 이미 존재했어요. 제게는 아주 평범한 모습이죠. 웹이라는 기술이 소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었죠. 기술도 부족하고 시각적인 규칙도 성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물은 제각각이었어요.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기술을 거친 웹사이트들은 파격적인 시도라기보다는 잠시 잊힌 평범한 웹을 변주하거나 재해석한 결과에 가까워요.
슬기와 민의 최성민 선생님 권유로 미국의 전설적인 그래픽 디자이너 밥 길(Bob Gill)의 『이제껏 배운 그래픽 디자인 규칙은 다 잊어라. 이 책에 실린 것까지.』를 번역한 적이 있는데, 이 책에는 “흥미로운 말에는 시시한 그래픽이 필요하다. 시시한 말에는 흥미로운 그래픽이 필요하다.”라는 구절이 나와요. 말과 그래픽이 조응하는 데는 균형이 필요하다는 뜻이죠. 저는 그래픽보다 말이 흥미로운 걸 좋아해요. 그러다 보니 말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하는 데 시간을 쏟는 편입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을 거친 웹사이트들은 사실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기술을 응용한 결과예요. 코드만 보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을 정도죠. 이것들이 파격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그래픽보다는 말 때문일 겁니다.
수차례 밝혀왔듯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웹 디자인 에이전시가 아닙니다. 저는 웹사이트를 디자인한다기보다 그저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방식으로 글을 쓰고 편집한다고 생각해요. 그 결과물 가운데 하나가 웹사이트인 거죠. 그게 용케도 누군가의 욕망에 부합하는 거고요. 많지는 않지만 이런 방식을 사랑해주시는 고객들 덕에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지금까지 근근이 생존할 수 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