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2015년 이래 진행한 길고 짧은 인터뷰를 꼼꼼히 정리한 뒤 다시 무작위로 늘어놓은 「자주 하는 질문」을 통해 회사 또는 운영자에 관한 궁금증이 모쪼록 해소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단, 질문의 시기에 따라 현재와 다른 사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편, 질문의 어조에 따라 언급한 인물에 대한 존칭을 생략하기도 했습니다. 「자주 하는 질문」을 섭렵한 뒤에도 궁금증이 도무지 해소되지 않는다면 [email protected] 앞으로 소상히 말씀해주세요.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인정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단, 답장은 이메일 대신 언젠가 「자주 하는 질문」에서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지오시티에 접속해보려 계속 시도했는데 아무래도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아니면 제 컴퓨터 탓인가요?
컴퓨터는 잘못이 없습니다. 문제는 우리, 즉 인간에게 있죠. 지오시티는 2009년 느닷없이 사라졌습니다. 지금은 네오시티(Neocities)가 그 역할을 맡고요. 이처럼 웹사이트는 매체인 동시에 느닷없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 웹 2.0 시대가 열렸죠. 블로그와 소셜 미디어의 등장은 모두를 창작자로 만들었습니다. 마이스페이스(MySpace)에서는 누구나 자신만의 음악을 공유할 수 있었고, 위키백과(Wikipedia)에서는 모두 지식의 공동 생산자로 거듭났고요. 일상이 예술이 되고, 모든 이가 예술가가 되는 시대. 보들레르가 말한 ‘현대성’의 디지털 버전이랄까요? 2007년에는 아이폰의 등장으로 모바일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반응형 웹 디자인(Responsive Web Design)의 등장으로 웹사이트는 더 이상 고정된 책이 아니라 프로테우스(Proteus)같이 형태를 바꾸는 유동적인 존재로 탈바꿈했죠. 그렇게 우리의 디지털 경험 또한 근본적으로 변화했고요. 그리고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을 비롯해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등이 주도하는 새로운 시대의 문턱에 서 있습니다. 웹사이트는 더 이상 2차원의 평면이 아니라 몰입할 수 있는 3차원 공간으로 거듭났습니다. 보르헤스의 알렙처럼 작디작은 화면 속에 무한한 세계가 펼쳐지는 거죠. 이따금 위키백과에서 이런 일도 벌어지면서요.

웹사이트의 변천사를 돌아보면 기술의 발전뿐 아니라 인간의 표현 욕구와 소통 방식의 진화를 목격할 수 있습니다. 각 시대의 웹사이트는 해당 시대의 꿈과 욕망, 미학을 담은 문화적 아카이브입니다. 벤야민이 말했듯 “과거의 진정한 이미지는 휙 스쳐 지나간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수많은 웹사이트도 언젠가는 사라질 게 분명하지만 모두 우리 시대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겠죠. 오늘의 고고학자들이 도자기 파편으로 고대 문명을 연구하듯 내일의 고고학자들은 아카이브된 웹사이트를 통해 우리의 디지털 문명을 연구할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만드는 웹사이트는 후대에 어떤 이야기를 전하게 될까요? 이는 수사적 질문이 아닙니다.
최근 선보인 대안공간 루프의 웹사이트가 인상적이다.

일반적으로 갤러리 웹사이트는 콘텐츠와 구조 덕에 메타적인 전시의 형식을 띨 수밖에 없다. 대안공간 루프 웹사이트도 크게 다르지 않다. 웹사이트의 요소는 루프의 영문명(Loop)을 암시하는 동시에 여러 페이지를 오갈 수 있는 내비게이션으로 기능한다. 접속할 때마다 무작위로 바뀌는 두 번째 ‘O’는 과거 전시와 연결되는데, 방문객뿐 아니라 루프의 구성원에게 그동안 루프에 쌓인 시간을 되새기려는 의도였다. 한편,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웹사이트 제작으로 루프에 후원했다. 한국 대안 공간의 효시인 루프의 활동을 그렇게나마 응원하고 싶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첫째는, 운영자의 근무지에 기생하는, 다시 말해 근무지의 동산과 부동산을 무단 이용하는 운영 방식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이는, 실제로도 그렇지만, 형식적으로도 운영자가 민구홍 매뉴팩처링을 취미로 삼을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해줍니다. 둘째는 리코타 치즈를 중심으로 한 음식 사업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리코타 치즈는 제작하기 상대적으로 어렵지 않고, 맛있는 데다가 아주 하야니까요. 물론 계획이란 게 언제나 그렇듯 수정되거나 무기한 연기될 여지는 얼마든지 있습니다.
웹사이트에서 콘텐츠를 다루는 방식에서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전략은?
영업 비밀이 드러날 수 있으므로 자세히 밝히기는 곤란하지만, 좋아하는 몇 가지 방식을 소개할 수는 있겠다. 하나는 ‘화면 가운데에 맞춘, 화면 너비에 크기가 비례하는 글자’다. 타이포그래피의 여러 강조법 가운데 특히 ‘가운데 맞추기’를 좋아하는데, 가장 단순하면서 효과적인 강조법이라는 생각에서다. 특히 화면 가운데 놓이면 어떤 권위를 생기기도 한다. 좋아하는 만큼 즐겨 사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범용적인 스타일을 구축한 뒤에는 콘텐츠 자체에 관해서만 고민할 수 있다.

또 하나는 ‘무작위’다. 웹사이트에 접속할 때마다 새로운 또는 생경한 느낌을 주려는 의도다. 가나다순, 알파벳순, 게시 날짜 역순 등 기본적인 콘텐츠 정렬 순서 탓에 눈에 잘 띄지 않는 콘텐츠를 위한 장치이기도 하고, 수많은 디자인적 선택에 따른 책임을 함수(function), 즉 컴퓨터에 전가하려는 태도이기도 하다.



‘최소 입력, 최대 출력’을 지향한다. 즉, 콘텐츠를 굳이 여러 페이지로 나누기보다 한 페이지 안에서 기본적인 열람 방식인 상하 스크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다. 사용자의 클릭이나 터치 또한 노동력이 필요하므로 이를 최소화하려는 의도다.


콘텐츠를 한 화면에 배치하기보다 레이어별로 세분화하고, 여기에 모션이나 시퀀스를 부여하는 등 시간이라는 요소를 도입하기도 한다.

웹 브라우저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콘텐츠는 반드시 웹 브라우저의 주 화면에만 놓이지 않는다. 예컨대 제목 표시줄이나 패비콘(Favicon), 웹 조사기를 활성화한 뒤에 볼 수 있는 소스 코드나 콘솔(console) 화면 또한 웹사이트의 일부분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도메인, 즉 웹사이트 주소 또한 웹사이트에서 파생된 콘텐츠다. 김뉘연과 전용완의 웹사이트 주소(http://kimnuiyeon.jeonyongwan.kr)가 좋은 보기다. 도메인은 크게 주 도메인(main domain)과 보조 도메인(subdomain)으로 나뉘는데, 보조 도메인(김뉘연)은 주 도메인(전용완) 없이 성립할 수 없고, 보조 도메인(김뉘연) 없이 주 도메인(전용완)만으로는 웹사이트에 접속할 수 없다. 듀오로 활동하는 생산자의 웹사이트에 개념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적합한 도메인 형태 아닐까 싶다. 게다가 그 덕에 조금 길긴 하지만, [email protected](김뉘연)과 [email protected](전용완) 같이 아주 근사한 이메일 주소가 탄생했다.

한편, 일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함께 일하는 사람에 관해서도 알게 되고, 나아가 일을 통해 그에게 깜짝 선물 같은 걸 건네고픈 생각이 들기도 한다. 웹사이트 어딘가에 이스터에그처럼 서로만 알 수 있는 특정 요소를 굳이 숨겨놓는 까닭이다. 헛웃음이나 코웃음일지라도 그가 그것을 발견하고 웃음 짓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이다. 일종의 사랑이다.
콘텐츠 매니지먼트 시스템(Content Management System, 이하 ‘CMS’)이 필요한 동적 웹사이트는 대개 워드프레스(Wordpress)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또 다른 대안은 없을까?
CMS의 가장 큰 장점은 사용자가 코드를 다룰 필요 없이 따로 마련된 페이지에서 콘텐츠를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반드시 모든 웹사이트에 CMS가 필요한 건 아니다. 한번 공개한 뒤 더는 수정할 필요가 없거나 수정의 범위가 아주 제한적이라면 오히려 HTML과 CSS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정적 웹사이트가 실용적이다. 게다가 두 언어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다.
2003년 처음 공개돼 지금까지 꾸준히 업데이트되는 워드프레스는 훌륭한 소프트웨어다. 역사가 긴 만큼 사용자도 많고, 매뉴얼도 충실하다. 이는 문제가 생겼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많다는 뜻이다. 전 세계 웹사이트 가운데 40여 퍼센트가 워드프레스 기반으로 만들어져 운영되고, 사용되는 CMS 가운데는 60여 퍼센트를 차지한다. 단, 범용성을 염두에 둔 탓에 기능이 지나치게 많아 기본적으로 용량도 크고 무거운 편이다. 모든 CMS가 그렇지만, 특정 기능을 구현하려면 추가적인 프로그래밍이 필요하고, 그럴 능력이 없다면 누군가 만들어놓은 플러그인을 막연하게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플러그인끼리 꼬이면서 웹사이트가 느려지거나 오작동하기도 한다. 워드프레스 웹사이트 하단의 “코드는 시다.(Code is poetry.)”라는 모토가 무색할 정도다.
한국에서는 여전히 웹사이트를 만드는 일이 워드프레스를 다루는 일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 워드프레스는 수많은 CMS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기술을 선택하고 사용하는 데는 조금 덜 세련된 방식과 조금 더 세련된 방식이 있을 뿐 정답은 없다. 한국에 비교적 덜 알려진 CMS 가운데는 표준 메타데이터 요소의 집합인 더블린 코어(Dublin Core)를 지원하는 ‘오메카(Omeka)’를 주목할 만하다.

최근 미국 뉴욕의 908A의 강이룬과 농담 삼아 미술 및 디자인계의 콘텐츠 생산 및 소비 방식에 특화된 CMS를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는데, 이처럼 조금 더 적극적인 모델도 있다. 즉, 자신에게 적합한 CMS를 직접 개발하는 방식이다. 한때 국내외를 막론하고 그래픽 디자인계에서 널리 사용된 대니얼 이톡(Daniel Eatock)의 ‘인덱시비트(Indexhibit)’가 좋은 보기다. 그밖에 링크드 바이 에어(Linked by Air)에서는 ‘이코노미(Economy)’를, 에어리어17(Area17)에서는 ‘트윌(Twill)’을, 라부드(Labud)는 ‘포레스트’(Forest)를 개발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자체적으로 오픈 소스를 커스터마이징한 ‘매니지먼트(Management)’를 사용한다. 이에 관해서는 따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아니, 회사의 고객으로서 실제로 사용해보는 게 가장 좋다.

서울시립대학교 학생입니다. ‘새로운 질서’를 만들게 된 까닭은 무엇인가요?
“어떤 대상을 좋아하고, 급기야 사랑하게 되면 그 아름다운 마음을 주위와 나누고 싶게 마련이다.” 제가 수학한 시적 연산 학교의 마지막 수업은 자신만의 학교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선생의 역할은 맹목적인 학생을 만드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선생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첫 시간부터 그냥 이름을 부르는 식으로 호칭을 정리하죠. 누군가를 ‘선생님’으로 부르는 순간 어떤 위계가 생기고, 그런 위계는 뭔가를 가르치거나 배우는 데, 즉 나누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소비자로서는 웹사이트가 너무나도 익숙하지만, 생산자로서는 대개 새로운 매체입니다. 세련된 툴바가 아닌 모두 글자로 하나하나 해야 하는 까닭에 자신의 작업 과정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죠. 디자이너라면 모름지기 처음부터 책을 한 권 만들어봐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상황이 디자인을 할 때 마주하게 되는 많은 변수를 포함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웹사이트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또 다른 경험을 하게 합니다.
올해 가장 자주 신은 스니커즈는?
thisisneverthat 박인욱 대표님께 선물 받은 뉴발란스 992. 어쩌다 보니 평소 신어온 신발보다 반 치수 큰데, 외출할 때마다 습관처럼 신다 보니 놀랍게도 신발에 맞게 발이 커지고, 키 또한 조금 자란 느낌이다. 선물이 가져다준 행복의 놀라운 힘일까? 건강 또는 미용상의 이유로 사지연장술을 고민하는 독자가 있다면 모쪼록 참고하기 바란다.
‘그래픽 디자인 교육’ 특집인 만큼 민구홍 님이 수학한 시적 연산 학교에 관해 묻고 싶습니다. 시적 연산 학교에 가기로 결심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학교에 기대하는 바는 무엇이었는지, 민구홍 님은 어떤 학생이었는지, 나아가 기대와 현실의 차이가 있었는지 알려주세요.
안그라픽스에서 일한 지 5년째 되던 해였어요. 대학교를 졸업하기 전부터 우연히 홍익대학교 안상수 선생님 연구실(일명 ‘날개집’)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고, 자연스럽게 안그라픽스에 취업한 뒤 사실 쉬어본 적이 없었죠. 휴식이 필요했던 것 같아요. 일하는 게 지루해지기도 했고요. 이런 와중에 우연히 미국 뉴욕의 시적 연산 학교(School for Poetic Computataion, SFPC)에서 여름 학기 학생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접했죠. 관심이 생긴 건 순전히 학교 이름 때문이었어요. 서로 어울리지 않을 법한 어휘인 ‘시적’과 ‘연산’이 어우러진 점이 근사했죠. 학교 이름이 대학교에서 문학(시)을 공부하고, 꼬마 때부터 컴퓨터를 좋아한 제 모습과 얼마간 포개지기도 했고요. 학교 웹사이트를 둘러보며 조금 이상한 학교라 생각했어요. “우리의 모토는 다음과 같습니다. 더 많은 시, 더 적은 데모.” 갸우뚱한 동시에 호기심이 생겼죠. 평소에 좋아하던 미국의 시인이자 우부웹(UbuWeb)의 운영자인 케네스 골드스미스(Kenneth Goldsmith)가 출강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고요. 그를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정작 가보니 제 생각보다 훨씬 이상했어요. 시적 연산 학교는 2013년 미국 뉴욕에 설립된 대안 예술 학교입니다. 소수의 학생과 교수진이 긴밀히 협력해 예술을 중심으로 코드, 디자인, 하드웨어, 이론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구하죠. 모든 것을 처음부터 하나하나 알려주는 ‘친절한’ 학교는 아니었어요.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유도하며, 일주일 내내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업이 이어졌죠. 일반 대학교와 견주면 2년 정도에 해당하는 과정일 거예요. 케네스 골드스미스는 만나지 못했습니다. 2023년 현재 시적 연산 학교의 수업은 온라인으로 운영됩니다.
실내 클라이밍 애호가입니다. 저 같은 사람이 이용할 만한 제품이 있을까요?

물론 있습니다. BEM에서 판매 중인 「『레인보 셔벗』 포스터 속 인물 티셔츠」 어떨까요? 패션 브랜드 예스아이씨 디렉터 가운데 한 분이 클라이밍장에서 즐겨 입는다고 합니다. 같은 차림으로 함께 운동하면 몸뿐 아니라 마음 또한 두 배로 건강해지지 않을까요?

같은 티셔츠처럼 보이지만, 전혀 다른 효과를 발휘하는 「민구홍 매뉴팩처링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배경 화면 티셔츠 또한 고려해보시기 바랍니다.
온라인 출판물과 오프라인 출판물, 즉 웹사이트와 종이 책은 어떻게 섞일 수 있을까?
가능하다면 이 질문에는 또 다른 질문으로 답하고 싶다. 종이 책과 웹사이트가 섞일 필요가 있을까? 본디 웹사이트는 과학자들끼리 논문을 효율적으로 공유하기 위해 발명됐다. 논문에서 각주, 방주, 미주에 불과한 정보는 파란색 밑줄이 그어진 하이퍼링크(hyperlink) 덕에 클릭이나 터치 한 번으로 열람할 수 있는 ‘진짜’ 정보가 됐다. 웹사이트는 종이 책에서 비롯해 종이 책의 부족한 점을 보완한 결과물이다. 즉, 진화한 종이 책이다. 따라서 종이 책과 웹사이트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려 하면 질문은 공회전할 수밖에 없다.
내가 생각하는 종이 책의 귀중한 유산은 종이 자체보다는 종이 위, 즉 제한된 평면에서 콘텐츠를 소개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에는 필사가, 편집자, 디자이너, 인쇄인, 인지과학자 등 수많은 전문가의 성공과 실패가 쌓여 있다. 그 덕에 우리는 콘텐츠와 눈의 거리에 따른 적절한 글자 크기를, 그에 따른 적절한 글줄 길이를, 그에 따른 적절한 글줄 수를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이 점을 생각하면 웹사이트뿐 아니라 많은 매체에서 이 방식이 재현되거나 활용되는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아주 먼 미래에 종이 책은 사라질지 몰라도 이 방식만큼은 변함없지 않을까.
현재 DDDD에서 「바이러스 시뮬레이터」(2020)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기존 제품이 회사를 소개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이번 제품은 코로나19라는 신종 감염병을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민구홍 매뉴팩처링에도 변화가 있었나요?
민구홍 매뉴팩처링에 회사 소개는 여러 방식으로 이뤄집니다. 때로는 자연스럽게, 때로는 노골적으로, 때로는 느닷없이, 때로는 누군가의 명성에 기대. 이 제품은 회사를 소개하는 일 또한 수행합니다. 제품 속 세계에서 꽃, 나무, 돌멩이, 인간, 체리 사이에 민구홍 매뉴팩처링(Min Guhong Mfg.)이 놓였을 뿐이지만요. 코로나19 이후에는 특히 오프라인 전시가 취소된 미술관 등에서 제품이나 기술 지원에 관한 문의가 늘었습니다. 1인 회사인 탓에 응대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민구홍 매뉴팩처링 이메일 응대 지침」에 따라 성심성의껏 임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 아른험에서 원격으로 근무하던 한국인 유학생 인턴이 귀국해 회사의 숙주인 워크룸에서 한 달 동안 지내기도 했죠. 지금은 제주도로 출장을 간 상태입니다.
회사의 첫 번째 제품인 「회사 소개」에는 회사에서 하지 않는 일 서른일곱 가지가 알파벳순과 가나다순으로 나열돼 있습니다. 당시 회사의 주 업무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인가요?
지금도 그렇습니다. 또한 모름지기 회사라면 무엇을 하기보다 하지 말아야 하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별 근거 없는 신념도 어느 정도 작용했습니다. 각 항목은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비트코인(Bitcoin)으로 후원금을 모금하지 않습니다.”를 포함해 여전히 유효합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 회사를 소개하는 데 소셜 미디어를 활용하지 않는 이유와 관련이 있을까요?

몇 번 시도해봤지만 아무래도 지나치게 몰입하게 됩니다. 남들에게 주목받기 위해 공연한 이야기를 하게 되고요. 꼬마 때부터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경험한 바예요. 처음에는 재미있지만 나중에는 결국 그만두게 되더라고요. 그럼에도 실용성을 따지면 완전히 멀리할 수는 없기에 결국 소셜 미디어, 특히 인스타그램에서도 워크룸의 계정에 기생하기로 했죠. 팔로워 수도 적지 않은 만큼 파급력도 무시할 수 없고요. 이처럼 누군가의 명성에 기대는 것도 회사를 소개하는 방식 가운데 하나입니다.
일반적인 웹사이트는 정보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돼 있습니다. 반대로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 선보이는 웹사이트는 정보가 파편화되거나 효과에 가려져 있거나, 또는 시간에 따라서 서서히 나타나기도 하는데요, 이런 형식을 취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마우스의 위치에 따라 효과가 변하는 인터랙티브 요소도 흥미롭습니다. 이런 디자인을 선보이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파격이란 건 익숙함이 있기에 성립할 수 있겠죠. 제 욕망 때문이라기보다는 그게 콘텐츠에 부합하는 방식이라는 생각. 디자인은 웹 초창기에 이미 존재했어요. 제게는 아주 평범한 모습이죠. 웹이라는 기술이 소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었죠. 기술도 부족하고 시각적인 규칙도 성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결과물은 제각각이었어요.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기술을 거친 웹사이트들은 파격적인 시도라기보다는 잠시 잊힌 평범한 웹을 변주하거나 재해석한 결과에 가까워요.
슬기와 민의 최성민 선생님 권유로 미국의 전설적인 그래픽 디자이너 밥 길(Bob Gill)의 『이제껏 배운 그래픽 디자인 규칙은 다 잊어라. 이 책에 실린 것까지.』를 번역한 적이 있는데, 이 책에는 “흥미로운 말에는 시시한 그래픽이 필요하다. 시시한 말에는 흥미로운 그래픽이 필요하다.”라는 구절이 나와요. 말과 그래픽이 조응하는 데는 균형이 필요하다는 뜻이죠. 저는 그래픽보다 말이 흥미로운 걸 좋아해요. 그러다 보니 말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하는 데 시간을 쏟는 편입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을 거친 웹사이트들은 사실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기술을 응용한 결과예요. 코드만 보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을 정도죠. 이것들이 파격적으로 느껴지는 것도 그래픽보다는 말 때문일 겁니다.
수차례 밝혀왔듯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웹 디자인 에이전시가 아닙니다. 저는 웹사이트를 디자인한다기보다 그저 제가 좋아하고 잘하는 방식으로 글을 쓰고 편집한다고 생각해요. 그 결과물 가운데 하나가 웹사이트인 거죠. 그게 용케도 누군가의 욕망에 부합하는 거고요. 많지는 않지만 이런 방식을 사랑해주시는 고객들 덕에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지금까지 근근이 생존할 수 있었죠.
웹사이트나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일, 나아가 코딩이 글쓰기와 다르지 않다고 밝혀왔다. 워드프로세서로 어떤 프로그램을 사용하는가?
글쓰기의 결과물이 일반적인 글이어야 한다면 iA 라이터를, 여기에 편집자 등과 협업해야 한다면 구글 문서를 사용한다. 웹사이트나 비디오게임, 구글 크롬 확장 프로그램 같이 일반적인 글일 필요가 없다면 서브라임 텍스트를 사용한다. 모두 별다른 설정 없이 글쓰기 자체에 집중할 수 있고, 가볍고 빠르게 작동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사정상 거절했지만, iA 라이터를 제작하는 iA로부터 프로그램의 한국어판을 위해 한국어에서 사용되는 진부한 표현을 조사해달라는 의뢰를 받기도 했다. 입력한 글에서 진부한 표현을 감지해 흐리게 표시하려는 의도였는데, 진부함은 진부함 나름대로 누구에게나 익숙하다는 점에서 실용적이다. 「자주 하는 질문」 속 문장 또한 뜯어보면 진부한 문장 구조로 이뤄져 있지 않은가? 게다가 진부함 덕에 낯섦이나 파격으로 받아들여질 법한 시도가 유의미해지기도 한다.
전염병 탓에 느닷없이 온라인 전시가 늘어났습니다. 전시 웹사이트를 디자인하는 작업은 어떻게 다를까요? 또 온라인 전시의 한계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온라인에 최적화한 디지털 작품이 아닌 이상 온라인 전시는 오프라인을 능가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VR이나 AR 같은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짐을 싸고 공항으로 향하는 경험부터 여행인 점을 생각하면 온라인에서는 오프라인의 비가시적인 경험이 삭제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저는, 특히 전시에서는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책장을 넘기는 효과를 재현하는 데 온갖 기술을 도입한 초창기 이북을 생각해보세요. 잠깐의 신기함뿐이었죠. 콘텐츠가 웹에 놓인다면 웹이라는 기술이 지닌 고유한 특성을 콘텐츠와 접목하는 게 중요합니다. 사실 쉬운 일은 아니죠. 할 수 있는 게 무궁무진하니까요.
웹사이트가 전통적인 인쇄 매체, 즉 포스터나 리플릿, 도록 같은 역할만 수행한다면 (즉, 마지막 단계에서 모든 것을 갈무리할 뿐이라면) 웹이 지닌 수많은 가능성을 포기하는 꼴이에요. 웹을 전시에 최대한 활용하려면 맨 앞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해 전반을 이끄는 플랫폼으로 삼는 거예요. 웹사이트 안에서 모든 활동이 일어나고, 축적되고, 예상하지 못한 버그가 튀어나오고, 관객은 이런 상황을 실시간으로 관람하거나 참여하고, 그 자체로 자연스럽게 결과물이 드러나고, 하나의 경험을 생성하는 거죠. 이는 인쇄물의 논리가 적용되지 않는 웹의 태생적 속성에서 비롯합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전염병 때문에 온라인 전시가 불가피해졌지만,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팬더믹 때문에 잠시 유행했다가 가라앉는 게 아닌, 웹 디자인이라는 새로운 영토를 찾은 것으로 생각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더욱 파고들고 경작할 수 있는 분야가 되었으면 해요. 그리고 어색함 없이 그 자체로 작품으로서 인정받는 분위기까지 형성되면 더할 나위 없겠죠. 어쨌든 경험할 거리가 하나 더 늘어나는 셈이니까요.
회사를 소개할 때, 제품을 기획하거나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은?
상황에 따라 수정되거나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세칙이나 부칙을 만들게 되거나) 실행된 뒤 곧바로 폐기되지 않는 유일한 원칙은 ‘국립국어원에서 정한 한글맞춤법과 외래어표기법을 준수하는 것’입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을 소개하는 데 일조하는” 책 『레인보 셔벗』(아카이브 봄·작업실유령, 2019)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제품 소개’의 반대 개념인 ‘제품 후기’로 책을 구성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 책은 지금은 문을 닫은 전설적인 갤러리 ‘아카이브 봄’에서 열린 『레인보 셔벗』을 정리한 도록 겸 단행본이에요. 기획을 포함한 책임 편집은 최근에 일민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긴 윤율리 씨가 담당했죠.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주 고객 가운데 한 분으로, 어쩌다 보니 여름이 다가오면 함께 평양냉면을 먹는 사이가 됐어요. 도록에는 보통 작품에 관한 비평문이 실리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작품’이 아닌 ‘제품’이니 ‘비평문’보다는 ‘후기’가 어울리기 때문 아니었을까요? 저도 궁금하니 이참에 율리 씨를 한번 인터뷰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 책에서 제가 담당한 건 뒤표지였어요. 뒤표지에는 보통 책 내용을 정리한 소개문을 싣죠. 소개문은 책을 디자인하고 드물게 인쇄 과정을 감리까지 해주신 슬기와 민 선생님들께 의뢰했는데, 덕분에 근사한 소개문이 탄생했어요. “『레인보 셔벗』은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 회사를 소개하는 데 일조하는 책이다. 이런 식의 소개문 몇 줄이 들어가면 좋겠습니다. (…) 다만, 분량은 160자 정도로 제한해 주세요.” 덩달아 회사에서는 자연스럽게 선생님들의 명성에 기댈 수 있었고요. 참, 표지를 장식한 인물은 그래픽 디자이너 강문식 씨가 발견했죠.
브랜딩, 예컨대 작명 서비스도 제공하나요?
그래픽 디자이너 겸 저술가 김동신 씨가 운영하는 ‘동신사’ 외에는 아직 없습니다. 서로 자신이 앞으로 운영할 사업체를 구상할 즈음이었죠. 처음에 제안한 건 ‘김동신 매뉴팩처링’이었던 것 같습니다.
일본 가나자와에 거주하시는 큰고모 고희연을 앞두고 있습니다. 어떤 제품을 선물해드리면 좋을까요?

BEM에서 판매 중인 「민구홍 매뉴팩처링 가나 표기 지침 토트백」 어떨까요? 공원에 나들이를 가시거나 장을 보실 때 사용하실 수 있지만,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담을 수 있습니다.
코로나는 물리적인 공간에 기반을 둔 전통적인 교육 시스템마저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매주 ‘현대인을 위한 교양 강좌’를 표방하는 「새로운 질서」를 진행하는데, 오프라인 강좌라는 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오늘날 어찌 보면 반사회적이다. 다른 고등교육기관들처럼 강좌를 온라인으로 전환할 생각은 없는가?

「새로운 질서」는 웹을 이루는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컴퓨터 언어인 HTML(HyperText Markup Language), CSS(Cascading Style Sheets), 자바스크립트(JavaScript, JS)를 도구 삼아 정보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며 매체가 변화하는 국면을 주도해보는 강좌다. 그리고 다음 물음에 따로 또 같이 답해본다. “웹이 우리의 행복에 어떻게 이바지할 수 있을까?” 수강자는 대개 기존의 학교 수업이나 온라인 강좌에서 부족함을 느껴온 분들이다. 사정상 수강할 수 없는 분들을 위해 온라인 교수법을 시도해보기도 했지만, 교육은 서로 마주보고 눈을 맞추며 이뤄지는 게 좋은 것 같다. 그게 아무리 웹에 관한 강좌라 할지라도 말이다. 물론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시로 손 세정제로 손을 씻지만, 강좌가 끝난 뒤에는 늘 자기 반성의 시간이 찾아온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어떤 대상에 기생할수밖에 없는 운명이라 공공연히 밝혀왔다. 운명을 거스를 생각은 추호도 없는가? 숙주를 옮길 계획은?
2016년부터 2021년 현재까지 기생하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겸 출판사 워크룸은 민구홍 매뉴팩처링에 최적의 숙주가 됐다. 평일 가운데 4일만 출근하고, 소정 근로 시간에 맡은 업무만 무리 없이 수행하면 출퇴근도 어느 정도 자유로운 편이다. 그 과정에서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일이 워크룸의 일이 되거나 그 반대가 되기도 하고, 처음부터 별 구분 없이 진행되기도 한다. 5년 동안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해한 결과다.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만한 숙주가 또 있을까? 최근에 부족하다고 느끼는 건 허먼 밀러 에어론 체어 또는 휴먼 스케일 프리덤과 민구홍 매뉴팩처링 간판이다.
본인이 기꺼이 광고판을 자처하고 싶은 브랜드, 비밀이 아니라면 알려달라.
예상했을지 모르겠지만 민구홍 매뉴팩처링이다. 티셔츠를 제작하는 데는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 갖추지 못한 또 다른 전문성과 섬세함이 필요하다. 혹시 함께할 동업자를 추천해줄 수 있다면 감사하겠다. 티셔츠를 제작하지 않더라도 생각지 못한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과 COS 사이에 공통점이 있을까요?
생화학 무기와 도청 장비, 무엇보다 샤워 커튼을 제외하고, 좋은 제품을 제작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다른 언어를 다른 언어로 변환하는 일, 즉 번역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단행본을 번역한 적도 있는데, 자주 하는 편인가?
나 자신을 번역가로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어쨌든 내가 경험해본 바로 번역 과정은 코딩과 비슷했다. 출발어(입력)와 도착어(출력), 그 사이에 번역(함수)이 있다는 점에서.
이는 재미있게도 내가 배운, 시를 쓰는 과정과도 비슷했다. 시적 대상(입력)과 시(출력), 그 사이에 시적 인식(함수)가 있다는 점에서. 이런 생각은 시적 연산 학교(School for Poetic Computation, SFPC)에서의 경험을 떠올릴 때 더욱 분명해졌다. 내가 거기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이 아니라 주로 문학과 언어학을 배웠다고 말하는 걸 좋아하는 이유다.
웹사이트가 새로운 형태의 문학이 되는 거군요. 기존의 장르 구분을 무너뜨리고, 창작자와 수용자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면서요.
그 사실을 감지한 순간 자연스럽게 질문이 쏟아집니다. 어떻게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에서 의미 있는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어떻게 사용자의 자유로운 탐험과 작가의 의도를 조화시킬 수 있을까?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는 『열린 예술작품』(Opera Aperta)에서 독자의 해석이 작품의 일부가 되는 ‘열린 텍스트’의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어쩌면 웹사이트는 이런 ‘열림’의 극단적 형태일지 모릅니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유기체처럼요.

이 웹사이트는 가장 친한 미국인 친구 로럴 슐스트(Laurel Schwulst)를 위한 생일 선물입니다. “너 로럴 맞지?”라며 방문자가 로럴인지 계속 확인하는 이 웹사이트는 그의 생일인 3월 15일에 비로소 완성됩니다. 일차적으로는 로럴을 위한 웹사이트이지만, 반드시 로럴에게만 유용한 건 아닙니다. 즉, 로럴이 아닌 사람에게는 로럴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도구로 기능하죠.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대표 제품을 두 점 정도 소개해달라.

「회사 소개」. 열세 번째 ‘시청각 문서’로,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 하지 않는 일 서른일곱 가지를 나열했다. 홍은주·김형재 씨가 디자인하고, 영어판은 고아침 씨가 번역했다.

「장영혜 중공업 귀중」. 장영혜 중공업의 장영혜, 마크 보주(Marc Voge) 대표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으로, 장영혜 중공업을 향한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존경과 부탁 한 가지를 담았다. 형식적으로는 장영혜 중공업을 민구홍 매뉴팩처링식으로 답습했다. 단, 결과물은 어도비 플래시(Adobe Flash)나 비미오(Vimeo) 영상이 아닌 그보다 조금 더 단순하지만 기민하게 동작하는 웹 페이지로, 구절마다 글자와 배경 색이 무작위로 바뀌고, 구절마다 할당한 소리(드럼과 하이햇)가 반복되면서 심드렁한 음악을 만든다. 참고로 답장은 아직 받지 못했다. 음악 때문일까? 「장영혜 중공업 귀중」에 관해 조금 더 알고 싶다면 더 북 소사이어티 웹사이트에 실린 글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공식 웹사이트 홈페이지가 지나치게 공간을 낭비한다는 생각은 안 드시나요?

사실 웹 브라우저의 주화면은 이렇다 할 콘텐츠를 마련하지 못한 이에게 너무나도 광활합니다. 이 공간을 대관절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요? 억지로 뭔가를 채우려다 보면 옹색해지기 마련이죠. 이는 민구홍 매뉴팩처링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웹사이트를 제작하는 데 <body> 태그 속을 반드시 채워야 할까요? 회사를 소개하는 데는 웹 브라우저 상단의 주소 표시줄 속 패비콘(favicon)과 웹사이트 제목뿐이면 충분할지 모릅니다. (구글 크롬에서만 올바르게 작동합니다.) 물론 주소 표시줄까지 웹사이트로 포함할 수 있다면 말이죠. 마우스 등의 장치를 이용해 웹 브라우저 화면을 적절하게 축소하는 것 또한 방법입니다.
2020년 현재 HTML의 표준 명세인 HTML5에서 사용되는 태그 113가지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태그는 무엇인가요?
<a> 태그입니다. 하이퍼링크를 만들어 콘텐츠와 콘텐츠를 잇는 태그죠. a는 ‘닻(anchor)’을 뜻하고요. 즉, 우리가 어떤 웹사이트에서 하이퍼링크를 클릭했을 때 우리는 그곳에 닻을 내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셈입니다. 인쇄물과 웹사이트를 구별짓는 대표적인 태그이기도 합니다. 인쇄물에서 각주, 방주, 미주에 불과했던 콘텐츠는 <a> 태그 덕에 웹에서 새로운 지위를 획득했습니다. 웹을 웹답게 만드는, 웹의 산소 같은 존재가 된 거죠.
민구홍 매뉴팩처링 공식 웹사이트는 5년 동안 같은 모습을 유지합니다. 특별한 까닭이 있나요?
일반에 공개된 세계 최초의 웹사이트가 30여 년 동안 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까닭과 다르지 않습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걸쳐 이제껏 굉장히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작업은?
안그라픽스를 거쳐 워크룸에서 일하는 동안 얇게는 16쪽짜리 책에서 두껍게는 1,000쪽에 가까운 책까지 적지 않은 책을 만들어왔다. 모든 책은 웹사이트와 달리 재판(再版)하기 전까지 조금도 수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얼마간 불만족스럽다.

『생활 공작』은 미국에서 돌아온 뒤 워크룸으로 자리를 옮겨 기획한 첫 번째 책이다.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시절 미국 중앙정보국의 전신인 전략사무국에서 적지에 침투한 간첩들에게 배포한 비밀문서를 원전으로 삼는다. 책에는 불필요한 회의를 자주 열거나 퇴근할 때 불을 끄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생활 속에서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공작 방법이 소개돼 있다. 번역은 군사 전문가 홍희범 선생에게 부탁했다. 『생활 공작』은 ‘실용 총서’의 첫 번째 책이기도 한데, 이 책 외에도 지금까지 『헤비듀티』, 『히트곡 제조법』, 『실전 격투』가 출간됐다. 참고로, ‘실용 총서’의 모토는 다음과 같다. “과거에는 실용이었으나 오늘날 실용만으로 기능하지 않는, 과거에는 실용이 아니었으나 오늘날 실용으로 기능하는 자료를 발굴합니다. 실용을 곱씹게 하는 현대인의 교양 총서를 자처합니다. 아름다운 실용의 세계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패션 브랜드 thisisneverthat의 10년을 정리한 『thisisenverthisisneverthat』도 기억에 남는다. 앞서 말한 1,000쪽에 가까운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책의 많은 부분은 3,000여 가지에 달하는 제품의 목록으로 이뤄져 있는데, 다양한 항목으로 이뤄진 목록을 정리하는 도구로서 웹사이트를 요긴하게 활용했다. 웹사이트가 맨 앞에서 프로젝트를 이끈 좋은 보기다. 『타이포잔치 2021: 거북이와 두루미』의 콘텐츠도 일차적으로 웹사이트상에서 정리됐다. 두 경우 모두 웹사이트가 맨 앞에서 프로젝트를 이끌고 종이책과 함께 또 다른 결과물로 완성된 좋은 보기다.

웹사이트로 한정하면 2020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발표한 「장영혜 중공업 귀중」을 꼽고 싶다. 이 작품은 장영혜 중공업을 향한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존경과 사랑, 그리고 부탁 한 가지를 담은 편지 형식을 띤다. 그들이 주로 사용한 기술인 어도비 플래시(Adobe Flash)가 폐기된 지금 비메오(Vimeo)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기분이 궁금했는데 이 참에 묻기도 했다. 장영혜 중공업 공식 이메일로 전달했음에도 답장은 아직 받지 못했다. 처음에는 아쉽고 섭섭했지만, 이제는 다시 한번 편지를 보낼 용기가 생겼다.
앞선 사례는 콘텐츠와 기술이 온라인 전시를 기획할 때 참고할 만하겠다. 그 밖에 프로젝트에서 웹사이트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사례를 소개한다면?
웹사이트의 아름다움은 실용적으로 작동할 때 배가된다. 예컨대 웹사이트가 처음부터 프로젝트를 이끄는 경우다. 워크룸에서 패션 브랜드 디스이즈네버댓(thisisneverthat)과 작업한 ‹디스이즈네버디스이즈네버댓›(thisisneverthisisneverthat, 2020)은 사실 처음에는 예정에 없었다. 웹사이트는 단행본에 실을 3,000여 가지 항목의 정보를 정리하는 도구였다. 이미지를 포함해 제품명, 제품 코드, 종류, 색, 재질 등 여러 정보를 정리하기에 엑셀이나 구글 스프레드시트를 사용하면 데이터를 재가공하는 데 불편함이 따랐다. 처음에는 프런트엔드가 없는, 데이터베이스만을 관리하는 헤드리스(headless) CMS 같은 형태였는데, 데이터베이스가 쌓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정식 웹사이트로 확장됐다. 이와 같이 웹사이트가 전통적인 인쇄물의 역할만 수행한다면, 이는 웹사이트가 지닌 수많은 가능성을 포기하는 꼴이다.

이번 ‹타이포잔치 2021› 작업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도록에 실릴 콘텐츠 또한 일차적으로 작업 도구로 구축된 웹사이트상에서 편집됐다.


김익현, 박가희, 이미지가 기획한 «우리는 바다에서 왔다»(2021)에서는 ‘오가사와라 키트’로 부르는 와이파이 공유기를 활용했다. 우선 참여자의 이름, 거주 지역,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등을 취합해 분석하는 모객용 웹사이트를 만들고, 국내 신청자에게는 특정 링크를, 해외 신청자에게는 ‘오가사와라 키트’를 발송했다. 공항이나 스타벅스에서 인터넷에 연결하는 경험에서 착안해 본 웹사이트는 오가사와라 키트를 통해서만 접속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웹사이트 이전에 인터넷에 접속하는 행위 자체를 다뤄보려 했다.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졸업생입니다. 작품을 작동시키는 모티브는 어디에서 얻나요?
어떤 프로젝트든 결과물을 예상했을 때 반드시 필요한 것, 특히 제목에서 모티브를 찾아보려 하는 편입니다. 조금 더 정확한 뜻을 파악하기 위해 사전을 들춰보기도 하고, 관련된 경험이나 추억은 없는지 되뇌어 보기도 합니다. 그러는 와중에 거리를 걷다가 나무나 돌멩이를 보고 갑자기 뭔가 떠오를 때도 있고요. 그 과정이 적절하다면, 많은 부분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믿습니다. 예컨대 『타이포잔치 2021: 거북이와 두루미』의 경우 거북이와 두루미가 지닌 특성에 주목했어요. 거북이는 땅에서 느릿느릿 기어다니고, 두루미는 하늘을 날죠. 그렇게 웹사이트상에서 두 가지 읽기 환경을 제안했어요. ‘거북이’ 환경에서는 콘텐츠를 느긋하게 열람할 수 있도록 1단으로, ‘두루미’ 환경에서는 전체 콘텐츠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최대 6단으로 설정했죠. 제목에 관해 조금 더 이야기하면, 스스로 제목을 제어할 수 있는 개인 프로젝트에서는 제목이 영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머지가 다 마무리됐더라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기본적으로 제목이 프로젝트 자체를 규정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전체 작업 기간 가운데 제목에 공을 들이는 게 반 이상은 될 거예요.
민구홍 매뉴팩처링에는 웹 기술에 기반을 둔 제품이 적지 않습니다. 이 제품들은 일반적인 판매 방식과 달리 사용자가 원하는 만큼 기부하는 형태로, 즉 거의 무료와 다름없이 배포되는데요. 이는 개발자로서 익숙한 협업 문화나 오픈 소스 정신에 기인한 것인가요? 또는 ‘기생’이라는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운영 방식이나 홍보 전략, 또는 기술적 한계 같은 까닭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웹은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 회사를 소개하기 위해 활용하는 여러 매체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래서인지 이따금 웹 디자인 에이전시로 오해받곤 하죠.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 웹을 주로 이용하는 까닭은 다루기 쉽고, 파급력이 클 뿐 아니라 무엇보다 많은 사람이 잠들기 직전에 마주하는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공유’라는 웹의 철학에 집중해 웹의 탈중앙화를 실천하는 비커 브라우저(Beaker Browser) 같은 프로젝트가 등장했지만, 여전히 특정 서버에 세 드는 게 일반적인 웹의 특성이 회사의 주요한 생존 전략인 ‘기생’과 맞물리기도 하고요. 하지만 회사를 소개한다는 소기의 목적만 달성한다면 사실 매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전통적인 매체인 신문이나 잡지, TV나 건물의 전광판, 회화나 조각 등도 활용하고 싶습니다. 미술관이나 갤러리 등에서 회사를 소개하는 것 또한 꺼리지 않고요.
미술계에는 크게 웹사이트를 소비하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하나는 온라인 전시같이 미술을 소개하는 웹사이트다. 또 다른 하나는, 미술을 생산하는 웹사이트, 즉 미술로서의 웹사이트다. 또 다른 유의미한 구분법은 없을까?
콘텐츠를 제어하는 방식에 따라 구분하면 정적(static) 웹사이트와 동적(dynamic) 웹사이트가 있겠다. 정적 웹사이트에서 콘텐츠는 말 그대로 고정적이다. 파일을 교체하지 않는 이상 언제나 그대로다. 동적 웹사이트에서는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따라 백엔드를 통해 생성되고, 콘텐츠가 담긴 웹 페이지는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한편, 콘텐츠의 분량에 따라 구분하면 ‘포스터식 웹사이트’와 ‘넷플릭스식 웹사이트’가 있겠다. 한두 페이지만으로 이뤄진 포스터식 웹사이트는 콘텐츠의 분량이 많지 않은 경우에 적합하다. 포스터식 웹사이트에서 콘텐츠를 열람하는 방식은 스크롤이다. 콘텐츠의 분량이 많다면 넷플릭스식 웹사이트가 적합하다. 이 웹사이트는 크게 콘텐츠를 한눈에 훑어볼 수 있는 인덱스 페이지와 콘텐츠의 세부 페이지로 나뉘는데, 온라인 전시뿐 아니라 포트폴리오 등 많은 웹사이트가 여기에 속할 수 있다. 어떤 기능이 탑재되는지에 더욱 세분화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정적 웹사이트는 포스터식 웹사이트에, 동적 웹사이트는 넷플릭스식 웹사이트에 적합하겠다.

안녕하세요. 그래픽 디자이너 김재연입니다. 안그라픽스 랩 방문 당시 잠시 제안한 바를 편지에 담아 보내드립니다. 제목은 「민구홍 매뉴팩처링 귀중」입니다. 참고로,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제품 가운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영혜 중공업 귀중」의 소스 코드를 훔쳐왔습니다. 그럼 답변 기다리겠습니다.

감동적인 편지 잘 읽었습니다. (가로세로 100vw, 100vh 크기로) 좋습니다. 당장 월요일부터 출근하시면 좋겠습니다. 월요일이 공휴일이라면 화요일부터요. 그나저나 소스 코드를 훔치는 데 일가견이 있으시네요!
그래픽 디자인 듀오 슬기와 민의 소개처럼 저술가, 번역가,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등 여러 직함이 붙지만 ‘편집자’라는 직함을 고수한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하는 일들이 ‘편집’과 어떤 관련이 있나요?
출판 분야에서 ‘편집(editing)’은 교정과 교열 같은 협소한 의미로 사용되곤 하지만, 저는 편집을 창작을 포함한 행위로 간주합니다. 제가 ‘편집’이라는 행위를 처음 의식한 건 1990년대 초 컴퓨터를 처음 접하고 게임에 한창 몰입하던 시절이었어요. 흔히 ‘게임 에디터’로 통칭하던 소프트웨어를 이용하면 게임의 데이터베이스를 조작해 캐릭터의 능력치뿐 아니라 게임 자체를 수정할 수 있었죠. 즉, 제가 처음 접한 편집은 ‘어떤 공고한 틀을 그 안팎에서 지배해 국면을 제어하는 일’이었어요. 이 생각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웹사이트를 만들 때뿐 아니라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작품을 전시할 때도 편집자의 마음으로 임합니다. ‘편집자’라는 말이 주는 무미건조함도 마음에 들고요. 다만 제가 다루는 편집의 영역이 넓어지다 보니 정작 제가 담당한 책 출간이 늦어지고 있어요. 얼마 전에 출간된 『실전 격투』도 가까스로 작업했죠. 저를 이해해주시고, 아무 말 없이 기다려주시는 필자, 번역가 분들께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안부를 전하고 싶습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공식 웹사이트는 왜 이런 모양인가?
2015년 느닷없이 설립된 이래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소개’라는 행위에 이따금 우스꽝스러워 보일 만큼 섬세하고 강박적으로 천착해왔다. (회사의 첫번째 제품은 열세 번째 ‘시청각 문서’로 발표한 「회사 소개」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모든 생산 활동의 기저에 어떤 대상, 나아가 생산 주체, 즉 자신을 소개하고픈 욕망이 자리한다고 믿는 까닭이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회사’라는 형식을 전유해 이 믿음을 의식하고 양식화한 결과물로, 회사의 모든 활동은 결국 ‘소개’로 수렴한다. 회사의 공식 웹사이트는 설립과 거의 동시에 만들어졌다. 모름지기 회사라면 일단 그럴듯한 공식 웹사이트를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몇 가지 메뉴 가운데 「자주 하는 질문」은 지금까지 진행한 인터뷰를 뒤섞은 공간이다. 이곳은 회사의 포트폴리오를 얼마간 대신하기도 하는데, 이를 통해 회사가 구사하는 전략은 글쓰기에서 비롯한다는 점을 드러내려 했다. 디자인은 회사가 웹을 사랑하는 만큼 최초의 웹사이트 스타일을 본받았다. 어떤 대상에 시간이 쌓이다 보면 디자인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아우라가 풍긴다. 최초의 웹사이트 스타일을 본받아 회사가 답습하려 하는 바는 사실 이 아우라다.
TV나 라디오, 지하철이나 버스, 업무용 빌딩이나 아파트 엘리베이터 등에서 제품을 홍보할 계획은 없나요?
제품을 홍보할 때마다 “좋은 친구의 경솔한 속삭임은 차라리 모르는 게 낫죠.”라는 영국 가수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의 경구를 되새깁니다. 하지만 제품의 성격에 따라 못할 것도 없겠습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 여러 방식으로 회사를 소개하는 데 주력하는 이유와 연결되는 것 같다.
정확하다. 소개는 반드시, 그리고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니 그 일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스물다섯 살의 구홍에게 사치였던 물건이나 시간이 있었나요?
이제껏 제가 거쳐온 시간은 대개 당시의 제가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모두 사치였던 것 같아요. 사치라는 건 감당하기 어려운 선물 같은 거니까요. 지금 어떤 건 감당하는 데 성공해 온전히 제 것이 됐고, 어떤 건 실패해 여전히 사치인 상태고요. 그렇다고 사치라는 게 과연 피해야 하는 걸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사치를 마음껏 누릴 줄 알았던 게 다행인지 몰라요.
민구홍 매뉴팩처링을 운영하며 디자인 전공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알려주세요.
없었던 것 같아요. 있었더라도 어려운 점은 금방 잊는 편입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이 어떤 회사인지 여전히 오리무중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