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하는 질문

일러두고픈 말이 있다면?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2015년 이래 진행한 길고 짧은 인터뷰를 꼼꼼히 정리한 뒤 다시 무작위로 늘어놓은 「자주 하는 질문」을 통해 회사 또는 운영자에 관한 궁금증이 모쪼록 해소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단, 질문의 시기에 따라 현재와 다른 사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편, 질문의 어조에 따라 언급한 인물에 대한 존칭을 생략하기도 했습니다. 「자주 하는 질문」을 섭렵한 뒤에도 궁금증이 도무지 해소되지 않는다면 [email protected] 앞으로 소상히 말씀해주세요.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인정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단, 답장은 이메일 대신 언젠가 「자주 하는 질문」에서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2015년 회사를 설립하면서 발표한 「회사 소개」에서 밝힌 서른일곱 가지 일은 앞으로도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10년 만에 민구홍 매뉴팩처링 웹사이트를 리뉴얼했다. 이 또한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제품’인가? 그리고 이번 작업에서 중점을 둔 것은?

리뉴얼보다는 중간 점검에 가깝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제품처럼 보이는 것도 제품이지만, 제품처럼 보이지 않는 것, 예컨대 글자, 구절, 문장, 문단, 글, 실행되지 않은 계획, 심지어 길가에 버려진 농구공과 그 옆에 놓인 돌멩이마저 제품이 된다. ‘제품’이라 부르기만 한다면 말이다. 한편, 이 작업에서는 다음을 모토로 삼았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면 과거를 편집할 수밖에 없다.”

이제는 안그라픽스 랩이 기생지가 되었군요! 웹을 생각하면서 웹 브라우저의 중요성을 종종 잊곤 하는데, 웹 ‘출판’도 이미 주어진 틀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출판’을 위한 작업을 할 때, 온라인과 오프라인 각각에서 어떠한 자유와 한계를 느끼며 작업하는지 궁금합니다.

10여 년 동안 종이책과 웹사이트를 편집해온 바로 오프라인 출판은 핑퐁 게임과 비슷합니다. 생산자의 역할은 크게 편집과 디자인으로 나뉘고, 서로 콘텐츠를 탁구공 삼아 주고받으며 결과물을 완성하죠. 반대로 온라인 출판, 즉 웹사이트는 저 한 사람이 거의 모든 것을 총괄합니다. 혼자 벌이는 핑퐁 게임이랄까요? 이 과정은 제게 글쓰기와 같습니다. 텍스트 에디터상에서 코딩, 즉 글을 쓰면서 시작해 트러블슈팅(troubleshooting), 즉 퇴고로 끝나니까요.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결과물의 구조적 질서, 시각적 질서, 기능적 질서까지 고려하게 되고요. 이 글쓰기의 끝에는 반드시 웹사이트만 있는 건 아닙니다. 공장에서 제품이 컨베이어벨트를 지나며 차곡차곡 조립되는 것처럼 과정이 분명하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아주 엉망진창입니다. 글쓰기 또는 웹처럼요.

민구홍 매뉴팩처링에는 웹 기술에 기반을 둔 제품이 적지 않습니다. 이 제품들은 일반적인 판매 방식과 달리 사용자가 원하는 만큼 기부하는 형태로, 즉 거의 무료와 다름없이 배포되는데요. 이는 개발자로서 익숙한 협업 문화나 오픈 소스 정신에 기인한 것인가요? 또는 ‘기생’이라는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운영 방식이나 홍보 전략, 또는 기술적 한계 같은 까닭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웹은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 회사를 소개하기 위해 활용하는 여러 매체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래서인지 이따금 웹 디자인 에이전시로 오해받곤 하죠.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 웹을 주로 이용하는 까닭은 다루기 쉽고, 파급력이 클 뿐 아니라 무엇보다 많은 사람이 잠들기 직전에 마주하는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공유’라는 웹의 철학에 집중해 웹의 탈중앙화를 실천하는 비커 브라우저(Beaker Browser) 같은 프로젝트가 등장했지만, 여전히 특정 서버에 세 드는 게 일반적인 웹의 특성이 회사의 주요한 생존 전략인 ‘기생’과 맞물리기도 하고요. 하지만 회사를 소개한다는 소기의 목적만 달성한다면 사실 매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전통적인 매체인 신문이나 잡지, TV나 건물의 전광판, 회화나 조각 등도 활용하고 싶습니다. 미술관이나 갤러리 등에서 회사를 소개하는 것 또한 꺼리지 않고요.

코로나는 물리적인 공간에 기반을 둔 전통적인 교육 시스템마저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매주 ‘현대인을 위한 교양 강좌’를 표방하는 「새로운 질서」를 진행하는데, 오프라인 강좌라는 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오늘날 어찌 보면 반사회적이다. 다른 고등교육기관들처럼 강좌를 온라인으로 전환할 생각은 없는가?

「새로운 질서」는 웹을 이루는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컴퓨터 언어인 HTML(HyperText Markup Language), CSS(Cascading Style Sheets), 자바스크립트(JavaScript, JS)를 도구 삼아 정보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며 매체가 변화하는 국면을 주도해보는 강좌다. 그리고 다음 물음에 따로 또 같이 답해본다. “웹이 우리의 행복에 어떻게 이바지할 수 있을까?” 수강자는 대개 기존의 학교 수업이나 온라인 강좌에서 부족함을 느껴온 분들이다. 사정상 수강할 수 없는 분들을 위해 온라인 교수법을 시도해보기도 했지만, 교육은 서로 마주보고 눈을 맞추며 이뤄지는 게 좋은 것 같다. 그게 아무리 웹에 관한 강좌라 할지라도 말이다. 물론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수시로 손 세정제로 손을 씻지만, 강좌가 끝난 뒤에는 늘 자기 반성의 시간이 찾아온다.

한편, 사진, 영상 등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면 그것을 처음 의도와 달리 활용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웹사이트에서는 어떤가요? 일찍이 민구홍 매뉴팩처링이 빚진 대상이 있을 것 같아요.

1990년대 말, 넷 아트(net.art)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에게 코드로 만든 예술은 그저 낯설기만 했습니다. “이게 예술인가요?”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이 남성용 소변기를 전시장에 들여놓았을 때 사람들이 보인 반응과 비슷했죠. 특히 올리아 리알리나(Olia Lialina)의 「내 남자친구가 전쟁에서 돌아왔다」(My Boyfriend Came Back from the War) 같은 작품은 당시에는 생소했지만, 지금은 넷 아트의 고전으로 인정받습니다. 넷 아티스트들은 웹사이트를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닌 작품 그 자체로 활용했죠. 그렇게 기술적인 HTML의 구조, 하이퍼링크의 비선형성, 인터넷의 상호작용성은 예술적 도구로 거듭났습니다. 관람객은 클릭을 통해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이는 전통적인 서사 구조를 해체하고, 독자를 공동 창작자로 끌어들이는 혁신적인 시도였죠. 즉, 넷 아트는 완성태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관객의 참여를 통해 계속해서 새롭게 태어납니다. 잠깐 ‘JODI’라는 예명으로 활동한 예술가 듀오 조안 힉맨(Joan Heemskerk)과 디르크 패스만스(Dirk Paesmans)의 작품 「wwwwwwwww.jodi.org」를 살펴보면 어떨까요?

스물다섯 살의 구홍에게 위기는 어떤 모습이었나요? 언제 위기를 느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스물다섯 살 때는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2009년입니다. 2007년 여름에 입대했으니, 전역하고 바로 복학한 시점일 거예요. 우연한 기회에 홍익대학교 안상수 선생님을 만나 선생님 연구실인 ‘날개집’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던 때입니다. 사실 위기를 인식하려면 대개 어떤 정답을 기준으로 삼고, 자신의 지금을 가늠하고, 그 둘 사이에서 불안감을 감지해야 할 텐데, 저는 별 생각 없이 지냈던 것 같아요. (그렇듯하게 포장하면, 어떤 정답이란 게 늘 의심스러웠죠.) 별 생각이 없었으니 위기라는 것도 없었고, 심지어 별 생각이 없는 것조차 불안하지 않았죠.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위기라는 건 누군가 만들어놓은 언어의 틀, 언어의 심연에 발을 담글 때 나도 모르게 젖어드는 것 같아요.

한편,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여러 방식으로 회사, 즉 민구홍 매뉴팩처링 자체를 소개하는 데 주력”한다고 하는데, ‘소개’에 천착하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모든 생산 활동의 기저에는 어떤 대상, 나아가 자기 자신을 소개하고픈 욕망이 있습니다. 이 욕망 앞에서는 이우환 선생님이나 버질 아블로, 마포평생학습관에서 첫 개인전을 연 미술가는 서로 다를 게 없죠. 게다가 소개는 절차상 반드시, 그리고 어차피 해야 할 일이죠. 그 일에만 집중하더라도 이야기는 시작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소개가 문제적인 까닭입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이 욕망을 조금 더 의식하고 양식화한 결과물이에요. 김창열 선생님에게 탐구해야 할 대상이 ‘물방울’이었다면, 민구홍 매뉴팩처링에는 ‘소개’인 셈이죠.

이런 웹사이트를 선물받는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매년 생일이 기다려질 것 같아요. 그렇다면 웹사이트를 만드는 데 한계는 없을까요?

웹사이트를 예술적 매체로 바라보는 관점은 흥미로운 동시에 여러 도전과 마주합니다. 이는 기술과 예술, 상업성과 창의성, 접근성과 실험성 사이의 긴장을 낳지만, 이 긴장은 웹사이트를 더욱 풍부하고 다채로운 매체로 만들어주죠.

이제 웹사이트가 무엇인지 조금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시 질문해보고 싶어요. 설령 같은 답이 돌아오더라도요. 대관절 웹사이트란 무엇인가요?

글쎄요. 어쨌든 우리는 그곳을 ‘웹사이트’라 불렀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 말이 사전적으로 규정하는 바는 조금 협소해 보입니다. 웹사이트의 내일은 기술과 인간이 만나는 지점에 있습니다. 여전히 웹사이트는 정보와 예술, 기술과 인문학이 어우러진 공간이 될 테고, 우리는 이곳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새로운 사고방식을 발전시키며 우리가 존재하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요? T.S. 엘리엇의 말마따나 “우리는 출발점으로 돌아와 그곳을 처음으로 알게 된다.” 우리가 웹사이트를 통해 마주하는 경험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끝없는 디지털 공간을 배회하다 보면 우리가 알게 되는 건 결국 나 자신, 나아가 우리겠죠.

구홍의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생각이 있으신가요?

없는 것 같아요. 뭐가 맞고 뭐가 틀리다는 생각 자체를 별로 하지 않는 편이에요. 살다 보면 조금 전까지 당연히 맞다고 생각한 게 몇 분 뒤 당연히 틀린 게 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일어나잖아요. 질문과 비슷한 제목의 영화가 2015년에 개봉했는데, 아마 그게 제가 마지막으로 본 홍상수 감독의 영화일 거예요. 제가 오직 맞다고 생각하는 건 맞음과 틀림이 없음을 맞다고 생각하는 게 틀림없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즉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소개할 수 있게 됐다고 보면 될까. 그런데 처음에는 완전히 반대(무엇을 하지 않는지)였다. 왜 그랬던 건가? 좀 더 구체적으로 밝힌다면?

「회사 소개」는 일종의 선언문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선언문들이 풍기는 엄정함과는 거리가 있다. 회사를 만들었으니 소개는 해야겠는데, 무엇을 하는 게 좋을지 몰랐던 내게는 그만한 차선책이 없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무엇을 하는지, 하지 않는지가 아니라 규정하는 것 자체에 있다. 그리고 일단 운신의 폭을 넓히는 데는 무엇을 하지 않는 쪽을 규정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이 숙주를 떠나 독립할 가능성이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없습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숙주를 떠나는 순간 폐업할 수밖에 없는 운명입니다. 수많은 요청에도 사업자 등록증을 발급받지 않은 까닭입니다. 코로나19 이후 많은 산업의 기반이 흔들리는 오늘날 회사가 생존할 가능성을 키우는 마지노선입니다.

말이 나왔으니, 최근 네이버 디자인과의 인터뷰에서 HTML과 CSS를 한국어, 영어, 일본어 다음으로 잘 다루는 언어라 밝힌 바 있다. 웹사이트를 만드는 과정에서 두 언어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HTML은 콘텐츠에 개념적인 구조와 맥락을 부여하며 현재 총 113가지 태그(tag)를 지원한다. 이를 통해 웹 브라우저는 콘텐츠에서 무엇이 제목이고, 문단이고, 이미지고, 캡션인지 파악한다. 모든 웹 기술의 공통분모라는 점에서 HTML은 개념적으로 그래픽 디자인에서 타이포그래피에 해당한다. CSS는 HTML로 구조와 맥락을 부여받은 콘텐츠에 스타일을 부여한다. 여기서 스타일은 마이크로 타이포그래피뿐 아니라 매크로 타이포그래피, 애니메이션을 아우르며 현재 CSS가 지원하는 129가지 속성(property)으로 스타일이 만들어진다. 거칠게 말하면, 웹사이트를 만드는 일에서 중요한 부분은 결국 113가지 HTML 태그와 129가지 CSS 속성을 조합하고 편집하는 일이다. 태그와 속성이 조합되는 경우의 수는 최소로 계산해도 무한(106,559,732,167,812,574,200)에 가깝다. HTML과 CSS는 아마 가장 익히기 쉬운 언어일 것이다. 복잡한 연산을 수행하는 프로그래밍 언어는 아니지만, 탐구해 볼수록 ‘코딩이라는 글쓰기’와 관련해 생각할 거리가 적지 않다. 여기에 특정 기능이 필요하다면 프런트엔드에서는 자바스크립트(JavaScript, JS), 백엔드에서는 자바(Java), PHP(PHP: Hypertext Preprocessor), 파이썬(Python) 등의 언어가 필요하다.

30여 년이라는 시간 덕일까요? 디자인과는 무관해 보이지만 그 자체로 아우라가 느껴집니다.

바람직한 태도입니다. 어떤 대상에 아우라를 부여하는 건 디자인뿐이 아니죠. 그리고 1990년대 중반, 웹에서 움튼 새로운 공동체가 탄생했고, 특히 지오시티(GeoCities)는 이들의 커뮤니티이자 놀이터였습니다. 형광색 배경에 깜빡이는 GIF 이미지들, 방문자 카운터, 공사 중임을 드러내는 아이콘… 지금은 다소 우스꽝스럽게 보이지만 그때는 오늘날의 챗GTP(ChatGTP)처럼 최첨단이었죠. 태초의 인간이 동굴에 벽화를 그렸듯 그들은 HTML로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배운 셈입니다. 저 또한 그들 가운데 한 명이었고요.

특히 올리아 리알리나는 「버내큘러 웹」(Vernacular Web)을 통해 오늘날 웹 디자이너가 곱씹어볼 만한 초창기 웹의 미학을 꾸준히 탐구해왔습니다. “‘공사 중’ 이미지는 단순한 경고에서 웹 페이지가 계속 성장하리라는 약속의 의미로 바뀌었다. 이 이미지에는 변명과 초대가 뒤섞여 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 여러 방식으로 회사를 소개하는 데 주력하는 이유와 연결되는 것 같다.

정확하다. 소개는 반드시, 그리고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니 그 일만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가?

똑똑한 사람. 아무래도 내가 그렇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일 테다. 똑똑한 사람은 유머 감각이 있고, 유머 감각은 사람을 매력적으로 만든다. 즉, 가끔 생각나게 한다. 그리고 자신이 쓴 문장이 좋은 문장인지, 나쁜 문장인지 판단할 수 있는 사람. 물론 이는 똑똑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게다가 그런 사람은 대부분 자신을 사랑하고, 경험상 민구홍 매뉴팩처링에도 호의적이다. 그리고 예의바른 사람. 그런 사람만 회사의 고객으로 삼고 싶다.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졸업생입니다. 웹상에서 이뤄지는 국내외의 실천 가운데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이 있을까요?

웹 3.0의 대표적인 화두인 NFT(Non-Fungible Token)와 관련한 몇 가지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데, NFT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제대로 답변할 자신은 없습니다. 많은 사람이 주목하는 기술임에는 분명하지만, 러닝 커브(learning curve)가 가파른 탓에 선뜻 익히기가 쉽지 않아요. NFT를 둘러싼 커뮤니티가 초심자에게 조금 배타적이기도 하고요. 처음에는 ‘그들만의 놀이터’라 여겨지기 쉽죠. 그래서일까요? 오히려 웹 1.0을 향한 관심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아요. 다들 아시겠지만 index.html 파일 하나만으로도 웹사이트가 될 수 있듯 ‘index.html 무브먼트’ 같은 게 일어나는 상황을 즐겁게 상상하곤 합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어떤 대상에 기생할수밖에 없는 운명이라 공공연히 밝혀왔다. 운명을 거스를 생각은 추호도 없는가? 숙주를 옮길 계획은?

2016년부터 2021년 현재까지 기생하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겸 출판사 워크룸은 민구홍 매뉴팩처링에 최적의 숙주가 됐다. 평일 가운데 4일만 출근하고, 소정 근로 시간에 맡은 업무만 무리 없이 수행하면 출퇴근도 어느 정도 자유로운 편이다. 그 과정에서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일이 워크룸의 일이 되거나 그 반대가 되기도 하고, 처음부터 별 구분 없이 진행되기도 한다. 5년 동안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해한 결과다. 이런 상황을 받아들일 만한 숙주가 또 있을까? 최근에 부족하다고 느끼는 건 허먼 밀러 에어론 체어 또는 휴먼 스케일 프리덤과 민구홍 매뉴팩처링 간판이다.

웹사이트가 새로운 형태의 문학이 되는 거군요. 기존의 장르 구분을 무너뜨리고, 창작자와 수용자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면서요.

그 사실을 감지한 순간 자연스럽게 질문이 쏟아집니다. 어떻게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에서 의미 있는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어떻게 사용자의 자유로운 탐험과 작가의 의도를 조화시킬 수 있을까?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는 『열린 예술작품』(Opera Aperta)에서 독자의 해석이 작품의 일부가 되는 ‘열린 텍스트’의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어쩌면 웹사이트는 이런 ‘열림’의 극단적 형태일지 모릅니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유기체처럼요.

이 웹사이트는 가장 친한 미국인 친구 로럴 슐스트(Laurel Schwulst)를 위한 생일 선물입니다. “너 로럴 맞지?”라며 방문자가 로럴인지 계속 확인하는 이 웹사이트는 그의 생일인 3월 15일에 비로소 완성됩니다. 일차적으로는 로럴을 위한 웹사이트이지만, 반드시 로럴에게만 유용한 건 아닙니다. 즉, 로럴이 아닌 사람에게는 로럴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도구로 기능하죠.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태(百戰不殆)‘라는 고사성어로 이 제품을 설명했는데, 이런 시나리오를 생각한 배경이 궁금합니다.

“당신은 바이러스입니다.” 「바이러스 시뮬레이터」에 등장하는 첫 문장입니다. 「바이러스 시뮬레이터」 속 세계에서 사용자, 즉 바이러스는 허약한 인간을 찾아내 모두 감염시켜야 비로소 평화를 맞이합니다. 허약한 인간을 감염시키면 “좋습니다.” 같은 격려 메시지를, 건강한 인간과 마주하면 미리 설정된 목숨이 하나씩 줄고 “건강 조심하세요!” 같은 안부 메시지를 받습니다. 하지만 메시지의 수신자는 반대로 감염되거나 감염을 피한 인간이기도 합니다. 「바이러스 시뮬레이터」는 지구의 입장에서 인간 또한 또 다른 바이러스라는 생태학적 사실을 드러내기보다 오히려 바이러스의 입장에서 인간을 이해해보려는 시도입니다. 때로는 누군가의 불행이 결과적으로 불행한 누군가를 포함한 모두의 행복일 수 있고, 결국에는 어느 쪽이든 평화를 맞이하리라는 몰염치한 낙관론과 어떤 인간에게는 이런 방식이 코로나19 이후 속속 등장한 감염자 추이를 보여주는 수많은 웹사이트보다 유익할지 모른다는 판단도 작용했습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방식으로 고객에게 보내는 안부 메시지기도 하고요.

서울시립대학교 학생입니다. 삶의 목표는?

부모님께는 송구스럽지만, 저는 세상에 우연히 태어났다고 생각합니다. 그 남성과 여성을 부모로 둔 것,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 남성으로 태어난 것, 심지어 제 이름이 ‘민구홍’인 것까지 제 기준에서는 다 우연이죠. 우연히 시작된 ‘삶’이라는 프로젝트를 어떻게 진행하고 완수해야 할까요? 고민하다 보면 끝이 없습니다. 열심히 고민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요. 중요한 건 어쨌든 무엇이든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작게는 글자체에서, 넓게는 이 강연이 끝나고 먹을 저녁 메뉴까지. 그 기준은 넓게 보면 무엇보다 제 행복이고요.

더글러스 애덤스(Douglas Adams)의 SF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는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을 둘러싼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답으로 42을 제시한다. 내게도 비슷한 숫자가 있습니다.

본디 인간이라는 동물의 자연 수명은 38년이라고 해요. 저는 어느덧 38년 하고도 1년을 더 살았습니다. 내년에는 놀랍게도 마흔이 되고요. 남은 생은 그저 ‘덤’, 즉 보너스 스테이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오해해보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그러려니…” 하면서요. 그게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카르마, 즉 업보를 없애는 길이기도 하고요.

안녕하세요? 민구홍 매뉴팩처링에 서면 인터뷰를 요청합니다. 질문은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전용 글자체로 알려진 타임스 블랭크(Times Blank)를 사용해 아래에 열거했습니다. 질문이 적지 않은 편인데, 모두 답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반갑습니다. 하나하나 살펴보니 대부분 인터뷰를 통해 이미 밝힌 내용인 듯합니다. 우선 민구홍 매뉴팩처링 공식 웹사이트의 「자주 하는 질문」을 참고해보시면 어떨까요? 그럼에도 부족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다시 연락 부탁드립니다.

그런데 지오시티에 접속해보려 계속 시도했는데 아무래도 뭔가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아니면 제 컴퓨터 탓인가요?

컴퓨터는 잘못이 없습니다. 문제는 우리, 즉 인간에게 있죠. 지오시티는 2009년 느닷없이 사라졌습니다. 지금은 네오시티(Neocities)가 그 역할을 맡고요. 이처럼 웹사이트는 매체인 동시에 느닷없이 등장하고 사라지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2000년대 초반, 웹 2.0 시대가 열렸죠. 블로그와 소셜 미디어의 등장은 모두를 창작자로 만들었습니다. 마이스페이스(MySpace)에서는 누구나 자신만의 음악을 공유할 수 있었고, 위키백과(Wikipedia)에서는 모두 지식의 공동 생산자로 거듭났고요. 일상이 예술이 되고, 모든 이가 예술가가 되는 시대. 보들레르가 말한 ‘현대성’의 디지털 버전이랄까요? 2007년에는 아이폰의 등장으로 모바일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반응형 웹 디자인(Responsive Web Design)의 등장으로 웹사이트는 더 이상 고정된 책이 아니라 프로테우스(Proteus)같이 형태를 바꾸는 유동적인 존재로 탈바꿈했죠. 그렇게 우리의 디지털 경험 또한 근본적으로 변화했고요. 그리고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을 비롯해 가상현실(Virtual Reality, VR),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 등이 주도하는 새로운 시대의 문턱에 서 있습니다. 웹사이트는 더 이상 2차원의 평면이 아니라 몰입할 수 있는 3차원 공간으로 거듭났습니다. 보르헤스의 알렙처럼 작디작은 화면 속에 무한한 세계가 펼쳐지는 거죠. 이따금 위키백과에서 이런 일도 벌어지면서요.

웹사이트의 변천사를 돌아보면 기술의 발전뿐 아니라 인간의 표현 욕구와 소통 방식의 진화를 목격할 수 있습니다. 각 시대의 웹사이트는 해당 시대의 꿈과 욕망, 미학을 담은 문화적 아카이브입니다. 벤야민이 말했듯 “과거의 진정한 이미지는 휙 스쳐 지나간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수많은 웹사이트도 언젠가는 사라질 게 분명하지만 모두 우리 시대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겠죠. 오늘의 고고학자들이 도자기 파편으로 고대 문명을 연구하듯 내일의 고고학자들은 아카이브된 웹사이트를 통해 우리의 디지털 문명을 연구할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만드는 웹사이트는 후대에 어떤 이야기를 전하게 될까요? 이는 수사적 질문이 아닙니다.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졸업생입니다. 작품을 작동시키는 모티브는 어디에서 얻나요?

어떤 프로젝트든 결과물을 예상했을 때 반드시 필요한 것, 특히 제목에서 모티브를 찾아보려 하는 편입니다. 조금 더 정확한 뜻을 파악하기 위해 사전을 들춰보기도 하고, 관련된 경험이나 추억은 없는지 되뇌어 보기도 합니다. 그러는 와중에 거리를 걷다가 나무나 돌멩이를 보고 갑자기 뭔가 떠오를 때도 있고요. 그 과정이 적절하다면, 많은 부분은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믿습니다. 예컨대 『타이포잔치 2021: 거북이와 두루미』의 경우 거북이와 두루미가 지닌 특성에 주목했어요. 거북이는 땅에서 느릿느릿 기어다니고, 두루미는 하늘을 날죠. 그렇게 웹사이트상에서 두 가지 읽기 환경을 제안했어요. ‘거북이’ 환경에서는 콘텐츠를 느긋하게 열람할 수 있도록 1단으로, ‘두루미’ 환경에서는 전체 콘텐츠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최대 6단으로 설정했죠. 제목에 관해 조금 더 이야기하면, 스스로 제목을 제어할 수 있는 개인 프로젝트에서는 제목이 영 마음에 들지 않으면 나머지가 다 마무리됐더라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기본적으로 제목이 프로젝트 자체를 규정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전체 작업 기간 가운데 제목에 공을 들이는 게 반 이상은 될 거예요.

모든 이름에는 크고 작은 의미가 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에는 어떤 의미가 있나?

회사 이름은 ‘민구홍’과 ‘매뉴팩처링’으로 구성된다. 전자는 다름 아닌 내 이름이다. 후자인 ‘매뉴팩처링’은 일반적으로 ‘원재료를 인력이나 기계력 등으로 가공해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산업’을 뜻하지만, 야구에서는 ‘도루나 진루타, 희생타 등 안타가 아닌 방법으로 득점하는 기술’을 가리키기도 한다. 나는 대부분의 일에서 이름을 짓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편이다. ‘매뉴팩처링’이라는 단어가 품은 기능주의와 기회주의를 실천하려는 의지를 회사 이름에 드러내고 싶었다.

이야기하는 동안 눈치챘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부끄러움이 많은 사람이다. 나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반응에 쉽게 기뻐하고 쉽게 상처받기도 한다. 이는 내게 짐이 되곤 한다. 그런데 회사 뒤에 있으면, 생활과 일을 분리해 이런 것에 어느 정도 무신경해질 수 있다. 공연 예술가 앤디 코프먼(Andy Kaufman)은 자신의 또 다른 자아를 투영할 요량으로 토니 클리프턴(Tony Clifton)을 창조해냈다. 위악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내게 앤디의 토니인 셈이다.

작업할 때 참고하는 웹사이트가 있는가? 추천할 만한 웹사이트는?

시간 관계상 1,000여 개에 육박하는 즐겨찾기 목록을 공개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 잘 만들어진 웹사이트를 참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결과물이 너무나도 매력적이면 콘텐츠와 무관하게 나도 모르게 따라 하게 된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아닌 콘텐츠를 어떻게 대하고 다뤘는지 따져보며 처음부터 작업 과정을 상상해본다. 순전히 자신의 행복을 위해 만든 웹사이트에 눈길이 간다. 특히, 네오시티(Neocities)FC2 웹에 자주 들른다. 그런 웹사이트는 시각적으로 거칠기도 하지만, 공식에 얽매이지 않고, 위악적으로 공식을 배반하기도 한다. 그들의 콘텐츠와 그들이 콘텐츠를 다루는 방식은 잠시 잊었던 뭔가를 다시 떠올리게 하고, 동시에 CMS나 자바스크립트를 위시한 새로운 기술을 잊게 한다. 나아가 그런 웹사이트를 만든 사람과 친구가 되고 싶어지기도 한다.

순전히 자신의 행복을 위해 만든 웹사이트를 들여다보면 잠시 잊었던 뭔가가 떠오른다.

한편, 최신 웹 기술을 참고하는 데는 모질라 재단(Mozilla Foundation)에서 운영하는 ‘MDN 웹 문서(MDN Web Docs)’만한 곳이 없다.

MDN 웹 문서

COS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의 콘셉트는 무엇인가요?

정지, 금지, 위험, 경고 등을 의미하는, 하지만 포춘 쿠키 속 메시지처럼 방문객에게 우연한 기쁨을 줄지 모를 빨강 문자들입니다.

개인적으로 변경되거나 취소된 계획이 있는가?

해외여행부터 언감생심인 상황에서 5년여 뒤 마흔 이후에 이민하려던 희망사항은 일단 기약 없는 꿈이 됐다. 매일 잠들기 전에 가고픈 나라의 이민국 웹사이트와 다른 사람들이 블로그에 게시한 여행 후기를 들여다보며 아쉬움을 달랜다.

서울시립대학교 학생입니다. 이런 디자인을 해야겠다고 결정한 순간은?

질문을 받고 이참에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슬기와 민의 최성민 선생님 덕인 것 같아요. 더 정확히는 최성민 선생님이 추천해주신 밥 길의 책 번역을 맡으면서요. 제가 미국에서 돌아와 워크룸으로 자리를 옮긴 2016년 무렵이었는데, 그 책에 이런 말이 나오죠. “흥미로운 말에는 시시한 그래픽이 필요하다.” 반대로 “흥미로운 그래픽에는 시시한 말이 필요하다.”라는 말도 있었죠.

무엇보다 말과 그래픽, 콘텐츠와 디자인, 내용과 형식, 두 가지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뜻일 텐데, 이는 제가 늘 고민하던 바, 나아가 이제껏 제 마음을 움직이던 작품의 정체를 명쾌하게 정리해주는 말이었어요. 그 뒤로는 같은 말이라도 국면에 따라 뜻이 달라진다는 화용론(話用論, Pragmatics)에 심취하게 됐고, 자연스럽게 말이 흥미로워지는 국면을 찾아보거나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우연일지 모르지만, 안상수 선생님이든 최성민 선생님이든 저를 디자인하신 게 아닐까 싶어요. 그런 점에서 직접 사사한 적은 없지만 안상수 선생님이나 최성민 선생님은 제게 엄연히 선생님이죠. 이따금 자주 뵙고 싶기도 하지만, 그런 대상과는 아무래도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쉬움이 있어야 계속 생각이 나니까요.

회사 밖에서는 주로 무엇을 하나요? 너무 사적인 질문일까요?

궁금하시다면 밝힐 수 있는 만큼 밝혀야죠. 오래전에 “일이 곧 생활이 돼야 한다.”라는 가르침을 받은 뒤로 일과 생활을 철저히 구분하는 편입니다. 전염병이 확산하던 초기에 며칠 동안 집에서 일해봤는데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더라고요. 꼬마 때부터 알고 지낸 한국의 1세대 웹 아티스트 겸 『오무라이스 잼잼』의 작가 조경규 형은 집을 일터 삼아 놀면서 일한다고 해요. 형을 좋아하지만 이 점만큼은 저와 전혀 맞지 않더라고요. 책은 회사에서 충분히 읽으니 집에서는 주로 소파에 누워서 TV를 봐요. 그러다 저도 모르게 잠에 빠지기도 하고요. 해가 지고 선선한 바람이 불면 집 근처 경의선숲길이나 연희동 골목을 산책하죠. 요즘에는 한동안 뜸했던 클라이밍과 작곡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본인이 기꺼이 광고판을 자처하고 싶은 브랜드, 비밀이 아니라면 알려달라.

예상했을지 모르겠지만 민구홍 매뉴팩처링이다. 티셔츠를 제작하는 데는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 갖추지 못한 또 다른 전문성과 섬세함이 필요하다. 혹시 함께할 동업자를 추천해줄 수 있다면 감사하겠다. 티셔츠를 제작하지 않더라도 생각지 못한 이야기가 시작될 수 있다.

영감은 어디서 얻나요?

제품 주문자의 요구 사항과 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각종 마케팅 전략입니다.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졸업생입니다. 혹시 직업병 같은 게 있나요?

이따금 웹 조사기(Web Inspector)를 실행해 웹사이트의 코드를 들여다보게 됩니다. 코드에서 주석으로 처리된 메시지를 찾아보는 게 또 다른 즐거움이거든요. 나아가 사물, 인물, 공간, 음악 등 어떤 인상적인 대상을 마주하면 머릿속 샌드박스에서 웹사이트로 치환해보기도 해요. 아주 단순한 형태부터 아주 복잡한 형태까지요. 직업병보다는 습관에 가깝지 않을까 해요. 사무실을 떠나면 컴퓨터나 스마트폰은 별로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데, 오히려 이쪽이 직업병에 가깝습니다. 증상이 악화하다 보니 몇 달 전에는 아예 집에서 컴퓨터뿐 아니라 컴퓨터와 비슷한 물건은 죄다 치워버렸죠. 웬만하면 스마트폰도 그만 쓰고 싶어요.

그러고 보니 이 글 또한 웹사이트를 통해 읽고 있군요. 웹사이트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겠죠.

샤를 보들레르(Charle Baudelaire)는 『현대의 삶을 그리는 화가』(The Painter of Modern Life and Other Essays)에서 산업화와 도시화가 변화시킨 19세기 파리의 모습을 포착했습니다. 오늘날에는 웹사이트가 그 역할을 맡는다고 생각합니다. 웹사이트는 기술과 문화뿐 아니라 철학과 미학이 집약된 공간입니다. 때로는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의 시뮬라크르처럼 현실을 대체하고, 때로는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이 말한 ‘아우라’를 지닌 예술 작품이 되면서요. 실리콘 밸리의 스타트업에서 도쿄의 아방가르드 예술가, 나이로비의 사회 활동가에 이르기까지 웹사이트는 마주한 국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형태와 기능으로 발전해왔습니다. 이제 잠시 그곳을 다시 돌아볼 때입니다. 그곳에는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세계가 있으니까요.

그 시작으로 제가 운영하는 민구홍 매뉴팩처링(Min Guhong Manufacturing)의 웹사이트 기반 제품을 살펴볼까요?. 제목은 「너에게」로, ‘연애편지’ 연작 가운데 하나입니다. 여기서 ‘너’는 과연 누구이고, ‘이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조만간 「새로운 질서」에서 만날 날을 고대합니다. 한편, 인공지능을 비롯해 가상현실, 증강현실 같은 기술이 웹사이트의 가능성을 더욱 확장하는 마당에 웹사이트는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까요?

인공지능은 콘텐츠를 생성하고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데 혁신적으로 활용됩니다. 예컨대 『워싱턴 포스트』(The Washington Post)의 인공지능 기반 자동 기사 작성 시스템인 ‘헬리오그래프’(Heliograf)는 스포츠 경기 결과나 선거 속보 같은 데이터 중심 뉴스를 빠르게 생성하고, 이미 많은 웹사이트가 몰입형 경험을 제공합니다. 한편, ‘웹 3.0’이라 불리는 패러다임도 주목할 만하죠.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에 기댄 분산형 웹은 중앙화된 플랫폼에 기대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웹사이트를 촉발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이를 통해 기술이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촉진하고,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일찍이 보르헤스가 꿈꾼 알렙처럼 작은 점 속에 무한한 우주가 담기는 경험이 가능해지는 거죠.

하지만 이런 기술적 진보에도 ‘인간의 욕망과 창의성을 담아내는 그릇’이라는 웹사이트의 본질적 가치는 변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전하더라도 우리, 즉 인간의 자리는 고스란하리라 믿는 까닭입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이 설립된 2015년, 1세대 넷 아티스트 J.R. 카펜터(J.R. Carpenter)가 주창한 핸드메이드 웹(Handmade Web)은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며 웹사이트가 얼마나 더 즐겁고 창의적일 수 있는지 증명합니다. 나아가 ‘핸드메이드 웹’의 정신은 웹사이트의 다른 모습과 기능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수없이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핸드메이드’(handmade)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기계가 아닌 손이나 간단한 도구로 만든 물건을 가리킨다. 그 물건은 점토 재떨이처럼 평범하거나 질박할 수도, 고급 수제화 한 켤레처럼 완벽에 가까울 만큼 정교할 수도 있다.”

특히 이 문장이요. “오늘날 웹은 다국적 기업, 독점 애플리케이션, 읽기 전용 기기, 검색 엔진 알고리즘, 콘텐츠 관리 시스템(Content Management System, CMS), 위지위그(WYSIWYG, What You See Is What You Get) 에디터, 디지털 퍼블리셔 등과 함께 상업화를 향한다. 이때 컴퓨터 언어를 다루는 일, 즉 코딩이 자기 주도적인 글쓰기인 점을 인식하고, 이를 통해 온라인 작품 또는 출판물로서 자신만의 웹사이트를 만들고 관리하고 유지하는 일이 느닷없이 급진적인 행위가 되고 있다. (…) 오늘날 웹은 독점적이고, 약탈적이고, 음란한 공간이 되고 있다. 그럴수록 나는 웹을 더욱 시적이고, 비타협적으로 사용하는 데 전념하려 한다.”

매체의 태생적 제약이 오히려 창작을 추동하는 셈이군요.

저는 창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보다 제약이라 생각합니다. 아니, 창작은 곧 제약을 만드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뉴 미디어 아트나 인터랙티브 아트가 그렇듯 웹사이트 또한 기술과 예술의 경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촉각적 경험을 디지털로 구현한 「이것은 모래다」(This is Sand)는 물리 엔진을 활용해 사용자에게 디지털 모래를 만지는 듯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인터랙티브 소설 「보트」(The Boat)는 텍스트, 이미지, 사운드를 결합해 베트남 난민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두 작품은 웹사이트가 어떻게 강력한 내러티브 도구가 될 수 있는지 드러내는 동시에 웹사이트의 경계를 확장하죠.

음악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가 말했듯 “자유는 제한된 틀 안에서 더욱 위대해진다.” 웹사이트가 마주한 접근성, 상업성, 기술적 제약은 오히려 이 매체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제약을 인식하고 그 속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는 일이야말로 어쩌면 예술의 참된 목표일지 모릅니다. 한편, 시간이 숫자가 아닌 한글로 흐르는 다음 웹사이트에서는 제약이 어떻게 창작을 추동했을까요?

서울시립대학교 학생입니다. 가장 처음 취업한 곳부터 지금까지의 과정은?

디자인에 발을 들이게 된 건 안상수 선생님 덕입니다. 대학교 3학년 때 우연히 선생님을 알게 됐어요. 그리고 전역한 뒤 대학교 4학년 1학기 때부터 안상수 선생님 연구실인 ‘날개집’에서 연구원으로 일하기 시작했고요. 졸업 작품만 제대로 마무리하는 조건으로 학교에 취업계를 제출하고 매일 날개집으로 출근했죠.

날개집은 디자인 스튜디오이자 제게 또 다른 학교였어요. 사실 제가 하는 일은 별로 없었는데, 회의에 참여해 말을 얹거나 연구원들이 디자인을 어떻게 시작하고 끝내는지 구경하는 정도였죠. 그때 만난 김병조, 김동신, 박찬신 씨는 제 인디자인 선생님이기도 하죠.

그러다 안그라픽스와 연계된 프로젝트에 참여하다 4학년 2학기 때 자연스럽게 안그라픽스로 자리를 옮겼죠. 그때는 안그라픽스 전체 임직원이 100명이 넘는 규모였죠. 거기서 6년 정도 일했고요. 그러다가 시적 연산 학교에 갔다가 워크룸으로 자리를 옮겨 7년 정도 일하고, 다시 안그라픽스로 자리를 옮겨 2022년 2월 22일부터 지금까지 안그라픽스 랩 디렉터로 일하고 있고요.

따지고 보면 대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죠. 제가 전역할 무렵 저희 부대에 국가정보원 취업을 준비하던 친구들이 꽤 많았는데, 안상수 선생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저도 국정원 요원으로서 국가에 헌신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서울시립대학교 학생입니다. 문학과 언어학을 공부한 경험이 디자인이나 프로그래밍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가요?

넓은 의미에서 제게 문학은 언어를 가지고 노는 일이고, 언어학은 언어의 구조와 규칙, 기능과 의미를 발견하는 일입니다. 디자인이나 코딩 또한 사용하는 언어가 조금 다를뿐 모두 이 범주 안에 있습니다.

일반적인 글쓰기든 코딩이라는 글쓰기든 모두 소통을 전제합니다. 그 일차적인 소통 대상은 글을 쓰는 사람, 즉 자신일 테고요. 하지만 코딩에서는 자신과 소통한 뒤에는 컴퓨터와 소통해야 하죠. 얄궂게도 컴퓨터는 인간만큼 너그럽지 않습니다. 코딩에 정확성, 명확성, 명료성 등이 수반되는 까닭입니다.

회사, 즉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근무 환경은 어떤가? 특히 근무 시간이 궁금하다.

나는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여덟 시간 동안 워크룸에서 편집자로 일한다. 소정 근로 시간에는 피고용인으로서 즐겁고 열심히 임하고, 민구홍 매뉴팩처링 일은 짬짬이 또는 그 뒤에 두 시간 정도 하는 편이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제품이 단순하고 느슨해 보이는, 또는 실제로 그런 이유다. 이따금 그 경계가 흐려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회사에서 생각하는 시간에 관해 조금 더 알고 싶다면 더 북 소사이어티 웹사이트에 실린 글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바야흐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다. 누군가는 2020년을 코로나 원년으로 삼기도 한다. 2020년 4월 11일 오전 11시에 열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 대응 정례 브리핑에서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거듭 말하지만 코로나 발생 이전의 세상은 이제 다시 오지 않는다.” 권 부본부장의 어조는 전날 브리핑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2016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전해진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이 세상을 떠났다는 보도 이후 근래에 접한 발언 가운데 가장 충격적이었다. 권 부본부장의 발표 이후 어느덧 3개월여가 지났다. 그 사이 변화한 현실을 어떻게 체감하는가?

가장 직접적인 것은 추가 소비가 늘고 신체에 변화가 생겼다는 점이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다 보니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보다는 택시를 이용하게 됐고, 매주 일요일에 마스크를 구입한다. 비말이나 공기를 통한 감염을 방지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가 무증상 감염자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 집 밖에 있을 때는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항상 마스크를 착용한다. 그러다 보니 머리와 귀가 만나는 부분에 마스크 밴드의 너비만큼 골이 패였고, 특히 어릴 때 야구를 하다 다쳐서 수술한 오른쪽 귀 뒤쪽에 이따금 가벼운 통증을 느낀다. 앞으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 얼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부분만 뙤약볕에 그을릴 게 뻔한데, 이를 어떻게 대비할지 고민하고 있다. 게다가 몸무게가 점점 줄고 있다. 손을 자주 씻으면서 전보다 더 몸을 움직이기 때문인 듯하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회사를 소개하는지 궁금하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때로는 노골적으로, 때로는 느닷없이, 때로는 누군가의 명성에 기대. 그래픽 디자인 듀오 슬기와 민은 이렇게 회사를 소개했다.

우선, 『레인보 셔벗』은 출판사 겸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워크룸에 기생하는 기업, 민구홍 매뉴팩처링에 관한 책이다. 창설자 민구홍은 저술가이자 편집자이자 번역가이자 디자이너이자 소프트웨어 개발자인데, 직함 순서는 그때그때 달라진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비디오 게임과 컴퓨터 소프트웨어에서 단편 소설과 음악 재생 목록까지 다양한 실용적, 공상적 제품을 내놓는다. 이처럼 다양한 제품에 일관된 주제는 자기 반영이다. 즉, 대부분 제품은 결국 ‘민구홍 매뉴팩처링’을 주제로 한다.

민구홍 매뉴팩처링 GP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