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2015년 이래 진행한 길고 짧은 인터뷰를 꼼꼼히 정리한 뒤 다시 무작위로 늘어놓은 「자주 하는 질문」을 통해 회사 또는 운영자에 관한 궁금증이 모쪼록 해소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단, 질문의 시기에 따라 현재와 다른 사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편, 질문의 어조에 따라 언급한 인물에 대한 존칭을 생략하기도 했습니다. 「자주 하는 질문」을 섭렵한 뒤에도 궁금증이 도무지 해소되지 않는다면 [email protected] 앞으로 소상히 말씀해주세요.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인정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단, 답장은 이메일 대신 언젠가 「자주 하는 질문」에서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구글 크롬 확장 프로그램 「읽기 전에 태우라」 탓에 웹에서 작성하던 글을 모두 날려버렸습니다. 어떻게 책임지실 건가요?

죄송합니다. 일찍이 시인 송승언 씨 또한 같은 상황을 경험하고 분노와 당혹감을 표출한 바 있습니다. 『레인보 셔벗』에 실린 그의 경험담을 읽으며 일단 화를 눅여보시는 건 어떨까요?
최정호가 현재 받는 인지도나 평가에 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질문의 의도를 짐작해서 답변하자면 업적보다 덜 알려진 것 같기는 하다. 그런데 우리가 어떤 제품을 사용할 때 그 제품의 역사를 속속들이 알지 못하고, 굳이 그럴 필요도 없듯이 많은 사람이 최정호를 잘 모른다고 해서 아쉬워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2022년을 앞두고 근황을 알리는 깜짝 편지를 보냈다. 의문을 품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내게 인상적이었던 건 편지가 전하는 내용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편지의 주소 ‘asdf’였다.

소소하기는 하지만 5년여 동안 워크룸 안팎에서 추억을 쌓은 분들에게 소식을 알리고 싶었다. 신년 인사도 겸하고. ‘asdf’에 관해 설명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전까지는 asdf 애호가들이 운영하는 asdf.com을 참고하면 좋겠다.
듣고 보니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당신이 오로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편집한 결과물, 또는 그를 위한 편집 지침처럼 보인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감사할 따름이다.
민구홍 매뉴팩처링 공식 웹사이트 속도가 제법 빨라진 듯합니다.
정확합니다. 2015년부터 호스팅 업체로 미국의 드림호스트(Dreamhost)를 사용하고 있는데, 미국 서부의 오레곤에 있던 데이터 센터를 한국과 더 가까운 싱가포르로 옮기고, 여기에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의 네임서버까지 사용했습니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 결과 200밀리초에 가까웠던 핑 속도가 100밀리초 미만으로 감소했습니다.
‘타이포잔치’라는 행사가 있어요. 2001년부터 시작한 국제 타이포그래피 전시로 내년이면 어느덧 20년이 되는데요, 혹시 알고 계신가요? 아신다면 간단한 소감이나 인상을 말씀해주시겠어요?
소감이나 인상을 말하는 게 어색할 만큼 잘 알죠. 2년마다 타이포그래피를 주제로 전 세계의 디자이너들이 작가로 참여하는 대규모 전시는 동아시아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드무니까요. 그 대신 우화 한 편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언젠가 미국인 그래픽 디자이너 친구에게 이 행사에 참여하게 됐다고 털어놨을 때 이렇게 묻더군요. “오, 그렇구나… 축하해! 그런데 어떤 오탈자(typo)를 보여줄 계획이니? (Wow… Congratulations! But what type of typo do you want to show?)” 아주 순진한 얼굴로요.
지방의 공립 도서관 사서입니다. 한 명의 ‘현대인’으로서 웹 기술을 익혀보고 싶은데, 추천해주실 만한 책이 있을까요?
수영을 익히려면 얕더라도 일단 물에 들어가야 하듯 웹 기술을 익히기 가장 좋은 학교는 아무래도 웹이겠죠. 웹 기술에 관한 책을 집필하고, 편집하고, 디자인하고, 인쇄하는 순간에도 기술은 발전하고, 다듬어집니다.
우선 HTML(HyperText Markup Language)을 익혀 자신의 관심사를 다룬 웹사이트를 하나 만들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CSS(Cascading Style Sheets)를 익히고픈 욕망이 입니다. 그 뒤에는 자바스크립트(JavaScript, JS), PHP(PHP: Hypertext Preprocessor), 파이선(Python), 루비(Ruby) 등으로 확장되고, 욕망이 커진다면 자신만의 컴퓨터 언어까지 만들게 될지도 모르죠. 즉, 어디에 사용할지 모를 기술에서 시작하는 게 아닌 아닌 자신의 욕망에 따라 기술을 취하는 게 흥미와 동력을 잃지 않는 방법입니다. 단, 어떻게 시작하는지가 중요할 텐데, 민구홍 매뉴팩처링 주위에는 「새로운 질서」와 프루트풀 스쿨(Fruitful School)이 있습니다.
온라인 전시에서 큐레이터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또는 무엇을 해야 할까?
또 다른 형태의 전시장을 활용할 수 있는 셈이니 큐레이터의 역할은 더욱 확대될 게 분명하다. 이를 위해 단순하더라도 직접 웹사이트를 만들어보는 걸 추천한다. 웹의 수많은 가능성뿐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제약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느낌’을 동원하는 데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웹 기술을 다뤄본 큐레이터가 쓴 온라인 전시 서문은 더욱 읽을 만하고, 전시는 더욱 감상할 만할 것이다. 그 뒤에는 전시장, 즉 웹사이트를 무엇으로 규정하는지가 중요하겠다. 로럴 슐스트(Laurel Schwulst)가 「내게 웹사이트는 지식의 강을 따라 흐르는 집이다. 당신은?」(My Website is a Shifting House Next to a River of Knowledge. What Could Yours Be?, 2018)에서 말했듯 웹사이트는 가깝게는 단행본에서 아무도 생각지 못한 무엇까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알파벳 대문자 O 셋, 하이픈(-) 하나로 이뤄진 ‘OOO-’에서 무엇이 떠오르는가?
몇 년 전 오사카 도톤보리에서 아내와 함께 먹은 삼색 당고. 내가 먹은 건 잘 쑨 팥소가 들어 있었다. 충동적으로 떠난 여행의 피로와 긴장이 해소되는 맛이었다. 아내가 먹은 나머지 두 개는 과연 어떤 맛이었을까?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가?
똑똑한 사람. 아무래도 내가 그렇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일 테다. 똑똑한 사람은 유머 감각이 있고, 유머 감각은 사람을 매력적으로 만든다. 즉, 가끔 생각나게 한다. 그리고 자신이 쓴 문장이 좋은 문장인지, 나쁜 문장인지 판단할 수 있는 사람. 물론 이는 똑똑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게다가 그런 사람은 대부분 자신을 사랑하고, 경험상 민구홍 매뉴팩처링에도 호의적이다. 그리고 예의바른 사람. 그런 사람만 회사의 고객으로 삼고 싶다.
회사를 소개할 때, 제품을 기획하거나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원칙은?
상황에 따라 수정되거나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세칙이나 부칙을 만들게 되거나) 실행된 뒤 곧바로 폐기되지 않는 유일한 원칙은 ‘국립국어원에서 정한 한글맞춤법과 외래어표기법을 준수하는 것’입니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이 그야말로 유행입니다. 이에 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저도 물론 이따금 바이브 코딩을 이용하곤 합니다. 하지만 아무런 계획 없이 처음부터 모두 인공지능에 맡겨버린다면 말 그대로 분위기(vibe)에 취해 이도 저도 아닌 결과물을 마주하게 됩니다. 제게 바이브 코딩은 술이나 마약 등 약물에 의존한 코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몹시 짜릿해도 뒷맛이 개운하지 않죠.
하나의 방향이 아니라 거미줄 같이 사방으로 펼쳐지는 공간감이군요! 그럼 마지막 질문을 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웹 출판을 좋아하지만, 몇 년 혹은 몇 달만 지나도 웹에서 더 이상 찾을 수 없고 사라지는 정보가 많습니다. 민구홍 님은 이런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카이빙에 대한 어떤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열한 살 때 사랑하는 친구를 위해 『야후! 지오시티』(Yahoo! Geocities)에 처음 웹사이트를 만든 이래 안그라픽스와 워크룸, 나아가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 10여년 동안 여러 웹사이트를 총괄하다 보니 조금씩 웹사이트의 탄생과 삶, 죽음과 사후 세계에 익숙해집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웹사이트의 운명은 결국 운영자에게 달렸습니다. 즉, 웹사이트는 서버 운영 기간이 종료되는 시점보다는 운영자가 관심을 끊는 순간 죽어가기 시작합니다. 이와 관련해 얼마 전 한 도록에 다음과 같은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 2022년 7월 11일, 미국 항공 우주국(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 NASA)에서는 제임스 웹(James Webb) 우주 망원경이 지구로 전송한 SMACS 0723 은하단의 모습을 공개했다. 어둠 속에서 반짝이는 별 무리는 지구로부터 약 46억 광년(1광년은 9조 4,607억 킬로미터) 떨어진, 즉 46억 년 전 언젠가의 모습이다. 반드시 우주 망원경을 활용하지 않더라도 웹사이트를 통해 과거를 마주하는 건 이미 익숙한 일이 됐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과거를 기록하는 데 웹사이트를 활용해온 그들이 내게, 또는 그들 자신에게, 나아가 우리에게 건네는 이야기는 결국 이리저리 굴러가며 쌓인 어제가 오늘을 만든다는 점이다. 하루에 불과 네댓 명 찾는 정원이 될지라도 웹사이트를 만들고 운영하는 일뿐 아니라 함부로 사라지지 않도록 보존하는 일이 중요한 까닭이다. 식물에 물을 주듯 웹사이트를 가꾸다 보면 이따금 정원의 하늘에 별 무리가 반짝이는 밤도 있지 않을까. (…)
『인터넷 아카이브』(Internet Archive)에서 운영하는 「웨이백 머신」(Wayback Machine) 등 웹사이트를 보존하려는 시도는 일찍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 미술관과 함께한 몇몇 웹사이트는 파일 형식으로 수장고에 아카이빙되기도 했고요. 이렇게 웹사이트를 고스란히 저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웹사이트에 담긴 콘텐츠가 웹상에서 나아가 웹 밖에서 여기저기 퍼지도록 마음을 열어두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런 뜻에서 “별 무리가 반짝이는 밤”을 위해 이번 인터뷰를 민구홍 매뉴팩처링 공식 웹사이트의 「자주 하는 질문」에 함께 실으면 어떨까요?
「새로운 질서」에서 ‘선생님’으로 불리기를 꺼린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2018~21년)이나 홍익대학교(2022년)와 어깨동무하기도 하는 만큼 「새로운 질서」는 누군가에게 또 다른 학교처럼 보일지 모릅니다. 물론 어느 정도 정해진 커리큘럼이 있고, 제가 뭔가 알려드리는 자리지만, 그 과정에서 저 또한 참여자(일명 ‘새로운 질서의 친구들’)에게 배우는 바가 적지 않거든요. 학교임에도 선생과 학생의 구분이 흐릿한 학교인 셈이죠. 그래서 ‘선생님’이나 ‘교수님’ 같은 직함을 빼고 서로를 그저 이름으로 부릅니다. ‘님’까지 빼고 “슬기, 안녕하세요? 어떻게 지내셨어요?”처럼요. 누군가와 관계를 시작할 때는 호칭을 정하는 일이 중요하죠. 특정한 호칭을 부르는 순간 특정한 관계에 놓입니다. 일종의 위계가 만들어지죠. 이런 위계는 효율적으로 의사소통하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특히 「새로운 질서」에서는요.
워크룸의 단행본 편집자인 한편, 웹에도 관심이 적지 않다. 두 매체를 구분하는 것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일까? 두 매체를 오가면서 어떤 이유에서 각 매체를 선택하는가?
웹은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 회사를 소개하기 위해 활용하는 매체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웹의 비중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이따금 웹 디자인 에이전시로 오해받곤 한다. 회사에서 웹을 주로 이용하는 까닭은 다루기 쉽고, (인쇄물에 비해) 파급력이 클 뿐 아니라 무엇보다 많은 사람이 잠들기 직전에 마주하는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팀 버너스리(Tim Berners-Lee) 경이 과학자들끼리 효율적으로 논문을 공유할 목적으로 웹을 발명한 만큼 역사적으로 웹은 인쇄물에서 출발했다.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의 측면에서 웹은 태생적으로 인쇄물의 장점을 포섭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발전을 거듭한다. 따라서 둘을 같은 출발선상에 놓고, 일대일로 비교하기보다는 인쇄물을 웹의 조상, 웹을 조금 더 진보한 인쇄물로 여기는 편이 이롭다. 당장 생각 나는 둘의 분명한 차이가 있다면 웹은 책을 손에 쥐었을 때 느껴지는 흡족함을 주지 못한다는 점과 책과 달리 영원히 베타 버전이라는 점이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자연스럽게 고립에 익숙해진다. 집에서는 무엇을 하는가? 전과 달라진 점이 있는가?
10여 년 전 대학교 4학년 때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일이 곧 생활이 돼야 한다.”라는 가르침을 받은 이래 일과 생활을 철저히 구분하는 편이다. 주중에는 열심히 일하지만, 주말에는 웬만하면 약속도 잡지 않고 대부분 집에서 보낸다. 거실 소파에 누워 TV를 많이 보고, 그러다 나른해지면 잠에 빠지곤 한다. 발코니에서 공원을 오가는 사람들을 내려다보거나 함께 지내는 고양이에게 말을 건네며 하염없이 턱 주변을 쓰다듬기도 한다. 집밖에서는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을 깔끔하게 편집, 즉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강박에 휩싸이지만, 이런 감정은 집 현관문을 여는 순간 사라진다. 집은 관리비나 생활 요금 외에 아무것도 신경 쓸 필요가 없는 가장 편안하고 안전한 공간이다. 최근에 코로나 때문에 외국에서 돌아오신 어머니는 오랜 타향살이보다 2주 동안의 자가 격리 기간이 더욱 고통스러웠다고 말씀하셨지만, 사실 나는 집밖에서 이 답변을 쓰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집에 가고 싶은 생각뿐이다. 영화 「새벽의 저주」(Dawn of the Dead)나 「미스트」(The Mist)처럼 좀비나 외계 생명체가 창궐하더라도 피난처로는 쇼핑몰이나 슈퍼마켓보다 집을 택할 것 같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걸쳐 이제껏 굉장히 많은 작품을 발표했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작업은?
안그라픽스를 거쳐 워크룸에서 일하는 동안 얇게는 16쪽짜리 책에서 두껍게는 1,000쪽에 가까운 책까지 적지 않은 책을 만들어왔다. 모든 책은 웹사이트와 달리 재판(再版)하기 전까지 조금도 수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얼마간 불만족스럽다.

『생활 공작』은 미국에서 돌아온 뒤 워크룸으로 자리를 옮겨 기획한 첫 번째 책이다.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시절 미국 중앙정보국의 전신인 전략사무국에서 적지에 침투한 간첩들에게 배포한 비밀문서를 원전으로 삼는다. 책에는 불필요한 회의를 자주 열거나 퇴근할 때 불을 끄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생활 속에서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공작 방법이 소개돼 있다. 번역은 군사 전문가 홍희범 선생에게 부탁했다. 『생활 공작』은 ‘실용 총서’의 첫 번째 책이기도 한데, 이 책 외에도 지금까지 『헤비듀티』, 『히트곡 제조법』, 『실전 격투』가 출간됐다. 참고로, ‘실용 총서’의 모토는 다음과 같다. “과거에는 실용이었으나 오늘날 실용만으로 기능하지 않는, 과거에는 실용이 아니었으나 오늘날 실용으로 기능하는 자료를 발굴합니다. 실용을 곱씹게 하는 현대인의 교양 총서를 자처합니다. 아름다운 실용의 세계에 독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패션 브랜드 thisisneverthat의 10년을 정리한 『thisisenverthisisneverthat』도 기억에 남는다. 앞서 말한 1,000쪽에 가까운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책의 많은 부분은 3,000여 가지에 달하는 제품의 목록으로 이뤄져 있는데, 다양한 항목으로 이뤄진 목록을 정리하는 도구로서 웹사이트를 요긴하게 활용했다. 웹사이트가 맨 앞에서 프로젝트를 이끈 좋은 보기다. 『타이포잔치 2021: 거북이와 두루미』의 콘텐츠도 일차적으로 웹사이트상에서 정리됐다. 두 경우 모두 웹사이트가 맨 앞에서 프로젝트를 이끌고 종이책과 함께 또 다른 결과물로 완성된 좋은 보기다.

웹사이트로 한정하면 2020년 크리스마스 즈음에 발표한 「장영혜 중공업 귀중」을 꼽고 싶다. 이 작품은 장영혜 중공업을 향한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존경과 사랑, 그리고 부탁 한 가지를 담은 편지 형식을 띤다. 그들이 주로 사용한 기술인 어도비 플래시(Adobe Flash)가 폐기된 지금 비메오(Vimeo)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기분이 궁금했는데 이 참에 묻기도 했다. 장영혜 중공업 공식 이메일로 전달했음에도 답장은 아직 받지 못했다. 처음에는 아쉽고 섭섭했지만, 이제는 다시 한번 편지를 보낼 용기가 생겼다.
검은색 배경에 점멸하는 노란색 글자를 한 시간 정도 명상하듯 읽다 보니 ‘너’와 ‘이것’ 모두 ‘웹사이트’를 가리키는 것 같은데요?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겠네요. 한때 도서관을 뒤지거나 전문가를 찾아다녀야 비로소 얻을 수 있던 정보가 이제는 검색창에 몇 글자를 입력하는 것만으로 충분할 만큼 쏟아집니다. 하지만 잠시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저도 늘 경험하듯 깊은 사고는 사라지고, 클릭과 ‘좋아요’만 남죠. 어제보다 더 많은 것을 알지만 어쩌면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한 채로요. 나아가 우리의 개인 정보는 끊임없이 수집되고 분석되며, 때로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판매되기까지 하죠. 미래학자 니콜라스 카(Nicholas Carr)가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The Shallows)에서 우려한 대로 우리의 뇌는 점점 단편적인 정보를 처리하는 데 익숙해집니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알림음에 조건반사적으로 반응하면서요. 소셜 미디어를 끊임없이 스크롤하는 사이 우리는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요?
민구홍 매뉴팩처링에는 사업자 등록증이 따로 없다고 들었습니다. “사업자 등록증을 발급받는 순간 폐업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함께 추억을 쌓았을 때 인보이스를 발급받을 수는 있나요?
물론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908A에 발급한 바 있고요.

‘100세 시대’를 맞아 3대째 이어온 요식업을 아들 내외에게 물려주고,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려 합니다. 일단 저희 식당 메뉴판을 다시 디자인해보고 있는데, 추천해주실 만한 책이 있을까요?

우선 그래픽 디자인 규칙을 배우셔야겠죠? 그 뒤 『이제껏 배운 그래픽 디자인 규칙은 다 잊어라. 이 책에 실린 것까지.』를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책에 실린 규칙을 잊으실 수 있을 때까지요. 아침달의 블로그에 실린 소개를 참고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는 이 책에서 디자인 작업에서의 ‘문제 (재)설정’의 중요성을 피력한다. 우선 어떤 문제가 제대로 된 질문을 하는지, 아니라면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고 설정하는 게 어떤 문제에 대한 답을 내는 일보다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원칙에 부합하거나 위반하는 자신의 여러 작업을 소개한다. 문제 (재)설정이 디자인에서만 중요하겠는가? 아니다. 삶의 많은 부분에서, 특히 어떤 예술 분야에서든지 중요하다. 이는 우선 예술의 수신자-상대를 인지한다는 의미인 동시에 자신의 관점을 재고해보는 일이고, 자신만의 위트에 신선도를 유지하는 데 꼭 필요한 과정이다.
로럴 슐스트(Laurel Schwulst)와는 어떤 관계인가?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가장 친한 친구이자 동료이자 선생이다. 오랜 비즈니스 파트너이기도 하다. 내가 세상을 떠나면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로럴 슐스트 매뉴팩처링’이 될 예정이다.
서울시립대학교 학생입니다. 미래에 가장 하고픈 작업은?
잘 모르겠습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대표 제품을 두 점 정도 소개해달라.

「회사 소개」. 열세 번째 ‘시청각 문서’로,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 하지 않는 일 서른일곱 가지를 나열했다. 홍은주·김형재 씨가 디자인하고, 영어판은 고아침 씨가 번역했다.

「장영혜 중공업 귀중」. 장영혜 중공업의 장영혜, 마크 보주(Marc Voge) 대표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으로, 장영혜 중공업을 향한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존경과 부탁 한 가지를 담았다. 형식적으로는 장영혜 중공업을 민구홍 매뉴팩처링식으로 답습했다. 단, 결과물은 어도비 플래시(Adobe Flash)나 비미오(Vimeo) 영상이 아닌 그보다 조금 더 단순하지만 기민하게 동작하는 웹 페이지로, 구절마다 글자와 배경 색이 무작위로 바뀌고, 구절마다 할당한 소리(드럼과 하이햇)가 반복되면서 심드렁한 음악을 만든다. 참고로 답장은 아직 받지 못했다. 음악 때문일까? 「장영혜 중공업 귀중」에 관해 조금 더 알고 싶다면 더 북 소사이어티 웹사이트에 실린 글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민구홍 매뉴팩처링 공식 웹사이트는 5년 동안 같은 모습을 유지합니다. 특별한 까닭이 있나요?
일반에 공개된 세계 최초의 웹사이트가 30여 년 동안 같은 모습을 유지하는 까닭과 다르지 않습니다.
바야흐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다. 누군가는 2020년을 코로나 원년으로 삼기도 한다. 2020년 4월 11일 오전 11시에 열린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 대응 정례 브리핑에서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이렇게 말했다. “거듭 말하지만 코로나 발생 이전의 세상은 이제 다시 오지 않는다.” 권 부본부장의 어조는 전날 브리핑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2016년 12월 25일 크리스마스에 전해진 조지 마이클(George Michael)이 세상을 떠났다는 보도 이후 근래에 접한 발언 가운데 가장 충격적이었다. 권 부본부장의 발표 이후 어느덧 3개월여가 지났다. 그 사이 변화한 현실을 어떻게 체감하는가?
가장 직접적인 것은 추가 소비가 늘고 신체에 변화가 생겼다는 점이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다 보니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보다는 택시를 이용하게 됐고, 매주 일요일에 마스크를 구입한다. 비말이나 공기를 통한 감염을 방지하려는 목적도 있지만, 무엇보다 내가 무증상 감염자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 집 밖에 있을 때는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 항상 마스크를 착용한다. 그러다 보니 머리와 귀가 만나는 부분에 마스크 밴드의 너비만큼 골이 패였고, 특히 어릴 때 야구를 하다 다쳐서 수술한 오른쪽 귀 뒤쪽에 이따금 가벼운 통증을 느낀다. 앞으로 본격적인 여름이 시작되면 얼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부분만 뙤약볕에 그을릴 게 뻔한데, 이를 어떻게 대비할지 고민하고 있다. 게다가 몸무게가 점점 줄고 있다. 손을 자주 씻으면서 전보다 더 몸을 움직이기 때문인 듯하다.
웹사이트가 새로운 형태의 문학이 되는 거군요. 기존의 장르 구분을 무너뜨리고, 창작자와 수용자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면서요.
그 사실을 감지한 순간 자연스럽게 질문이 쏟아집니다. 어떻게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에서 의미 있는 경험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어떻게 사용자의 자유로운 탐험과 작가의 의도를 조화시킬 수 있을까?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는 『열린 예술작품』(Opera Aperta)에서 독자의 해석이 작품의 일부가 되는 ‘열린 텍스트’의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어쩌면 웹사이트는 이런 ‘열림’의 극단적 형태일지 모릅니다. 끊임없이 변화하고, 사용자와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유기체처럼요.

이 웹사이트는 가장 친한 미국인 친구 로럴 슐스트(Laurel Schwulst)를 위한 생일 선물입니다. “너 로럴 맞지?”라며 방문자가 로럴인지 계속 확인하는 이 웹사이트는 그의 생일인 3월 15일에 비로소 완성됩니다. 일차적으로는 로럴을 위한 웹사이트이지만, 반드시 로럴에게만 유용한 건 아닙니다. 즉, 로럴이 아닌 사람에게는 로럴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도구로 기능하죠.
“민구홍 매뉴팩처링을 소개하는 데 일조하는” 책 『레인보 셔벗』(아카이브 봄·작업실유령, 2019)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제품 소개’의 반대 개념인 ‘제품 후기’로 책을 구성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이 책은 지금은 문을 닫은 전설적인 갤러리 ‘아카이브 봄’에서 열린 『레인보 셔벗』을 정리한 도록 겸 단행본이에요. 기획을 포함한 책임 편집은 최근에 일민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긴 윤율리 씨가 담당했죠.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주 고객 가운데 한 분으로, 어쩌다 보니 여름이 다가오면 함께 평양냉면을 먹는 사이가 됐어요. 도록에는 보통 작품에 관한 비평문이 실리기 마련인데, 여기서는 ‘작품’이 아닌 ‘제품’이니 ‘비평문’보다는 ‘후기’가 어울리기 때문 아니었을까요? 저도 궁금하니 이참에 율리 씨를 한번 인터뷰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이 책에서 제가 담당한 건 뒤표지였어요. 뒤표지에는 보통 책 내용을 정리한 소개문을 싣죠. 소개문은 책을 디자인하고 드물게 인쇄 과정을 감리까지 해주신 슬기와 민 선생님들께 의뢰했는데, 덕분에 근사한 소개문이 탄생했어요. “『레인보 셔벗』은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 회사를 소개하는 데 일조하는 책이다. 이런 식의 소개문 몇 줄이 들어가면 좋겠습니다. (…) 다만, 분량은 160자 정도로 제한해 주세요.” 덩달아 회사에서는 자연스럽게 선생님들의 명성에 기댈 수 있었고요. 참, 표지를 장식한 인물은 그래픽 디자이너 강문식 씨가 발견했죠.
민구홍 매뉴팩처링 명함을 한 장 받고 싶다.
2018년 아카이브 봄에서 열린 『레인보 셔벗』을 준비하면서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오랜 동업자인 그래픽 디자이너 강문식과 회사의 명함을 마련했다. 명함은 대개 비석에 사용되는 흑요석으로 만들어졌는데, 무게는 103킬로그램에 달했다. 전시장이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상 3층이었던 탓에 장정 네 명이 밧줄에 매달아 한 층 한층 옮겨야 했다. 전시 기간에는 명함 옆에 작은 안내문이 비치됐다. “마음껏 가져가세요!”

명함은 전시가 끝난 뒤에도 옮기지 못하고 무려 2년 동안 거의 그 자리에 있었고, 전시장이 문을 닫으면서 2020년 성탄절 이튿날 전산 시스템의 도움으로 비로소, 온전한 상태는 아니었지만, 옮길 수 있었다.

온라인 전시를 위한 기술은 얼마나 더 발전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온갖 기술로 책 장 넘기는 효과를 재현하려 한 초창기 전자책을 떠올려보자. 잠깐의 신기함뿐이었다. AR(Augmented Reality), VR(Virtual Reality) 같은 기술이 등장했지만, 웹 기술을 선도하는 구글마저도 온라인 전시 웹사이트인 ‘구글 아트 & 컬처’(Google Art & Culture)에서 제안한 건 작품을 극단적으로 확대하는 기술이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을 거친 웹사이트는 소스 코드만 들춰보면 누구나 따라 할 수 있을 만큼 기술적으로 아주 단순하다. 기술은 어떻게 사용하는지가 중요한 까닭이다. 선입견이겠지만, 기술이나 시각적 효과를 지나치게 뽐내는 웹사이트는 콘텐츠에 대한 의심부터 품게 된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콘텐츠가 부실할 때 마지막으로 택하는 전략이었으니까. 무턱대고 하이 패션으로 치장하는 느낌이다. 게다가 몇 가지 효과 때문에 로딩 시간이 느리기까지 하면 최악이다. 개인적으로는 심심해 보이지만 들여다볼수록 어딘가 익살스럽거나 괴팍한 구석이 있는 웹사이트를 좋아한다. 물론 일을 할 때 개인적인 취향을 고집하지는 않지만, 취향은 결과물에 자연스럽게 드러나기 마련이다.
서울시립대학교 학생입니다. ‘새로운 질서’를 만들게 된 까닭은 무엇인가요?
“어떤 대상을 좋아하고, 급기야 사랑하게 되면 그 아름다운 마음을 주위와 나누고 싶게 마련이다.” 제가 수학한 시적 연산 학교의 마지막 수업은 자신만의 학교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선생의 역할은 맹목적인 학생을 만드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선생을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첫 시간부터 그냥 이름을 부르는 식으로 호칭을 정리하죠. 누군가를 ‘선생님’으로 부르는 순간 어떤 위계가 생기고, 그런 위계는 뭔가를 가르치거나 배우는 데, 즉 나누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아요.
소비자로서는 웹사이트가 너무나도 익숙하지만, 생산자로서는 대개 새로운 매체입니다. 세련된 툴바가 아닌 모두 글자로 하나하나 해야 하는 까닭에 자신의 작업 과정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죠. 디자이너라면 모름지기 처음부터 책을 한 권 만들어봐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는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마주하는 상황이 디자인을 할 때 마주하게 되는 많은 변수를 포함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웹사이트는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또 다른 경험을 하게 합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운영자 민구홍 씨는 워크룸 편집자(디자이너, 프로그래머)에서 AG 랩 디렉터가 됐다. 덩달아 민구홍 매뉴팩처링에도 달라지는 점이 있을까?
없다. 그리고 없기를 바란다.
올해 가장 많이 들은 음악은?
정확히 계산해본 적은 없지만, 올해뿐 아니라 매년 비슷할 것 같다. 독일의 밴드 쿠스코(Cusco)가 1985년에 발표한 『아푸리막』(Apurimac). “신시사이저만으로 고대 잉카 문명을 여행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이다. 앨범에 수록된 음악에는 가사가 없으므로 사무실에서 일하는 동안 배경 음악으로 삼기 좋다. 특히 「플루트 배틀」(Flute Battle)과 「잉카 댄스」(Inca Dance)는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독자에게 익숙할지 모르겠다. 이와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곡은 미국의 음악가 안젤로 바달라멘티(Angelo Badalamenti)가 작곡하고 연주한 「트윈 픽스 테마」(Twin Peaks Theme). 1990년대를 풍미한 미국 드라마 「트윈 픽스」(Twin Peaks)의 오프닝 곡으로, 왓챠에서 전 시즌을 서비스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시청할 때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며 듣는다. 다시 피아노를 익혀 연주하고픈 곡이기도 하다. 참고로 데이비드 린치(David Lynch)가 감독하고, 두웨인 던햄(Duwayne Dunham)이 편집한 오프닝 영상과 함께 감상하면 감동은 배가된다.
지금까지 아트선재센터의 ‹홈워크›(HOMEWORK, 2020), 국립현대미술관의 ‹프로젝트 해시태그›(2020–), ‹서울시립미술관 모두의 연구실 세마 코랄›(SeMA Coral, 2021), ‹타이포잔치 2021›(2021), ‹옵/신 페스티벌›(Ob/Scene Festival) 등 여러 크고 작은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누군가는 과장을 보태 민구홍 매뉴팩처링을 ‘웹사이트 제작 공장’이라 표현하기도 했는데, 웹사이트를 글쓰기의 결과물이라 말한 게 특히 인상적이다.
약 2년 사이 일반에 공개하지 않는 것까지 헤아리면 100여 개는 될 것 같다. 처음 ‘민구홍 매뉴팩처링’이라는 회사명을 결정했을 때, 즉 내 이름 뒤에 ‘매뉴팩처링(manufacturing)’을 붙이는 게 좋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막연히 회사가 글쓰기와 편집을 통해 이런저런 ‘제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모습을 상상했다. 하지만 비즈니스가 이런 식으로 확장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나는 이제껏 글의 내용뿐 아니라 글쓰기의 형식과 방법에 관해 고민해왔는데, 생각해 보면 이런 게 내게 적합한 글쓰기 방식 아닐까 싶다. 나는 웹사이트를 디자인한다기보다 그저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방식으로 글을 쓰고 편집한다고 생각한다. 그 결과물 가운데 하나가 웹사이트고, 그게 용케도 오늘날 누군가의 욕망에 적절하게 부합하는 거고. 여러 차례 밝혀왔듯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웹 디자인 에이전시나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가 아니다.
출판으로서 발행하는 온라인 문서도 종이책처럼 출판물처럼 대해야 한다는 아이디어가 재미있습니다. e-pub이 다양한 인터페이스 기능을 제공하기에 다양한 링크 기능을 사용하듯이, 원한다면 수정된 것을 추적할 수 있게 하거나, 열린 문서일 경우에는 특정 기호, 닫힌 문서일 경우 다른 기호를 쓰면서요. 이러한 웹 출판물을 개발해보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열린 문서’와 ‘닫힌 문서’라는 개념이 재미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웹사이트를 표기하는 데 어울릴 만한 기호를 고안해볼 필요도 있겠네요. 앞서 말씀드린 세 꼭짓점 가운데 적어도 하나만 충족시킨다면요.
이제 조금 더 우리와 가까운 이야기를 해보자. 이 지긋지긋한 전염병이 창궐하기 이전부터 포스터, 리플릿, 도록 같은 인쇄물의 역할을 웹사이트가 대체하기 시작했다. 의도적으로 처음부터 인쇄물을 고려하지 않는 프로젝트도 늘고 있다. 웹사이트가 인쇄물에 비해 무엇이 매력적일까? 둘 사이에는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을까?
콘텐츠를 담는 그릇으로서는 별다른 차이가 없지만, 파급력 면에서는 웹사이트가 인쇄물보다 우수하다. 웹사이트를 열람하기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이동할 필요 없이 인터넷에 연결된 스마트폰 한 대면 충분하니까. 학교에서 강의를 하다 보면 학생들이 종종 인쇄물과 웹사이트를 비교하려 한다. 기존 커리큘럼의 영향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생산자로서 책이나 포스터 같은 전통적인 인쇄 매체에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웹은 태생적으로 과학자들이 논문을 효율적으로 공유하기 위해 발명됐다. 즉, 웹사이트는 역사적으로 인쇄물에서 출발한 셈이다. 웹사이트는 인쇄물의 장점을 포섭하고 발전한다. 따라서 두 매체를 같은 출발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보다는 인쇄물을 웹의 조상, 그리고 웹은 진보한 인쇄물로 여기는 편이 이롭다. 물론 웹사이트는 종이를 만질 때 느껴지는 흡족함을 주지 못하고, 책과 달리 영원한 베타 버전이라는 차이가 있지만. 팀 버너스리 경과 함께 최초의 웹사이트를 만드는 데 참여한 CERN의 댄 노예스(Dan Noyes)는 이렇게 말했다. “웹사이트는 책과 다르다. 책은 시간을 통해 존재한다. 웹사이트에서 데이터는 반복적으로 덮어씌워진다. 책과 비교하면 웹사이트를 만드는 건 얼마간 부질없는 일이다.”
“한국 사람이 글자를 좋아하거든요.” 한 만년필 애호가의 말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하긴 한글날이면 여기저기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나눔 전용 글자체는 다른 나라에서 보기 드문 흐름이긴 합니다. 혹시 여러분의 나라는 어떤가요? ‘우리가 (또는 내가) 글자를 즐기는구나.’라고 생각하신 적이 있다면 가볍게 소개해주시겠어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겸 출판사에서 편집자로도 일하는 만큼 글자에 예민하고, 저보다 훨씬 더 예민한 동료들과 평일 대부분을 보냅니다. 며칠 전에는 “잘못된 띄어쓰기와 적절하지 않은 글자 사이 값 가운데 무엇이 콘텐츠에 더 치명적인가?”라는 주제로 가벼운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어요. 거칠게 말해 띄어쓰기는 콘텐츠의 구조와 체계, 글자 사이 값은 콘텐츠의 시각적 아름다움에 관한 문제죠. 결론은 입장이나 업무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스노비즘일 수도 있겠지만, 글자를 다룰수록 이렇듯 글자뿐 아니라 글자를 둘러싼 세세한 부분에서 즐길 거리가 눈에 띕니다. 국적보다는 순전히 개인의 취향 때문일 텐데, 이는 제가 미국인이나 일본인이었어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하지만 오로지 글자만 즐기는 것도 별로 건강해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균형을 맞추기 위해 주말에는 운동을 하거나 TV를 많이 봅니다. 낮잠을 자기도 하고요. 그렇지 않으면 글자에 대한 흥미가 금방 줄어들 것 같아서요.
계원예술대학교 학생입니다. 아르바이트 탓에 특강에 참석하지 못했는데, 다시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회사답게 인턴도 있었다고 들었어요. 저도 지원할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총 세 명이 거쳐갔죠. 특히 첫 번째 인턴이었던 송예환 씨는 하루 만에 퇴사했어요. 회사와 인턴이 서로 원하는 걸 얻는 데 시간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 예환 씨 덕에 회사에서는 인턴을 둘 만큼 건실하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게 됐고, 저는 편하게 차를 마실 수 있는 친구도 생겼죠. 지원 방법을 비롯해 민구홍 매뉴팩처링 인턴에 관한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 글을 참고해주세요.

‘편집’은 출판계에서 교정이나 교열같이 다소 협소한 의미로 사용되곤 하지만, 이미 여러 분야에서 창작 이상의 의미로 확장되고 있다. 웹사이트에서 콘텐츠를 다룰 때는 어떤 에디터십이 필요할까?
이 또한 근본적으로는 인쇄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 글자나 이미지가 콘텐츠를 드러내는 것 외에, 예컨대 버튼으로서 특정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즉, 콘텐츠가 사용자와 어떻게 상호작용할 수 있는지까지 고려하고 계획해야 한다는 뜻이다.
얼마 남지 않은 2021년, 꼭 마무리 짓고 싶은 일이 있다면?
VISLA와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컬래버레이션. 그리고 욕조 설치. 불과 몇 년 전 욕실을 리모델링하면서 호기롭게 욕조를 철거했는데,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는 일이 이렇게까지 어려워질 줄은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그의 핵심 측근을 제외하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2018년 늦여름에 한 갤러리에서 회사를 소개하는 전시를 열었다. 회사라면 일반적으로 박람회나 키노트 같은 걸 여는데, 전시라는 방식이 어딘가 좀 이상하지 않았나?

그 전시는 회사를 소개하기 좋은 기회였다. 회사를 소개할 수만 있다면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갤러리에 소환되는 것도 별로 꺼리지 않는다. 전시에는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제품들이 특정 규칙에 따라 구분 없이 뒤섞여 있었다. 그런 점에서 큐레이터 윤율리가 제안한 ‘레인보 셔벗(Rainbow Sherbet)’이라는 전시명은 참 잘 어울렸다. (“실용성, 우아함, 고약함이 각각의 노즐에서 분사되는 적당한 모양새를 한마디로 요약하기란 무척 어렵다.”) 나중에 알았는데 ‘레인보 셔벗’은 각종 마리화나를 혼합한 마약을 가리키는 은어로도 사용된다고 한다.



그중 몇몇 제품은 동업자들과 함께 제작했다. 동업은 민구홍 매뉴팩처링에 중요한 제품 제작 방식이다. 이는 무엇보다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오늘날 모든 걸 혼자, 그리고 능숙하게 해내는 건 쉽지 않고, 무엇보다 건강에 별로 좋지 않다. 이때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좀 더 회사처럼 작동했다. 회의를 거쳐 동업자를 선정해, 그들에게 발주서를 보냈고, 그들은 그에 따라 제품을 제작해 납품했다. 그렇게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추억 속에는 명함, 회사 소개 영상, 김뉘연 씨가 쓴 민구홍 매뉴팩처링을 주제로 한 단편소설 한 편 등이 놓이게 됐다.
또 하나의 수확이 있다면 ‘분홍이’를 컴퓨터 밖으로 끄집어냈다는 점이다.




‘분홍이’는 사람들이 붙여준 별명으로, 본명은 자홍색을 만드는 염료명에서 따온 ‘푹신(Fuchsine)’이다. 푹신은 일종의 민구홍 매뉴팩처링 마스코트로, 아득히 먼 옛날 한 웹사이트에서 태어났다. HTML, CSS, 자바스크립트의 도움으로, 한 웹사이트의 머리(<head>)에 자리를 잡고, 하루에 한 번씩 몸집을 키우며 사용자가 클릭했을 때 혼잣말을 늘어놨다. 평양냉면을 좋아하고, 발렌시아가(Balenciaga)의 트리플 S(Triple S)를 신는 게 꿈이지만, 안타깝게도 아직은 다리와 발이 없는 상태다.
한편, 전시 오프닝 자리에서는 DJ 겸 프로듀서 말립(Maalib)과 제작한 「범용 오프닝 디제잉」을 재생했다. 특히 모임 별의 조태상은 래퍼나 DJ 들이 온갖 행사 오프닝에 활발히 소환되는 오늘날, 어떤 성격의 행사에서든 이용할 수 있는 유용한 제품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대여료는 한 시간당 15만 원으로, 서울에서 활동하는 DJ의 한 시간 평균 공연료와 같고,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하루 종일 대여한 바 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하는지는 여전히 잘 알 수 없지만, 그동안 크고 작은 여러 일에 관여해왔다. 무엇보다 일을 시작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바가 있다면?
해결사를 자처하지 않는다. 회의 자리에서는 마치 모든 문제를 능수능란하게 해결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런 기대감도 없지 않고. 그 유혹에 빠지면, 즉 첫 단추를 잘못 끼우면, 어느 순간부터는 주체할 수 없는 고통이 부풀어오른다. 고객이 민구홍 매뉴팩처링을 요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회사의 한계와 특히 잘하는 것을 고객과 나누고, 서로 이해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