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2015년 이래 진행한 길고 짧은 인터뷰를 꼼꼼히 정리한 뒤 다시 무작위로 늘어놓은 「자주 하는 질문」을 통해 회사 또는 운영자에 관한 궁금증이 모쪼록 해소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단, 질문의 시기에 따라 현재와 다른 사실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한편, 질문의 어조에 따라 언급한 인물에 대한 존칭을 생략하기도 했습니다. 「자주 하는 질문」을 섭렵한 뒤에도 궁금증이 도무지 해소되지 않는다면 [email protected] 앞으로 소상히 말씀해주세요.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인정할 준비가 돼 있습니다. 단, 답장은 이메일 대신 언젠가 「자주 하는 질문」에서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인쇄물과 비교하면 한글 웹 폰트 또한 장벽 아닐까?
한글 웹 폰트는 영문보다 글리프가 많으므로 그만큼 용량이 크다. 따라서 웹 브라우저가 파일을 내려받아 렌더링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비용에 관해서도 이야기해 볼 만하다. 2020년 한 글자체를 웹 폰트로 사용해 보려고 제작사에 비용을 문의해 보니 1,000만 원에 가까웠다. 폰트 파일이 무단으로 유출될 수 있음을 감안한 금액일 텐데, 그럼에도 인쇄물용 라이선스보다 많게는 30배 이상 되는 금액은 사실 납득이 되지 않는다. 폰트 디자이너의 생계와도 관련한 문제겠지만, 구글 폰트(Google Fonts)에 서비스되는 한글 폰트가 더욱 많아지면 좋겠다. 최근에 폰트 디자이너 류양희는 ‘고운바탕’과 ‘고운한글’을, 함민주는 ‘함렡’(Hahmlet)을 구글 폰트에 공개한 바 있다. 노토 산스(Noto Sans)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스포카(Spoqa)의 ‘스포카 한 산스’(Spoqa Han Sans)와 길형진의 ‘프리텐다드’(Pretendard)는 특히 완성도가 높다. 상징성 면에서 AG 타이포그라피연구소의 안상수체나 최정호체는 오픈 소스로 공개하면 좋겠는데, 지나친 욕심일까?

민구홍이 가진 가장 장식적인 옷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다.
타이포그래피의 수많은 강조법 가운데 특히 ‘가운데 맞추기’를 좋아한다. 고전적이긴 하지만, 그저 양쪽 여백을 동일하게 설정하는 것만으로 손쉽게 콘텐츠를 강조하고 장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따금 극적인 효과를 주기도 하고. 그 뒤에는 콘텐츠 자체에만 집중하면 된다. 좋아하는 만큼 즐겨 사용하기도 한다. 이 방법 앞에서 글자 크기를 키우거나 글자체를 바꾸는 데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게다가 글자를 얼마나 키울지, 어떤 글자체로 바꿀지, 합당한 또는 합당해 보이는 이유를 찾다 보면 억지스러워질 때도 있다. 이런 취향은 당연히 내 의생활에도 반영된다. 로고나 메시지 하나 없는 검은색 티셔츠일지라도 몸에 걸치는 순간 내게는 지나치게 멋을 부리는 셈이다.
대부분의 일에서 이름을 짓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편입니다. 물론 ‘구글’같이 실수로 정해지는 이름도 있지만요. 회사의 이름에 어떤 의미가 있나요?
‘매뉴팩처링(manufacturing)’은 일반적으로 ‘원재료를 인력이나 기계력 등으로 가공해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산업’을 뜻하지만, 야구에서는 ‘도루나 진루타, 희생타 등 안타가 아닌 방법으로 득점하는 기술’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단어가 품은 기능주의와 기회주의를 실천하려는 의지를 회사 이름에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불과 몇 년 전에 운영되던 웹사이트에서도 끊어진 하이퍼링크를 발견하곤 합니다. 웹사이트는 영구적으로 보존하기 어려운 매체입니다. 이런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웹사이트는 강력하지만 동시에 허약한 매체입니다. 만질 수도 없고, 일반적으로 웹 브라우저 없이는 열람할 수조차 없죠. 그리고 세입자가 방을 빌리듯이, 웹사이트도 돈을 내서 도메인의 일정 용량을 사용합니다. 이렇게 되면 한곳에 모든 데이터가 모이죠. 자칫하면 데이터를 관리하는 회사가 정보를 통제하는 위험성이 생기기도 합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어요. 예컨대 비커 브라우저(Beaker Browser)를 사용하면 사용자의 컴퓨터는 클라이언트이자 서버가 됩니다. 즉, 사용자는 중앙 서버를 거치지 않고 서로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죠. 데이터를 조각내서 공유하는 토렌트(Torrent)와 유사해요. 웹사이트와 P2P(Peer-to-peer)가 결합한 형태로 인터넷의 탈중앙화를 꾀하는 시도죠. 이렇게 의문을 제기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웹사이트는 ‘영원한 베타(perpetual beta)’ 버전입니다. 서버를 운영하는 데 돈을 지불하지 않으면 폐쇄되죠. 링크가 깨지는 경우도 많고요. 하지만 웹의 존속은 제작자의 마음에 달려있다고 생각해요. 예컨대 전시나 행사를 위한 웹사이트일 경우, 일정 기간 필요한 정보를 모두 전달하면 더 이상 유지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도록이나 아카이브로 사용하는 웹이라면 오래 존재할 수 있죠. 예컨대 최초의 웹사이트는 30년 넘게 지금까지도 운영 중이에요. 똑같은 내용과 똑같은 형식으로 말이죠. 그래서 웹의 생명이 짧다고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필요에 따라서 어떤 웹사이트는 오랫동안 지속하기도 하니까요.
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Conseil Européenne pour la Recherche Nucléaire, CERN)에서 일하던 영국의 컴퓨터 과학자 팀 버너스리(Tim Berners-Lee) 경이 일반에 웹을 공개한 지 어느덧 30여 년이 지났다. 생각보다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데, 그동안 웹은 어떻게 발전했을까?
웹은 콘텐츠의 생산 및 소비 방식의 관점에서 버전으로 구분된다. 웹 1.0은 1994년부터 2004년까지 웹 초창기를 가리킨다. 웹 1.0에서 콘텐츠는 단방향, 즉 생산자에서 소비자로만 흐르며, 소비자는 콘텐츠를 열람만 할 뿐 제어할 수 없다. 그 이후 웹 2.0이 등장했고, 사용자들은 개인 웹사이트를 만들기보다 블로그나 소셜 미디어 서비스로 자리를 옮겼다.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건 훨씬 편리해지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는 흐릿해졌지만, 동시에 (특히 한국에서는) 개인 웹사이트를 만드는 문화가 너무나도 빨리 식어버렸다. 아직 규정하기 어려운 지금은 웹 3.0 시대로,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을 주요 특징으로 꼽기도 했다. 새로운 버전이 등장하면 주도적인 흐름이 이동하긴 하지만, 이전 버전이 완전히 폐기되는 건 아니다. 오늘날 웹은 각 버전이 뒤섞인 엉망진창 상태고, 한 웹사이트에서도 각 버전이 어우러진 경우도 있다. 웹 2.0의 대표적인 기술 가운데 웹사이트(블로그)끼리 서로를 참조할 수 있는 트랙백(trackback) 기능이 재미있는데, 안타깝게도 이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서울시립대학교 학생입니다. 삶의 목표는?
부모님께는 송구스럽지만, 저는 세상에 우연히 태어났다고 생각합니다. 그 남성과 여성을 부모로 둔 것, 한국인으로 태어난 것, 남성으로 태어난 것, 심지어 제 이름이 ‘민구홍’인 것까지 제 기준에서는 다 우연이죠. 우연히 시작된 ‘삶’이라는 프로젝트를 어떻게 진행하고 완수해야 할까요? 고민하다 보면 끝이 없습니다. 열심히 고민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요. 중요한 건 어쨌든 무엇이든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점입니다. 작게는 글자체에서, 넓게는 이 강연이 끝나고 먹을 저녁 메뉴까지. 그 기준은 넓게 보면 무엇보다 제 행복이고요.
더글러스 애덤스(Douglas Adams)의 SF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는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을 둘러싼 궁극적인 질문에 대한 답으로 42을 제시한다. 내게도 비슷한 숫자가 있습니다.
본디 인간이라는 동물의 자연 수명은 38년이라고 해요. 저는 어느덧 38년 하고도 1년을 더 살았습니다. 내년에는 놀랍게도 마흔이 되고요. 남은 생은 그저 ‘덤’, 즉 보너스 스테이지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오해해보면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그러려니…” 하면서요. 그게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카르마, 즉 업보를 없애는 길이기도 하고요.
자기 반영이라는 말을 들으니 큐레이터로서 제가 보는 민구홍 님은 확실히 작가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출판이 더 이상 종이 위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 동의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공개적으로 유통되는 정보를 발행하는 모든 행위를 출판으로 부르며, 확장된 정의에 익숙해져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의 인터뷰가 구글 독스에서 이뤄지며 열린 상태로서 수정 및 편집을 하는 것처럼, 웹 기반으로 출판되는 많은 정보는 종이책과 달리 쉽게 수정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긍정적인 것일까요? 부정적인 것일까요? 에디션 표기를 의무화하는 등의 공통화된 규정이 필요할까요?
‘자기 반영’은 민구홍 매뉴팩처링에 덧붙은 해시태그로 볼 수 있습니다. 이를 추동하는 키워드는 ‘소개’(introduction)고요. 소개는 결국 어떤 대상을 널리 알려 다른 대상과 연결하는 일이고, 그 결과는 앞으로 함께할 친구(사람), 자랑할 만한 경력(포트폴리오), 크고 작은 경제적 이윤(돈) 등으로 이어집니다. 세 꼭짓점이 정삼각형으로 완성되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민구홍 매뉴팩처링에 소개만큼 피할 수 없이 신성한 일이 있을까요?
웹사이트는 소프트웨어로 따지면 ‘영원한 베타’(perpetual beta) 버전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오늘과 내일이 전혀 다를 수 있죠. 출판한 뒤에도 콘텐츠를 수정할 수 있다는 점은 오프라인 출판에 익숙한 이에게는 낯설 만합니다. 반대로 온라인 출판에 익숙한 이에게는 오프라인 출판의 특성이 비실용적일지 모르고요. 이에 대해서는 긍정이나 부정을 표명하는 대신 이 특성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게 실용적이지 않을까요? 한편,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데 콘텐츠를 수정한 날짜를 정확하게 표기하는 일 또한 중요하지만, 저는 구글 문서상에서 이뤄지는 이 서면 인터뷰에서처럼 본문에서는 웹사이트 또한 종이 책처럼 출판물로 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웹사이트의 성격에 따라 겹꺽쇠(『』)나 홑꺽쇠(「」)로 묶어 구분하는 거죠.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거나 번거롭더라도 웹사이트라는 느닷없이 새로운 출판물을 대하는 태도는 작고 사소한 것부터 시작됩니다.
스물다섯 살에 만든 웹사이트가 있나요?
너무 많아서 하나도 기억 나지 않아요. 열한살 무렵 처음 웹사이트를 만든 이래 웹사이트를 만드는 게 일종의 취미가 된 터라 사실 대학교 졸업 작품까지 웹사이트로 만들었죠. 물론 보기 좋게 반려당했지만요.
2019년 3월 12일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에서 «웹-레트로»(Web-retro)가 열렸다. 전시의 야심과 달리 안타깝게도 전시 웹사이트는 현재 운영되지 않는다. 온라인 전시는 서버 호스팅 비용을 지속적으로 지불하며 언제까지 유지해야 할까?
웹사이트가 소프트웨어처럼 ‘영원한 베타(perpetual beta)’라는 점을 고려하면 ‘유지’라는 표현이 과연 적절할까 싶다. 웹사이트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기존 콘텐츠를 바탕으로, 또 다른 전시나 활동이 가능하다. 슬기와 민 웹사이트의 하단에도 이를 의식한 듯한 문구가 있지 않은가. “이 웹사이트는 영원히 제작 중이다.(This website is forever in the making.)” 최초의 웹사이트가 공개된 이래 지금까지 30여 년 동안 운영되듯 웹사이트를 유지하는 건 운영자의 의지에 달렸다. 온라인 전시도 마찬가지다. 웹사이트는 운영자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순간 죽어가기 시작한다.

미국 브라운 대학교(Brown University) 교수 겸 컴퓨터 과학자 제프 황(Jeff Huang)은 자신의 웹사이트에 「웹에서 콘텐츠를 보존하기 위한 선언문」(A Manifesto for Preserving Content on the Web, 2019–)을 공개하고 틈틈이 업데이트한다. 그는 선언문에서 최신 기술에 기반한 웹사이트일수록 콘텐츠를 보존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서버 환경이 조금이라도 달라지면 특정 기술은 아예 작동하지 않는 까닭이다. 그는 일곱 가지 강령을 제안했는데, 첫 번째는 웹사이트를 만드는 데 순수한(vanilla) HTML과 CSS를 사용해보라는 것이다. 물론, 모든 웹사이트에 적용할 수는 없지만, 콘텐츠를 보존하는 측면에서는 분명히 참고해볼 만하다.

이와 관련해 미술계에도 비슷한 예가 있다. 장영혜 중공업이 주로 사용한 기술인 어도비 플래시(Adobe Flash)는 오늘날 허술한 보안, 컴퓨터 성능 저하 등의 이유로 완전히 폐기됐다. 이제 그들의 작업은 일종의 영상으로서 비메오(Vimeo)에 게시된다. 재생 버튼을 누를 필요도 없이 접속하자마자 작품이 작동하는 어떤 짜릿함은 사라졌다. 사랑과 존경을 포함해 이런 사소한 아쉬움을 ‹장영혜 중공업 귀중›을 통해 전하기도 했는데, 아직 답변은 받지 못했다. 처음에는 아쉽고 섭섭했지만, 이제는 다시 한번 편지를 보낼 용기가 생겼다. 제목은 ‹장영혜 중공업 귀중 2›가 적절할 것 같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에는 사업자 등록증이 따로 없다고 들었습니다. “사업자 등록증을 발급받는 순간 폐업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함께 추억을 쌓았을 때 인보이스를 발급받을 수는 있나요?
물론 있습니다. 얼마 전에도 908A에 발급한 바 있고요.

올해로 설립 15주년을 맞은 워크룸에서는 단행본 편집자로,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 웹 제작자로 활동하고 계십니다. 인쇄물과 웹사이트라는 두 매체를 오가면서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을 발견하셨나요?
디자인 학교에서 강의하다 보면 학생들은 인쇄물과 웹사이트를 비교하려 합니다. 기존 커리큘럼의 영향도 있겠지만, 생산자로서 책이나 포스터 같은 전통적인 인쇄 매체에 익숙하기 때문이죠. 또는 지독히 인쇄물을 사랑하거나요. 웹은 과학자들끼리 효율적으로 논문을 공유할 목적으로 발명됐어요. 역사적으로 웹사이트는 인쇄물에서 출발한 셈이죠. 콘텐츠를 담는 그릇으로서 웹사이트는 태생적으로 인쇄물의 장점을 포섭하고, 게다가 지금도 발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둘을 같은 출발선상에 놓고 비교하기보다는 인쇄물을 웹의 조상, 웹을 조금 더 진보한 인쇄물로 여기는 편이 이롭습니다. 물론 웹은 책처럼 손에 쥐었을 때 느껴지는 흡족함을 주지 못하고, 책과 달리 영원한 베타 버전이라는 차이가 있지만요.
2016년 청담동의 COS 매장 3층에 마련된 프로젝트 스페이스에서 발표한 「보기」(더 북 소사이어티·김영나 기획)는 빨강 버튼을 누를 때마다 무작위로 조합된 경고나 행운의 메시지를 대형 스크린에 출력하는 제품이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것 가운데 가장 섬뜩한 메시지가 있다면?



귀하는 / 유니클로에서 / 느닷없이 / 친척 어른에게 / 귀하의 직업을 / 설명하게 될 것입니다. / 축하드립니다.

하지만 가장 섬뜩했던 건 메시지보다 음악가 김윤기의 오프닝 공연이었을 것이다.
친구에게 민구홍 매뉴팩처링 공식 웹사이트에 접속해 「회사 소개」로 연결된 파란색 링크를 응시하는 명상법을 추천받았습니다. 이제 여섯 달째인데, 효과가 있는 것 같기는 합니다. 그나저나 웹사이트는 언제 업데이트되나요?
아직은 회사를 소개하는 데 집중하고 싶습니다. 회사 웹사이트의 또 다른 기능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별자리가 물고기 자리인 사람은 감정에 쉽게 휩쓸린다. 당신은 내가 아는 사람 가운데 가장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최근에 관심이 가거나 눈에 띄는 창작자가 있는가?
잘 모르겠다.
한편, 오가사와라 웹사이트를 포함해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모든 활동은 ‘회사 소개’의 일환이라 밝혀왔다. 사실상 2015년 시청각에서 ‘시청각 문서’로 처음 발표한 「회사 소개」에서 조금도 나아가지 않은 셈이다. 작업물마다 이스터에그처럼 회사와 관련한 정보를 숨겨놓기도 하는데, 이번에 회사를 소개하는 전략은 무엇이었나?
해적단 모집 웹사이트에서 신청자 정보를 입력하는 필드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실제 정보가 플레이스홀더(placeholder)로 입력돼 있다. 여러 방식으로 회사, 즉 민구홍 매뉴팩처링을 소개하는 일은 회사의 원동력이다. 가장 큰 원동력은 고객의 사랑과 관심일 테고. 하지만 민구홍 매뉴팩처링이 모든 사람에게 사랑과 관심을 받는 사회는 별로 아름답지 않다. (한편으로는 그런 사회를 갈망하는 자신을 향한 배덕감 또한 느낀다.) 그럼에도 이번 토크에 참여한 분들만큼은 언젠가 고객으로 삼아 사랑과 관심을 받고 싶다.
한편, 회사에서 ‘여러 방식으로 회사, 즉 민구홍 매뉴팩처링 자체를 소개하는 일’을 주 업무로 삼는 까닭, 다시 말해 ‘소개’에 집착하는 까닭이 궁금하다.
오늘날 분야를 떠나 모든 생산 활동의 기저에는 크든 작든 생산 주체, 즉 자신을 소개하고픈 소중하고 아름다운 욕망이 자리한다. 이 점에서만큼은 이우환 선생이나 버질 아블로(Virgil Abloh)나 마포평생학습관에서 개인전을 연 미술가나 별다를 게 없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그 욕망에 순진하리만큼 충실하려 한다. 단지 회사로서 욕망을 조금 더 의식하고 양식화해 드러낼 뿐이다. 그렇게 회사 소개는 여러 방식으로 이뤄진다. 때로는 자연스럽게, 때로는 노골적으로, 때로는 느닷없이, 때로는 누군가의 명성에 기대, 때로는 이렇게. 누군가에게 의뢰받은 바를 수행하는 일 또한 넓게 보면 회사를 소개하는 일환인 셈이다. 구글을 비롯해 강이룬 선배, 소원영 씨, 양장점 등과 함께 만든 구글 폰트 한국어 웹사이트에서도 중요한 건 웹사이트 자체보다 웹사이트 하단에 명시된, 민구홍 매뉴팩처링이 구글 폰트의 친구라는 사실이다.

전 세계 검색 엔진 시장에서 약 92퍼센트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검색 엔진의 친구가 됐다는 사실은 명절마다 친척 어르신들께 충분히 자랑할 만하다.
서버 호스팅 업체로 가비아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유지하는 게 좋을까요, 다른 업체로 바꾸는 게 좋을까요?
좋은 질문입니다. 가비아는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 경험한 호스팅 업체 가운데 가격 대비 성능 측면에서 그리 좋지 못한 쪽으로 다섯손가락 안에 듭니다. (여전히 PHP 7.4가 최신 버전이라는 게 가당키나 할까요?) 게다가 업체명처럼 고객에게 ‘갑’ 행세를 하는 데 거리낌이 없죠. 인터넷의 평화를 위해 되도록 속히 다른 업체를 찾아보시는 게 현명합니다.
매체의 태생적 제약이 오히려 창작을 추동하는 셈이군요.
저는 창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보다 제약이라 생각합니다. 아니, 창작은 곧 제약을 만드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뉴 미디어 아트나 인터랙티브 아트가 그렇듯 웹사이트 또한 기술과 예술의 경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습니다. 촉각적 경험을 디지털로 구현한 「이것은 모래다」(This is Sand)는 물리 엔진을 활용해 사용자에게 디지털 모래를 만지는 듯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인터랙티브 소설 「보트」(The Boat)는 텍스트, 이미지, 사운드를 결합해 베트남 난민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두 작품은 웹사이트가 어떻게 강력한 내러티브 도구가 될 수 있는지 드러내는 동시에 웹사이트의 경계를 확장하죠.
음악가 이고르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가 말했듯 “자유는 제한된 틀 안에서 더욱 위대해진다.” 웹사이트가 마주한 접근성, 상업성, 기술적 제약은 오히려 이 매체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원동력입니다. 제약을 인식하고 그 속에서 창의성을 발휘하는 일이야말로 어쩌면 예술의 참된 목표일지 모릅니다. 한편, 시간이 숫자가 아닌 한글로 흐르는 다음 웹사이트에서는 제약이 어떻게 창작을 추동했을까요?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졸업생입니다. 웹사이트의 방문객을 어떻게 고려하나요?
웹사이트에 근사한 콘텐츠가 담겨 있거나 웹사이트를 이루는 코드가 완벽하더라도 웹 브라우저가 없으면 열람조차 할 수 없습니다. 웹 브라우저가 모든 웹 기술의 종착지인 셈이죠. 결국 사용자에게는 웹사이트가 웹 브라우저상에서 어떻게 동작하는지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 점에서 로딩 속도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요. 통계상 로딩 속도가 3초를 넘으면 소비자가 열람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거든요. 이미지가 많은 웹사이트인 경우 이미지 파일의 크기를 신경 쓰는 편이고요. 이미지 파일의 크기는 화질이 열화되지 않는 선에서 적으면 적을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이를 위해 이미지의 불필요한 메타데이터까지 삭제하는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합니다. 시각 장애인이나 저시력자를 위한 이미지의 대체 텍스트나 글자 색과 배경 색의 대비도 중요하죠. 물론, <div> 태그를 난잡하게 사용하지 않는 시멘틱(semantic)한 HTML 마크업은 기본이고요.
구홍의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생각이 있으신가요?
없는 것 같아요. 뭐가 맞고 뭐가 틀리다는 생각 자체를 별로 하지 않는 편이에요. 살다 보면 조금 전까지 당연히 맞다고 생각한 게 몇 분 뒤 당연히 틀린 게 되고, 그 반대의 경우도 일어나잖아요. 질문과 비슷한 제목의 영화가 2015년에 개봉했는데, 아마 그게 제가 마지막으로 본 홍상수 감독의 영화일 거예요. 제가 오직 맞다고 생각하는 건 맞음과 틀림이 없음을 맞다고 생각하는 게 틀림없어요.
텍스트를 주원료로 삼는 만큼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제품은 한국어만으로 이뤄지거나 한국어를 포함한다. 한국어에 관한 생각이 궁금하다.
그건 내가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것처럼 그야말로 우연이다. 한글도 마찬가지다. 한글을 따라다니는 ‘고도로 진화한 문자’ 같은 수식어는 언뜻 바로 손에 잡히지 않는다. 우연에 관해 말하는 건 아무래도 쉽지 않다. 내가 한국어를 좋아하는 건 단지 그게 (HTML, CSS, 자바스크립트처럼) 내가 곧잘 쓸 수 있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한국어와 영어보다는 둘의 문자 체계, 즉 한글과 로마자에 관해 이야기하는 게 나을 듯하다. 몇 년 전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구글 폰트 + 한국어 웹사이트를 만드는 데 참여한 적이 있다. 그 덕에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구글 폰트의 친구가 됐고. 한글은 닿자 열아홉 가지와 홀자 스물한 가지로 이뤄진다. 둘은 서로 조합돼 한 글자가 되고, 그 조합의 합은 물경 1만 7,388가지나 된다. 이런 특징은 한글 폰트를 제작할 때는 물론이고 특히 웹에서 사용할 때 영향을 미친다.

노토 산스(Noto Sans)를 기준으로 로마자 버전은 455킬로바이트지만, 한글 버전은 2.2메가바이트에 달한다. 작은 차이 같지만 브라우저가 폰트를 완전히 내려받는 단 몇 초 동안에는 페이지가 깜빡이며 제대로 표시되지 않는다. 구글은 이 깜빡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심지어 머신 러닝 기술까지 도입했다.
나는 때로는 구글이 이 깜빡임을 완전히 없애는 것과 번역 기술 개선을 통해 언어 민주화를 이룩하는 것 중에 어느 쪽이 먼저가 될지 궁금하다. 영어권 사용자에게는 도시 전설처럼 들릴지 모르겠다. 그런데 웹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일이 일어난다.
이제 웹사이트가 무엇인지 조금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다시 질문해보고 싶어요. 설령 같은 답이 돌아오더라도요. 대관절 웹사이트란 무엇인가요?
글쎄요. 어쨌든 우리는 그곳을 ‘웹사이트’라 불렀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 말이 사전적으로 규정하는 바는 조금 협소해 보입니다. 웹사이트의 내일은 기술과 인간이 만나는 지점에 있습니다. 여전히 웹사이트는 정보와 예술, 기술과 인문학이 어우러진 공간이 될 테고, 우리는 이곳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새로운 사고방식을 발전시키며 우리가 존재하는 새로운 방식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요? T.S. 엘리엇의 말마따나 “우리는 출발점으로 돌아와 그곳을 처음으로 알게 된다.” 우리가 웹사이트를 통해 마주하는 경험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끝없는 디지털 공간을 배회하다 보면 우리가 알게 되는 건 결국 나 자신, 나아가 우리겠죠.
COS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의 콘셉트는 무엇인가요?
정지, 금지, 위험, 경고 등을 의미하는, 하지만 포춘 쿠키 속 메시지처럼 방문객에게 우연한 기쁨을 줄지 모를 빨강 문자들입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회사를 소개할 때 워크룸에 “기생한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즉,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운영자의 근무지에 기생하는 회사인데, 운영 방식으로 기생을 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기생은 자연스럽게 결정된 회사의 생존 전략이다. 콘솔 게임 제작사 너티독(Naughty Dog)의 「라스트 오브 어스(The Last of Us)」 시리즈에는 온갖 ‘감염자(The Infected)’가 등장한다. 그들은 동충하초처럼 인간의 몸을 잠식해 숙주를 조종한다. 인간이 없다면 동력을 얻지 못한다. 민구홍 매뉴팩처링 또한 마찬가지다. 부족한 용기와 자본을 숙주를 통해 해결한다. 숙주에 노동력과 얼마간의 즐거움을 제공하는 대신 운영자가 받는 월급으로 운영비를 충당하고, 컴퓨터, 테이블, 커피 머신 등 숙주의 동산과 부동산을 이용하는 식이다. 그 덕에 영원히 알고 싶지 않은 세금과 관련한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이따금 숙주를 떠나 독립을 하거나 사업자 등록증을 발급받으라는 요구를 받기도 하지만, 그러는 순간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폐업을 신고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워크룸을 떠나 구글이나 테슬라에 기생하는 일이 있더라도 민구홍 매뉴팩처링이 독립하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한편, 이런 상황임에도 최근에는 네덜란드에서 찾아온 인턴이 일하고 있다.
듣고 보니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당신이 오로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자신을 편집한 결과물, 또는 그를 위한 편집 지침처럼 보인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감사할 따름이다.
2020년 현재 HTML의 표준 명세인 HTML5에서 사용되는 태그 113가지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태그는 무엇인가요?
<a> 태그입니다. 하이퍼링크를 만들어 콘텐츠와 콘텐츠를 잇는 태그죠. a는 ‘닻(anchor)’을 뜻하고요. 즉, 우리가 어떤 웹사이트에서 하이퍼링크를 클릭했을 때 우리는 그곳에 닻을 내리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셈입니다. 인쇄물과 웹사이트를 구별짓는 대표적인 태그이기도 합니다. 인쇄물에서 각주, 방주, 미주에 불과했던 콘텐츠는 <a> 태그 덕에 웹에서 새로운 지위를 획득했습니다. 웹을 웹답게 만드는, 웹의 산소 같은 존재가 된 거죠.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공식 웹사이트 홈페이지가 지나치게 공간을 낭비한다는 생각은 안 드시나요?

사실 웹 브라우저의 주화면은 이렇다 할 콘텐츠를 마련하지 못한 이에게 너무나도 광활합니다. 이 공간을 대관절 무엇으로 채워야 할까요? 억지로 뭔가를 채우려다 보면 옹색해지기 마련이죠. 이는 민구홍 매뉴팩처링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웹사이트를 제작하는 데 <body> 태그 속을 반드시 채워야 할까요? 회사를 소개하는 데는 웹 브라우저 상단의 주소 표시줄 속 패비콘(favicon)과 웹사이트 제목뿐이면 충분할지 모릅니다. (구글 크롬에서만 올바르게 작동합니다.) 물론 주소 표시줄까지 웹사이트로 포함할 수 있다면 말이죠. 마우스 등의 장치를 이용해 웹 브라우저 화면을 적절하게 축소하는 것 또한 방법입니다.
브랜딩, 예컨대 작명 서비스도 제공하나요?
그래픽 디자이너 겸 저술가 김동신 씨가 운영하는 ‘동신사’ 외에는 아직 없습니다. 서로 자신이 앞으로 운영할 사업체를 구상할 즈음이었죠. 처음에 제안한 건 ‘김동신 매뉴팩처링’이었던 것 같습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에 점점 빠져들고 있어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하루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기생 회사다. 현재 회사의 숙주는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겸 출판사 워크룸이다. 회사와 계약한 소정 근로 시간에는 숙주의 직원으로서 열심히, 그리고 되도록 즐겁게 일한다. 짬이 나면 민구홍 매뉴팩처링 일을 한다. (제품 대부분이 단순한 까닭이다.) 물론 둘 사이가 흐려질 때도 있다. 퇴근한 뒤에는 친구들을 만나거나 TV를 보거나 책을 읽곤 했다. 요즘에는 플레이 스테이션을 조금 가지고 놀다가 민구홍 매뉴팩처링의 내일을 생각하며 잠에 빠진다.
이제는 안그라픽스 랩이 기생지가 되었군요! 웹을 생각하면서 웹 브라우저의 중요성을 종종 잊곤 하는데, 웹 ‘출판’도 이미 주어진 틀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출판’을 위한 작업을 할 때, 온라인과 오프라인 각각에서 어떠한 자유와 한계를 느끼며 작업하는지 궁금합니다.
10여 년 동안 종이책과 웹사이트를 편집해온 바로 오프라인 출판은 핑퐁 게임과 비슷합니다. 생산자의 역할은 크게 편집과 디자인으로 나뉘고, 서로 콘텐츠를 탁구공 삼아 주고받으며 결과물을 완성하죠. 반대로 온라인 출판, 즉 웹사이트는 저 한 사람이 거의 모든 것을 총괄합니다. 혼자 벌이는 핑퐁 게임이랄까요? 이 과정은 제게 글쓰기와 같습니다. 텍스트 에디터상에서 코딩, 즉 글을 쓰면서 시작해 트러블슈팅(troubleshooting), 즉 퇴고로 끝나니까요.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결과물의 구조적 질서, 시각적 질서, 기능적 질서까지 고려하게 되고요. 이 글쓰기의 끝에는 반드시 웹사이트만 있는 건 아닙니다. 공장에서 제품이 컨베이어벨트를 지나며 차곡차곡 조립되는 것처럼 과정이 분명하면 좋겠지만, 실제로는 아주 엉망진창입니다. 글쓰기 또는 웹처럼요.
워크룸의 단행본 편집자인 한편, 웹에도 관심이 적지 않다. 두 매체를 구분하는 것의 장점과 단점이 무엇일까? 두 매체를 오가면서 어떤 이유에서 각 매체를 선택하는가?
웹은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 회사를 소개하기 위해 활용하는 매체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웹의 비중이 적지 않기 때문에 이따금 웹 디자인 에이전시로 오해받곤 한다. 회사에서 웹을 주로 이용하는 까닭은 다루기 쉽고, (인쇄물에 비해) 파급력이 클 뿐 아니라 무엇보다 많은 사람이 잠들기 직전에 마주하는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팀 버너스리(Tim Berners-Lee) 경이 과학자들끼리 효율적으로 논문을 공유할 목적으로 웹을 발명한 만큼 역사적으로 웹은 인쇄물에서 출발했다. 정보를 전달하는 방식의 측면에서 웹은 태생적으로 인쇄물의 장점을 포섭하고, 지금 이 순간에도 발전을 거듭한다. 따라서 둘을 같은 출발선상에 놓고, 일대일로 비교하기보다는 인쇄물을 웹의 조상, 웹을 조금 더 진보한 인쇄물로 여기는 편이 이롭다. 당장 생각 나는 둘의 분명한 차이가 있다면 웹은 책을 손에 쥐었을 때 느껴지는 흡족함을 주지 못한다는 점과 책과 달리 영원히 베타 버전이라는 점이다.
조만간 「새로운 질서」에서 만날 날을 고대합니다. 한편, 인공지능을 비롯해 가상현실, 증강현실 같은 기술이 웹사이트의 가능성을 더욱 확장하는 마당에 웹사이트는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까요?
인공지능은 콘텐츠를 생성하고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는 데 혁신적으로 활용됩니다. 예컨대 『워싱턴 포스트』(The Washington Post)의 인공지능 기반 자동 기사 작성 시스템인 ‘헬리오그래프’(Heliograf)는 스포츠 경기 결과나 선거 속보 같은 데이터 중심 뉴스를 빠르게 생성하고, 이미 많은 웹사이트가 몰입형 경험을 제공합니다. 한편, ‘웹 3.0’이라 불리는 패러다임도 주목할 만하죠.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에 기댄 분산형 웹은 중앙화된 플랫폼에 기대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웹사이트를 촉발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이 이를 통해 기술이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촉진하고,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일찍이 보르헤스가 꿈꾼 알렙처럼 작은 점 속에 무한한 우주가 담기는 경험이 가능해지는 거죠.
하지만 이런 기술적 진보에도 ‘인간의 욕망과 창의성을 담아내는 그릇’이라는 웹사이트의 본질적 가치는 변하지 않습니다. 아무리 인공지능이 발전하더라도 우리, 즉 인간의 자리는 고스란하리라 믿는 까닭입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이 설립된 2015년, 1세대 넷 아티스트 J.R. 카펜터(J.R. Carpenter)가 주창한 핸드메이드 웹(Handmade Web)은 기술과 예술의 경계를 허물며 웹사이트가 얼마나 더 즐겁고 창의적일 수 있는지 증명합니다. 나아가 ‘핸드메이드 웹’의 정신은 웹사이트의 다른 모습과 기능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수없이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핸드메이드’(handmade)라는 말은 일반적으로 기계가 아닌 손이나 간단한 도구로 만든 물건을 가리킨다. 그 물건은 점토 재떨이처럼 평범하거나 질박할 수도, 고급 수제화 한 켤레처럼 완벽에 가까울 만큼 정교할 수도 있다.”

특히 이 문장이요. “오늘날 웹은 다국적 기업, 독점 애플리케이션, 읽기 전용 기기, 검색 엔진 알고리즘, 콘텐츠 관리 시스템(Content Management System, CMS), 위지위그(WYSIWYG, What You See Is What You Get) 에디터, 디지털 퍼블리셔 등과 함께 상업화를 향한다. 이때 컴퓨터 언어를 다루는 일, 즉 코딩이 자기 주도적인 글쓰기인 점을 인식하고, 이를 통해 온라인 작품 또는 출판물로서 자신만의 웹사이트를 만들고 관리하고 유지하는 일이 느닷없이 급진적인 행위가 되고 있다. (…) 오늘날 웹은 독점적이고, 약탈적이고, 음란한 공간이 되고 있다. 그럴수록 나는 웹을 더욱 시적이고, 비타협적으로 사용하는 데 전념하려 한다.”
먼저 회사를 소개해달라.
민구홍 매뉴팩처링(‘민구홍매뉴팩처링’으로 붙여쓰기 할 수 있다.)은 1인 기생 회사다. 여기서 ‘기생’은 다른 회사, 즉 내 근무지에 더부살이한다는 뜻이다. 민구홍 매뉴팩처링 운영 방식 중 하나다. 지금은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겸 출판사 워크룸(Workroom)에 기생한다. 이전 숙주는 대한민국의 주식회사 안그라픽스(Ahn Graphics)였고. 한편, 2015년 회사를 설립하면서 서른일곱 가지 목록을 통해 회사를 처음 소개했다. 열세 번째 시청각 문서로 발표한 「회사 소개」라는 글로, 회사의 첫 번째 제품이었다. 이는, 지금도 어느 정도 그렇지만, 당시 회사의 주 업무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여기에는 회사라면 모름지기 무엇을 하기보다 하지 말아야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별 근거 없는 신념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 각 항목은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비트코인으로 후원금을 모금하지 않습니다.”를 포함해 여전히 유효하다.
며칠 전 뉴욕을 방문했을 때 JFK 공항으로 돌아가는 전동차 안에서 여기에 몇 가지 항목을 더하기로 했다. 기존의 항목 중에 몇 가지를 수정할 필요도 생겼다. 그러면서 그간 명확하지 않았던 주 업무 하나를 결정해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무엇보다 회사를 소개하는 데 주력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구체성을 더하고 혼동을 피하고자 몇 구절을 더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무엇보다 여러 방식으로 회사, 즉 민구홍 매뉴팩처링 자체를 소개하는 데 주력합니다.
더 궁금한 점이 있다.
나도 마찬가지다. 기회가 있다면 또 다른 자리를 마련해보면 좋겠다. ‹새로운 질서›에서 이야기하는 일부 내용을 간추렸을 뿐이지만, 오늘 이야기가 미술 및 디자인계의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면 좋겠다. 단, 내 말을 맹신하는 건 금물이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그래픽 디자이너 밥 길도 말하지 않았던가. 규칙을 파악한 뒤에는 잊어버려야 한다고.
자신 있게 추천하는 2021년의 가장 멋진 공간은?
집 근처에 있는 실내 클라이밍장인 ‘홍대클라이밍센터’(02-332-5015). 한국 스포츠 클라이밍 1세대이자 업계에서 ‘바위꾼’으로 통하는 윤길수 선생이 20년 가까이 운영하는 곳으로, 차분하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온몸을 이용한 명상에 집중할 수 있다. 안타깝게도 2020년에 이어 2021년 또한 대부분의 시간을 집과 사무실에서 보낼 수밖에 없었는데, 매주 짬을 내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았더라면 생활 속에서 좀처럼 에너지를 발휘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게다가 벽에 붙은 크고 작은 색색의 홀드를 바라보기만 해도 몸뿐 아니라 마음마저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주말에 운동을 마치고 성미산 정상을 밟은 뒤 집으로 오는 길에 문바 씨가 운영하는 ‘FOE’에 들러 기상천외한 신제품을 구경하고, ‘녹원쌈밥’ 연남점(02-332-9483)에서 신선한 각종 녹황색 채소로 허기와 루테인(Lutein)을 채우면 일주일을 마무리하는 데는 더할 나위가 없다.
“생화학 무기와 도청 장비, 무엇보다 샤워 커튼” 외에 앞으로 발표할 제품이 있다면?


회사 여건에 따라 언제든 수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2015년 시청각에서 열린 단체전 『/문서』(/documents)에 발표한 어드벤처 게임 「민구홍 매뉴팩처링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를 업데이트해 배포할 예정입니다. 이와 더불어 제품의 보도 자료를 모은 책인 『보도 자료』를 기획 중입니다. 한편, 회사가 웹 디자인 에이전시는 아니지만, 웹 기반 제품에 조금 더 집중해볼까 합니다. 웹은 상대적으로 적은 노동력으로 제품을 제작할 수 있는 환경이자 접근하기 쉬우면서 유용하고, 무엇보다 앞으로 더욱 많은 사람이 잠들기 전에 가장 마지막으로 마주할 대상이 될 테니까요.
추앙하는 숫자가 있나요?
제법 많습니다. 0.125, 2, 3, 6, 12, 14, 16, 24, 38, 42, 999입니다. 어떤 것은 글쓰기, 어떤 것은 또 다른 글쓰기, 즉 코딩, 어떤 것은 마이크로 타이포그래피, 어떤 것은 매크로 타이포그래피와 관련이 있습니다.
웹사이트를 제작할 때 워드프레스(Wordpress) 같은 콘텐츠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사용하는가?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사용하지 않는다. 전 세계 웹사이트 가운데 3분의 1이 워드프레스로 제작된다지만 지나치게 무겁다고 느낀다. 집 근처 공원으로 나들이를 가는데 KTX를 타려는 꼴이다. 게다가 워드프레스의 플러그인은 다양하고 사용하기 편리하지만 유지 보수 면에서는 최악에 가깝다. 그 탓에 워드프레스 공식 웹사이트 하단에 실린 문구인 “Code is poetry.”마저 지나치게 서정적으로 느껴진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워드프레스의 단점을 극복해 오픈 소스를 자체적으로 커스터마이징한 「매니지먼트」(Management)를 사용하고, 고객들에게도 적극적으로 권하는 편이다. 구체적인 건 고객으로서 직접 경험해보는 편이 어떨까? 물론 콘텐츠와 코드를 한땀 한땀 입력하는 하드 코딩이 시간을 가장 절약하는 방식일 때도 있다.
서울시립대학교 학생입니다. 항상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을 하시는 것 같아요. 작업을 위한 영감은 대체로 어디서 얻으시나요?
제가 마주하는 모든 대상에서 얻습니다. 다만, 그 과정은 단순히 ‘영감을 얻는다’는 말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무의식적인 차원에 있습니다.
커비 퍼거슨(Kirby Ferguson)의 『모든 것은 리믹스다』(Everything is Remix)라는 다큐멘터리가 있습니다. 제목처럼 인간의 모든 창작물은 리믹스, 즉 이미 존재하는 것을 조합한 결과물이라는 뜻이죠. 우리가 늘 손에 쥐는 아이폰이 대표적이고요. 스티브 잡스가 이야기했듯 아이폰은 이미 존재하던 MP3 플레이어, 전화기, 인터넷 단말기를 조합하고 필터링한 결과물이죠. 그렇게 이해해보면 (또는 오해해보면) 크리에이티브라는 건 결국 에디터십에서 비롯합니다. 에디터십은 이미 존재하는 것에 반응하고, 필터링하고, 연결하고, 관리하는 힘이죠. 제게 ‘크리에이티브’라는 건 그런 것 같아요.
그 다음에 필요한 건 족쇄, 즉 제약입니다. 말을 하든, 글을 쓰든, 포스터나 책, 웹사이트를 만들든 우리는 매체의 제약에 놓입니다. 거칠게 말해 제약 없이는 아무것도 시작하기 어렵죠. 설령 제약이 없다면 (또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면) 가장 먼저 제약을 창작해야 합니다. 제약을 창작하는 일이 곧 작품을 창작하는 일이라 믿는 까닭입니다. 크리에이티브의 첫 번째 대상은 제약입니다.
한편, 사진, 영상 등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면 그것을 처음 의도와 달리 활용하는 사람들이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웹사이트에서는 어떤가요? 일찍이 민구홍 매뉴팩처링이 빚진 대상이 있을 것 같아요.
1990년대 말, 넷 아트(net.art)가 등장했을 때 사람들에게 코드로 만든 예술은 그저 낯설기만 했습니다. “이게 예술인가요?”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이 남성용 소변기를 전시장에 들여놓았을 때 사람들이 보인 반응과 비슷했죠. 특히 올리아 리알리나(Olia Lialina)의 「내 남자친구가 전쟁에서 돌아왔다」(My Boyfriend Came Back from the War) 같은 작품은 당시에는 생소했지만, 지금은 넷 아트의 고전으로 인정받습니다. 넷 아티스트들은 웹사이트를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닌 작품 그 자체로 활용했죠. 그렇게 기술적인 HTML의 구조, 하이퍼링크의 비선형성, 인터넷의 상호작용성은 예술적 도구로 거듭났습니다. 관람객은 클릭을 통해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이는 전통적인 서사 구조를 해체하고, 독자를 공동 창작자로 끌어들이는 혁신적인 시도였죠. 즉, 넷 아트는 완성태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관객의 참여를 통해 계속해서 새롭게 태어납니다. 잠깐 ‘JODI’라는 예명으로 활동한 예술가 듀오 조안 힉맨(Joan Heemskerk)과 디르크 패스만스(Dirk Paesmans)의 작품 「wwwwwwwww.jodi.org」를 살펴보면 어떨까요?

오늘날 편집 디자이너를 희망한다는 것은 멍청한 것인가?
이 질문에는 어떤 대상을 향한 질문자의 마음과 질문자가 느끼는 어떤 대상을 둘러싼 주위의 인식이 어우러진 듯하다. 자신이 지닌 희망 자체에 관해서는 희망에 다가가 성공 또는 실패를 겪은 뒤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일단 자신이 다가가야 한다. 이에 관해서는 누구도 멍청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조금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다른 사람의 희망에 관해서는 마음을 다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