ミン・グホン・マニュファクチャリング

フクロウ連盟

2019

“사람들은 파랑을 좋아한다. 우리를 나아지게 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잡아 끌기 때문이다.” —괴테

유달리 파랑을 좋아하는 사람은 인터넷을 돌아니다가 웹사이트 어디에선가 가로세로 1픽셀의 파란 점을 어렵지 않게 찾아낼 수 있다. 파랑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파랑을 발견하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오히려 쉬운 일이다. 마치 당연한 듯 그것을 클릭하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받는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이제 올빼미 연맹의 회원입니다.” 일종의 자격 시험을 통과한 셈이다. 웹사이트의 주소는 알려지지 않았다. 어떤 검색 엔진에서도 검색할 수 없는 연맹의 웹사이트는 오직 이 하이퍼링크를 통해서만 접속할 수 있다. 누군가 접속할 때마다 바뀌기 때문이다. 게다가 파란 점은 이미 사라진 뒤일 것이다.

연맹을 결성한 것은 세 사람이다. 1990년대 초 유즈넷(Usenet)의 한 뉴스 그룹에서 활동하던 이들은 파란 스키틀스(Skittles)가 없는 까닭에 관한 논쟁에 참여하면서 처음 만났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만의 이론과 근거를 동원해 주장을 폈고, 그럴수록 논쟁은 엉뚱한 곳으로 흘렀다. 스키틀스의 관계자가 등장하지 않는 이상 어차피 결론이 나지 않을 논쟁이었다. 불씨를 지핀 사람은 진작에 사라진 뒤였다. 결정적으로 엄청난 사건이 터지면서 게시물은 뒤로 밀려났다. 결국 셋만 남게 된 이들은 파랑을 좋아하는 자신들의 취향을 알고 연맹을 결성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들은 곧바로 웹사이트를 만들고 인터넷 곳곳에 이곳으로 이동하는 하이퍼링크를 숨겨놓고 회원을 모집했다. (해당 회원이 접속한 링크는 HTTP 리퍼러를 추적해 삭제했다.)

이들 가운데 올빼미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올빼미를 직접 본 사람도 없었다. 이들에게 올빼미는 『데어데블(Daredevil)』에 등장하는 악당 가운데 하나에 불과했다. ‘올빼미 연맹’이라는 이름은 올빼미가 파랑을 식별할 수 있는 유일한 새라는 속설에서 유래했다. 나중에 이 속설은 거짓으로 밝혀졌지만, 이들은 이름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런 느슨함은 연맹의 성격에 제법 어울렸다. 게다가 이미 서른일곱 번째 회원이 가입한 뒤였다. 단, 연맹 웹사이트의 서버만큼은 이집트에 두기로 했다. 기원전 2,200여 년 전, 최초의 인공 안료인 ‘이집션 블루(Egyptian Blue)’를 발명한 이집트인들을 기리기 위해서였다.

유별난 회원 모집 방식 탓에 연맹이 체제 전복을 꾀하거나 악마를 숭배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연맹은 그저 파랑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일 뿐이었다. 연맹에는 연회비나 정기 모임 같은 것도 없었다. 회원들은 평소처럼 자신만의 방식대로 파랑을 좋아하기만 하면 될 뿐이었다. 달라지는 것은 소속감뿐이었다. 공연한 일이었다.

1810년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는 『색채론(Zür Farbenlehre)』에서 사람들이 파랑을 좋아하는 까닭에 관해 우리를 나아지게 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잡아 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파란색으로 칠해진 방에서 파랑에 관해 논하는가 하면, 블루 맨 그룹(Blue Man Group)의 공연을 관람한다. 조니 워커 블루 라벨(Johnnie Walker Blue Label)을 마시며 앤디 워홀(Andy Warhol)의 『블루(Blue)』를 관람한다. 자정이 지나면 회원들은 내일 입을 파란색 옷을 준비하고 잠자리에 든다. 1973년에 발매된 비틀스(Beatles)의 컴필레이션 앨범 『1967–1970』에 ‘블루 앨범(The Blue Album)’이란 이명(異名)을 붙인 것도 연맹이었다. ‘인터내셔널 클라인 블루(International Klein Blue, IKB)’로 유명한 이브 클라인(Yves Klein)의 작품을 사들였다. 2009년 미국의 화학자 마스 수브라마니아(Mas Subramania)가 이끄는 연구진은 인망 블루(YInMn Blue)를 발명했다. 1775년 프랑스의 화학자 루이 자크 테나르(Louis Jacques Thenard)가 코발트 블루(Cobalt Blue)를 발명한 지 약 200년 만이었다. 그 뒤 크레욜라(Crayola)에서는 ‘블루티풀(Bluetiful)’라는 이름의 인망 블루 크레용을 출시했다. 팀 버너스리(Tim Berners-Lee)나 빌 게이츠(Bill Gates)가 연맹의 회원이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나스닥(NASDAQ)의 로고는 파랑이다. 2001년 프랑스의 역사 연구자인 미셸 파스투로(Michel Pastoureau)는 『파랑의 역사(Blue: The History of a Color)』를 발표했다. 초고에 연맹에 관한 부분이 있었다. 스탠포드 대학교 출판사 편집자의 제안에 따라 해당 부분을 삭제해야 했다.

이런 연맹의 존재는 한 회원에 의해 세상에 알려졌다. 자신은 이제 더는 파랑을 좋아할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2019년 현재, 연맹에서는 여전히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누구든 회원이 될 수 있다. 파랑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파랑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것이 가로세로 1픽셀짜리여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