ミン・グホン・マニュファクチャリング

盗みはよい。

2025

“창작의 역사는 도둑질의 역사다.”

고대의 모방부터 AI의 프롬프트까지,
도둑질을 둘러싼 가장 대담하고 유쾌한 옹호

『”도둑질은 좋다.”』는 창작에서 ‘도둑질’이라는 개념을 윤리적 금기나 법적 범주가 아닌, 시대와 장르를 가로지르는 창작의 기술이자 철학으로 다시 조명하는 책이다. 플라톤과 키케로에서 시작해 셰익스피어, 워홀, 타란티노, 그리고 오늘날의 알고리즘 기반 AI에 이르기까지, 민구홍은 방대한 역사적 사례와 예술적 전례를 통해 ‘도둑질의 기술’을 해부한다. 이 책은 표절을 옹호하기보다 창작이란 결국 ‘무엇을 어떻게 훔쳤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반복적인 실험이었음을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도둑질은 나쁘다’는 선언으로 시작되는 1장은, 이 책이 단순한 옹호론이 아님을 천명한다. 지은이는 “도둑질은 남의 맥락을 파괴하고, 자기 책임을 회피하며, 자신의 말을 찾아가는 여정을 가로막는다”고 말하지만, 이 비판이 곧 역설적인 ‘도둑질 예찬’으로 이어질 것임을 예고한다. 즉, 이 책은 도둑질을 덮어두거나 부정하는 대신, 그것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해부함으로써 도둑질의 윤리와 미학을 동시에 탐색한다.

고대 그리스-로마의 수사학 교육과 중세 수도원의 성서 주석, 르네상스 화가들의 고전 모방, 낭만주의 작가들의 은밀한 표절, 모더니즘과 팝아트의 노골적인 인용과 반복, 그리고 21세기의 플랫폼 기반 창작과 AI 툴까지, 「도둑질의 역사」를 이루는 각 부분은 한 편의 문화사이자 창작론으로 읽힌다. 예컨대, 셰익스피어는 거의 모든 극의 플롯을 어딘가에서 가져왔지만 “To be or not to be” 같은 문장으로 그것을 완전히 뒤엎는다. 워홀은 “다른 사람이 잘한 걸 똑같이 하면 돼. 똑같이, 더 많이.”라는 선언으로 반복 자체를 미학으로 전환한다. 지은이는 이 모든 사례를 통해 ‘훔치는 행위가 아닌 그로부터 어떻게 자기 목소리를 만들어냈는가’를 묻는다.

책의 중반부는 도둑질에 얽힌 통념을 해체하고, 그 윤리적 경계와 미적 기법을 날카롭게 정리한다. ‘껍데기만 바꾸면 도둑질이 아니다’, ‘출처를 숨기면 내 것이다’, ‘흉내는 부끄러운 짓이다’ 등 흔히 반복되는 열세 가지 오해들을 하나하나 짚으며, 도둑질은 베끼지 않아도 할 수 있다, 감탄의 계보를 드러내는 것이야말로 정직한 창작자의 태도라 강조한다. 여기서 지은이는 창작에서의 윤리는 ‘무엇을 어디서 가져왔는가’보다 ‘어떻게 다시 썼는가’, ‘누구의 감동을 어떻게 다시 살렸는가’라는 질문에 있다고 단언한다.

「도둑질의 정신」으로 시작되는 책의 후반부는 일종의 창작 실천 매뉴얼처럼 읽힌다. 지은이는 도둑질은 기술 이전에 ‘감탄의 감각’이며, 타인의 문장을 정교하게 감각하는 훈련, 인용의 윤리를 사유하는 태도, 관계를 복원하는 감정적 직관이라 말한다. 여기서 도둑질은 단순한 차용이 아닌 창작이 시작되는 방식이자, 시대와 존재를 연결하는 감각 훈련이 된다. “도둑질은 관계의 언어이며, 정직한 고백이며, 창작의 지독하게 솔직한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결론은 이 책이 그저 창작론이 아니라 시대 감각에 대한 진단이라는 사실을 뚜렷하게 드러낸다.

동시에 『”도둑질은 좋다.”』는 단지 이론서가 아니다. 도둑질의 철학을 통해 창작자의 감각, 책임, 윤리를 다시 묻는 책이다. ‘훔쳤는가?’가 아닌 ‘훔친 것으로 무엇을 만들었는가?’ ‘누구를 되살렸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독자 스스로 자신의 창작을 되돌아보게 한다.

지은이 민구홍은 글쓰기와 웹을 중심으로 출판, 디자인, 교육을 넘나드는 인물로, 1인 기생 회사 민구홍 매뉴팩처링을 운영하며 ‘창작을 위한 감각적 인프라’를 실험해왔다. 이 책은 그가 5년여 동안 ‘현대인을 위한 교양 강좌’를 표방하는 「새로운 질서」에서 축적한 텍스트와 강의, 실천의 또 다른 총체이자 ‘도둑질을 위한 실용 이론서’로서의 새로운 제안이기도 하다.


차례

  • 도둑질은 나쁘다
  • 도둑질의 역사
  • 도둑질을 둘러싼 열세 가지 오해
  • 도둑질을 위한 열세 가지 정신
  • 도둑질을 위한 열세 가지 기술
  • 도둑질을 위한 즐겨찾기
  • 도둑질 워크숍
  • 도둑질을 위한 열세 가지 말
  • 도둑질은 나쁘다?

“창작의 숭고한 베일 뒤에 숨겨진 교묘한 절도와 뻔뻔한 자기 합리화를 최초로 발견한 듯 폭로하며 이 책은 야심 차게 문을 열지만, 제 아둔한 경험에 비추어 그 내용은 예술계에서 ‘오마주’니 ‘차용’이니 하는 현학적 용어로 이미 익숙하게 포장된 해묵은 관행들을 새삼스레 재탕하는 수준을 넘어서지 못합니다. 지은이 민구홍 씨가 콜럼버스라도 된 양 열정적으로 설파하는 도둑질의 유구한 역사와 비급 같은 기술 또한 웬만한 창작 입문서에 지은이 특유의 냉소와 나르시시즘을 버무려 각주를 단 정도에 불과할 따름이지요. 과연 이 장황하고도 집요한 도둑질의 미학이 순수한 지적 탐구의 산물인지, 아니면 독창성이라는 무거운 멍에에 신음하는 현대인의 불안감을 교묘히 파고드는 세련된 상술인지는, 이 위험한 지혜의 책을 집어든 독자의 날카로운 안목으로 직접 판단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물론, 그 판단마저 이 책이 교묘히 설계한 또 다른 지적 유희의 일부일지도 모르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