ミン・グホン・マニュファクチャリング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글쓰기 지침: 배우미들에게

2015

배우미 여러분, 여러분의 글쓰기 능력 함양을 돕고자 이렇게 몇 가지 지침을 전달합니다. 이는 ‘좋은’ 글쓰기를 위한 매뉴얼에 가깝지만, 디자인에서도 매뉴얼만으로는 ‘좋은’ 디자이너가 될 수 없듯, 이 지침 또한 여러분의 깊은 사유와 노력, 즉 시간 없이는 제대로 작동할 수 없음을 부디 기억합시다.

간결함과 정확성

뜻이 같다면 표현은 간결할수록 좋습니다. 군더더기는 과감히 덜어내세요. 하지만 간결함보다 중요한 것은 정확성입니다. 아무리 표현이 간결해도 틀린 정보가 있다면 글은 좋음에서 멀어집니다. 표현에 집착하다 오히려 뜻이 모호해지지 않도록 주의합시다.

글과 마음가짐

내면이 좋지 않다면 표현만으로는 이를 가릴 수 없습니다. 올바른 마음가짐을 갖는 것, 즉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설령 그렇지 못할지라도 글에 좋지 않음이 드러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글이 곧 사람’이라는 격언은 완벽히 옳지 않지만, 독자는 대개 글로써 글쓴이를 판단하고, 이때 표현보다는 결국 글에 담긴 생각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생각이 표현과 괴리될 때 독자는 혐오감을 느끼기 쉽습니다.

한국어와 용법

고유어를 비롯해 외래어와 외국어 모두 한국어의 일부입니다. 강박적으로 특정 어휘만 고집해 표현을 제한할 필요는 없습니다. ‘한국어 사랑’을 앞세워 고유어인 체하는 얄궂은 말을 굳이 만드는 것은 사랑이 아닌 스토킹일지 모릅니다. 오늘날 한국어의 문체는 일본어와 서양어의 영향을 크게 받았습니다. 따라서 고유어, 외래어, 외국어를 구분하려는 생각 자체는 다소 환상에 가깝습니다. 즉, 지금 우리를 둘러싼 모든 말이 한국어입니다.

  • 소설 같은 문학 작품이 아니라면 인칭대명사 ‘그’, ‘그녀’는 지나치게 사용하지 않습니다.
  • 관형사 ‘그’(the 같은 유럽어 정관사에서 유래), 격조사 ‘을’, ‘를’이 없어도 의미를 전달하는 데 무리가 없다면 생략하는 것이 간결합니다.
    • 나는 개인적으로 그 사람이 스승이 되기를 바란다. → 나는 개인적으로 그 사람이 내 스승기 되기 바란다.
  • 주격조사 ‘이’, ‘가’와 보조사 ‘은’, ‘는’ 등은 문장의 뉘앙스를 섬세하게 만들지만, 불필요할 때는 군더더기가 됩니다.
    • 둘째는 → 둘째
    • 결단을 내리기가 더 어렵다. → 결단을 내리기 더 어렵다.
    • 주눅이 들었다. → 주눅 들었다.
  • 아무리 생생하더라도 과격한, 나아가 천박한 비유는 피해야 합니다. 독자에게 혐오감을 주고, 무엇보다 글의 우아함을 떨어뜨립니다.
    • 그의 작품을 보니 기분이 더러워졌다. → 그의 작품을 보니 마음이 불편해졌다.
  • 수동태 표현인 ‘~되어지다’, ‘~해지다’ 등은 되도록 사용하지 않습니다.
  • 객관적인 글에서 자신의 처지에 따라 호칭을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 안상수 선생님 → 안상수 선생 → 안상수
    • 우리나라 → 한국
  • 한국어에는 대과거 개념이 없습니다. 즉, ‘~했었다’는 ‘~했다’로 다듬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 몇 년 전 그의 스튜디오에서 인턴으로 일했었다. → 몇 년 전 그의 스튜디오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 ‘동안’은 생략할 수 있다면 생략합니다.
    • 나는 이 작업을 두 달 동안 했다. → 나는 이 작업을 두 달 했다.
  • 세상을 떠난 사람에게는 호칭 ‘씨’를 붙이지 않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운동선수, 연예인, 외국인, 비평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 조사 ‘의’는 완전히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사용하지 않도록 유의하되, 수식 관계가 모호해지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 자신의 역량 → 자기 역량
    • 인류의 역사 → 인류 역사
  • ‘아마도’, ‘역시나’, ‘특히나’는 ‘아마’, ‘역시’, ‘특히’로 다듬습니다.
  • ‘~에 의해’는 되도록 사용하지 않습니다.
    • 철학에 의해 이끌리는 조국 → 철학에 이끌리는 조국
  • ‘하여’, ‘하였’ 투는 되도록 ‘해’, ‘했’ 투로 다듬습니다. 글이 뻣뻣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되어’, ‘되었’ 투 또한 입말을 살릴 경우 ‘돼’, ‘됐’ 투로 다듬기도 합니다.
  • 동사를 되도록 나누지 않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어눌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 디자인을 했다. → 디자인했다.
  • 접속사는 생략할 수 있다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문장과 문장 사이에 긴장감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독자는 맥락으로 문장을 연결합니다.
  • 추상적 개념 뒤에는 ‘들’을 붙이지 않습니다.
    • 문학적 발언들이 아니라 디자인적 발언들이었다. → 문학적 발언이 아니라 디자인적 발언이었다.
  • 주어 뒤에 쉼표(,)를 찍는 것은 어색하지만, 주어부가 지나치게 길어질 경우에는 찍는 것이 좋습니다. 주어는 문장 중간에 배치할 수도 있습니다.
  • 낱말을 나열한 뒤 마지막에 ‘그리고’를 넣는 것은 유럽어에서 온 표현입니다. 그저 알아두면 좋습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에서 ‘불구하고’는 군더더기입니다. ‘그럼에도’나 ‘그런데도’로 다듬습니다.
  • 수식어와 피수식어 사이는 짧을수록 좋습니다.
  • 과거형은 되도록 현재형으로 표현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맥락만으로 충분히 시간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 내가 처음 가본 유럽 도시는 바젤(Basel)이었다. → 내가 처음 가본 외국 도시는 바젤(Basel)이다.
  • 한 문장에서 ‘것’이 둘 이상 나오면 하나는 ‘점’ 등으로 바꿉니다.
    • 바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그곳이 조금도 인상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 바젤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그곳이 조금도 인상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 지나친 과장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제가 흠모하는 에세이스트 고종석 선생의 조언처럼 꼭 과장을 하고 싶다면 일생에 서너 번만 사용하세요.
  • ‘~에 대한(대해)’과 ‘~에 관한(관해)’을 구분해 사용합니다. 제 경험상 ‘~에 대한’은 ‘against’의 의미를, ‘~에 관한’은 ‘on’, ‘about’의 의미를 지닙니다.
    • 국기에 대한 경례
    • 타이포그래피에 관한 논문
  • ‘~서’는 지나치게 사용하지 않습니다.
    • 붙여서 쓴다. → 붙여 쓴다.
  • ‘한국어’와 ‘한글’을 구분합시다. 한국어는 언어, 한글은 문자를 가리킵니다.
  • 조사 ‘에’는 무정명사, ‘에게’는 유정명사에 붙입니다.
    • 일본에게 타이포그래피를 묻다 → 일본에 타이포그래피를 묻다
  • 주어가 사람이 아닌 단체인 경우 조사는 ‘에서’를 붙입니다.
    • 이번 대회는 우리 학교가 우승했다. → 이번 대회는 우리 학교에서 우승했다.
    •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는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에서 요리 워크숍을 진행하지 않습니다.

띄어쓰기, 붙여쓰기

띄어쓰기와 붙여쓰기는 사소해 보일 수 있으나 완결된 글에서는 일관된 체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참고로 ‘띄어쓰기’와 ‘붙여쓰기’는 띄어쓰기하지 않고, 붙여쓰기합니다. 즉, 띄어 쓰지 않고, 붙여 씁니다.

  • 단어는 기본적으로 띄어쓰기하고, 복합명사는 붙여쓰기합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실린 복합명사(‘전문^용어’, ‘가상^공간’ 등)는 물론, 사전에 없는 복합명사도 유사한 사례를 따라 붙여쓰기합니다.
  • 보조용언(보조동사, 보조형용사)은 붙여쓰기 합니다. 단, ‘있다, 듯싶다, 듯하다, 만하다, 법하다, 뻔하다, 성싶다, 양하다, 척하다, 체하다’는 앞말과 띄어 씁니다.
    • 책을 다 읽어가다.
    • 살아 있다.
  • 건물명, 기관명, 학교명, 단체명 등은 붙여쓰기하고, 단위별로 띄어쓰기합니다. 원어를 병기할 때는 해당 표기를 따릅니다.
    • 한양대학교 인문대학
    •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Paju Typography Institute, PaTI)

외국어, 외래어, 고유어

외국어, 외래어, 고유어를 명확히 구분합시다. 외국어는 외국에서 쓰는 말, 외래어는 우리말로 굳어진 외국어, 고유어는 예로부터 쓰던 말입니다.

  • 외국어는 ‘되도록’ 고유어로 다듬는 것이 좋습니다.
    • 브로셔 → 안내서
    • 페이지 → 쪽, 지면
  • 다듬을 만한 고유어가 없을 경우, 국립국어원 외래어 표기법에 따라 표기하고 원어를 병기합니다.
  • 외국 사람 이름, 작품 제목, 단체 이름은 처음 등장할 때 ‘되도록’ 원어를 병기하고 이후에는 생략합니다. 이는 독자의 검색 편의를 위한 장치입니다.
    • 장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
    • 『에밀』(Emile ou de l’education)
  • 약어는 다음과 표기합니다.
    • 카네기멜론대학교(Carnegie Mellon University, CMU)
  • 일본어에서 앞 음절에 나오는 된소리는 예사소리로 바꿉니다. 외래어 표기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미 오랫동안 굳어진 말은 아무래도 그를 따르는 편이 좋습니다.
    • 하라 켄야 → 하라 겐야

수, 숫자

수는 사물을 세거나 헤아린 양을 나타내고, 숫자는 수를 나타내는 기호입니다.

  • 한국어로 읽을 수 있는 100까지의 수는 한국어로, 100을 넘으면 숫자로 표기합니다. 단, 비교나 나열을 위해 100 이하의 숫자도 아라비아 숫자로 표기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전체 원고에서 표기 체제를 통일해야 합니다.
    • 병사 한 명 (좋음)
    • 직원 253명 (좋음)
    • 병사 1명 (좋음?)
  • 1,000 이상은 다음과 같이 표기하고, 이때 단위 사이는 띄어쓰기합니다.
    • 43만 2,325명
    • 583억 3,321만 6,003개
  • 연월일, 개월, 주, 시간은 반드시 숫자로 표기합니다. 연도를 제외하고 세 자리마다 쉼표를 찍습니다.
    • 2,000시간
    • 1991년에는
  • 단위는 되도록 한글로 씁니다.
    • 16퍼센트
    • 16밀리미터
  • 날짜에서 ‘연’, ‘월’, ‘일’은 각각 점(.)을 찍어 생략할 수 있지만, 문장 안에서는 아무래도 어색합니다. 이때 점 뒤는 띄어쓰기할 수 있습니다.
    • 2015년 3월 5일 (좋음)
    • 2015.3.5. (좋음)
    • 2015.3.5 (서양식)
    • 내 생일은 1985.3.5.이다. (어색함)

문장부호

문장부호를 올바르게 사용하는 것은 글쓰기 능력의 중요한 지표입니다. 표현의 중심을 잡아주는 기준이 되기도 합니다.

  • 제목을 제외한 모든 문장 끝에는 마침표(.), 물음표(?), 느낌표(!)를 찍습니다. 이는 큰따옴표, 작은따옴표, 괄호로 묶인 문장에도 적용됩니다.
    • 스피노자(Baruch Spinoza)는 “내일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라고 말했다.
  • 아포스트로피(’)는 영어의 소유격, 생략을 나타낼 때 사용합니다.
  • 대화문과 직접 인용문은 큰따옴표(“”)로 묶습니다. 낱말이나 구절 강조, 구분, 간접 인용문은 작은따옴표(‘’)로 묶습니다.
  • 하이픈(-), 엔대시(–), 엠대시(―)를 기능에 따라 정확히 사용합니다. 하지만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면 사용하지 않습니다. 외국 사람 이름이나 성 사이에 붙임표가 있으면 붙여 씁니다.
    • 장-자크 루소 → 장자크 루소
  • 독서의 호흡을 끊어주는 쉼표(,)는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면 되도록 사용하지 않습니다. 접속부사나 일반적으로 많이 쓰는 낱말 뒤, 또는 묶은 낱말을 나열할 때 각 낱말 사이에는 사용하지 않습니다.
  • 본문에서 가운뎃점(·), 쌍점(:), 쌍반점(;), 빗금(/) 등은 ‘되도록’ 사용하지 않습니다.
  • 강조를 위해서는 밑줄이나 볼드체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단, 한글 타이포그래피에는 이탤릭체라는 개념이 없습니다.
  • 줄임표(…)는 괄호 안처럼 점 세 개짜리를 사용하고, 마침표로 갈음합니다.
  • 전집, 단행본, 총서 제목은 겹낫표(『』)로 묶습니다.
  • 개별 작품, 논문, 기사 제목은 낫표(「」)로 묶습니다.
  • 신문, 잡지는 겹꺽쇠표(《》)로 묶습니다.
  • 전시, 강연, 음악회 제목이나 음악, 미술, 영화, 노래 제목은 꺽쇠표(〈〉)로 묶습니다. 꺽쇠표는 부등호 표시(<>)로 쓰지 않습니다.
  • 하지만 부호가 지나치게 많아진다면, 겹꺽쇠표와 홑꺽쇠표 대신 겹낫표와 홑낫표만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상호나 장소를 가리킬 경우, 일반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면 작은따옴표(‘’)로 묶습니다.
  • 물결표(~)는 ‘내지’, 즉 ‘~부터 ~까지’라는 뜻을 지닙니다.

참고 문헌 및 기타

참고 문헌은 다음과 같이 표기합니다.

  • 국내서: 문은배, 『한국의 전통색』, 안그라픽스, 2012, 12~34쪽.
  • 번역서: 레나테 멘치, 『프라이탁: 가방을 넘어서』(FREITAG: Out of the Bag), 이수영 옮김, 안그라픽스, 2013, 12~34쪽.

URL, 즉 웹사이트 주소는 인쇄물에서 너무 길어져 행갈이가 애매할 수 있으니 QR 코드 등으로 대체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이 지침에 제시되지 않은 경우는 국립국어원 한국어 맞춤법을 따릅니다. 모든 지침이 그렇듯 위 지침은 수정될 수 있습니다.

모쪼록 이 지침이 여러분의 글쓰기에 유용한 길잡이가 되기를 바랍니다. 궁금한 점이 있다면 언제든 minguhong@pati.kr 앞으로 알려주세요.

민구홍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