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df는 아름다운 배열이다. asdf 추종자가 모인 asdf.com에서는 asdf를 다음과 같이 소개한다.
asdf는 제목이 없을 때 입력하는 글자 배열입니다.
asdf는 jkl;를 좋아합니다.
asdf는 타자를 연습할 때 가장 먼저 배우는 네 글자입니다.
asdf는 자유롭습니다.
asdf는 유행의 결말입니다.
asdf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asdf는 그냥 존재합니다.
asdf는 초록색일까요?
asdf는 스크래블(Scrabble, 알파벳 철자를 보드 위에 올려 단어를 만들고, 이에 따라 맞는 점수를 얻어 점수를 많이 모으면 승리하는 보드 게임)에서 8점의 가치가 있습니다.
asdf는 아직 출판되지 않은 진(zine)의 제목입니다.
aoeu는 asdf의 사촌입니다.
asdf는 네 글자로 이뤄진 단어입니다.
asdf는 대문자로 표기되어야 하지만 그러지 않습니다.
asdf는 중대한 차이입니다.
asdf는 이런 것일 수도 있고,
asdf는 이렇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asdf에 이런저런 의미를 부여해 자신의 추억 속에 놓으려는 asdf 추종자 가운데 하나인 민구홍 또한 asdf에 부여한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는 특히 웹사이트를 만드는 첫 단계에서 실행된다. 즉, <body>
요소의 직계 자식으로 <div id="asdf"></div>
요소를 만드는 것. 이는 웹 페이지의 중심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하지만 의미심장한 asdf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품는다.
한편, 민구홍은 ‘세 글자 이야기’에서 asdf의 변형인 asd에 관해 이렇게 썼다.
미국 밀워키에서 활동한 신문 편집자 크리스토퍼 래섬 숄스(Christopher Latham Sholes)가 처음 고안한 타자기에서 자판의 배열은 알파벳순이었다. 하지만 친구인 제임스 덴스모어(James Densmore)에게 이 배열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었다. 속기하는 데 불편할뿐더러 무엇보다 가까이 있는 글자를 연이어 타자할 때 타자기의 글쇠가 서로 엉키곤 했던 것. 이를 고려해 자판을 다시 배열할 필요가 있었다.
정설로 여겨져온 쿼티(QWERTY) 배열에 관한 이 이야기는 오늘날 진위를 의심받으며 정설에서 소문으로 바뀌었다. 크리스토퍼가 자판을 어떻게 다시 배열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지만, 어쨌든 쿼티 배열은 표준으로 인정받았고, 첫 개인용 컴퓨터 키보드의 자판을 거치며 오늘날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배열로 자리 잡았다.
자, 당신이 지금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면 의자 등받이에 등을 붙이고, 키보드 자판에서 F와 J에 솓은 돌기에 두 손 검지를 올려놓자. 이로써 현대인 대부분이 컴퓨터를 대하는 기본 자세가 완성됐다. ‘독수리 타법’으로 타자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돌기 두 개를 일종의 점자 삼아 자판을 보지 않고 다른 글자가 어디에 있는지 어렵지 않게 가늠할 수 있다. 눈은 화면을 향하고, 손은 키보드를 떠나지 않는다.
이때 왼손 소지에서 약지를 거쳐 중지까지 그 아래에 있는 ASD는 가장 타자하기 쉬운 까닭에 오늘날 컴퓨터 환경에서 갖가지 용도로 사용된다. 예컨대 사용자명에서는 사용자명 따위는 아무래도 좋다는 냉소적 태도를 드러내고, 채팅에서는 상대방에게 할 말이 없거나 아무 생각이 없음을 ‘보여준다.’ (물론 채팅을 해본 사람라면 누구나 알 수 있듯 이를 위해 ASD만 타자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이따금 ASD에 관해 누군가 쓴 글의 제목이 되기도 할 테다. 그런데 그 글로 구구절절 이야기할 만한 게 있을지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