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코카-콜라를 향한 존경과 사랑을 담은 연애편지.
『한국 코카-콜라 귀중』은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 제작된 텍스트 기반 웹 연애편지다. 시작은 정중했다. “한국 코카-콜라 귀중.” 하지만 끝은 전송되지 않은 고백이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한 번은 전송되었고, 실제로 한국 코카-콜라에서 답장을 받았다. 정확히는 굿즈였다. 로고가 인쇄된 노트, 스티커, 키링, 틴케이스. 감정의 반응이 실물의 형태로 도착했을 때, 그는 이 편지가 제품이자 작품이었음을 확신했다.
편지는 코카-콜라의 상징색을 따라 배경색과 글자색이 오가고, 글자가 드러나고 사라지는 속도는 문장의 길이에 따라 달라졌다. 부연 설명은 전체 화면의 4분의 1 크기로 떠올랐다. 민구홍은 대한민국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회사의 운영자이자 웹사이트 디렉터, 디자이너, 기획자로 자신을 소개했고, 동시에 자신이 지금 쓰고 있는 이 편지를 “코카-콜라만큼 짜릿한 편지”라고 말하며, 이것이 단순한 팬레터나 제안서가 아니라는 점을 미리 밝혔다.
편지는 점점 고백에 가까워졌다. 그가 처음 코카-콜라를 마신 순간은 삼풍백화점 웬디스에서 고모가 사준 햄버거와 함께였고, 그때의 탄산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고 했다. 그 뒤로 코카-콜라는 그의 인생을 아름다운 검은 빛으로 물들였으며, 때로는 대마초보다 짜릿했고, 어떤 날은 생일조차 바꾸고 싶을 만큼 중요했다. 그는 말했다. “첫경험 뒤 마신 음료 또한 다름 아닌 코카-콜라였죠.”
이 고백은 단지 기억의 수집이 아니었다. 그는 편지를 통해 실제 제안을 했다. “이 텍스트 기반 웹 아트 작품을 한국 코카-콜라 로비에서 상영해주시겠습니까?” 제안은 실질적이면서도 감정적이었다. 회사의 명성에 기대려는 욕망 이전에, 임직원이 출입할 때마다 자긍심을 북돋고 업무에 활력을 줄 수 있는 건강한 사건이 되리라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는 심지어 자신을 코카-콜라의 비상임 사외 마케터로 자임하며, 첫 업무로 ‘펩시 귀중’을 보내겠다고도 했다.
편지의 끝은 추신으로 이어진다. 이 편지는 웹 브라우저를 종료하거나, 운영자가 당뇨병으로 관속에 들어가 서버비를 낼 사람이 사라지기 전까지는 반복된다고. 이 고백은 언제나 현재형이며, 언제든 다시 열람될 수 있다. 그는 말했다. “연애편지를 완성시키는 덕목은 기다림이니까요. 진정한 연애가 결국 짝사랑이듯이요.”
그의 고백은 오독된 정중함으로 시작해 오히려 가장 정확한 감정으로 끝난다. 회사명을 부르며 연애가 시작되고, 그 호칭 뒤에 감정이 붙는다.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이 편지를 통해 회사에게 사랑을 고백한 최초의 회사가 되었고, 그 사랑은 발송되었으며, 받아들여졌고, 굿즈의 형태로 회신받았다. 이 편지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게시되었고, 열람되었고, 기록되었다. 그리고 아직도, 반복되고 있다.
어쩌면 연애란 그런 것인지 모른다. 형식상 제안서를 닮았고, 타이포그래피를 문제 삼기도 하며, 성실하게 자기소개를 반복하면서도 끝내는 기다림이라는 태도로 회귀한다. 그는 코카-콜라에게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적었다. “당신이 있는 줄만 알아도 일할 수 있었습니다.” 연애편지를 완성하는 건 결국 그런 문장이다. 말하지 않지만 말해버리는 문장. 제품처럼 정확하고, 작품처럼 모호한 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