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소설가 조세희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쓴 까닭을 이렇게 밝혔다. 1970년대 급속한 산업화 속에서 그는 소설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그에 따른 빈부 격차, 그리고 소외 계층이 겪는 고통을 아프게 고발했다. 철거민의 삶을 다룬 소설 속 이야기는 현실을 정확히 담아내는 동시에 시적인 언어로 우리를 위로하고, 그들에게 날카로운 경고를 던졌다.
그리고 오늘, 또 다른 우리와 그들이 있다. 2024년 12월 3일 밤 10시 23분, 느닷없이 선포된 계엄령 이후 지금까지 그들을 향한 우리의 말과 글이 곳곳에서 쏟아진다. 하지만 무시와 외면으로 일관하는 그들은 그 말과 글의 의미를 별로 (또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어쩌면 그들에게는 웅장한 구호나 복잡한 논리가 아닌, 그저 한마디, 한 글자면 족할지 모른다. 우리가 처음 익힌 말과 글자로, 이쯤이면 충분히 이해하리라는 최소한의 믿음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