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구홍 매뉴팩처링

구조 사전: 예순네 가지 구조의 구조

2025

세상의 모든 것은 구조다

앞표지부터 뒤표지까지, 글자와 웹, 고양이와 체리, 너와 나를 관통하는 예순네 가지 구조에 대한 탐구

출판사 미디어버스가 민구홍의 신간 『구조 사전: 예순네 가지 구조의 구조』를 출간했다. 이 책은 “모든 것에는 구조가 있다는, 어쩌면 당연한 동시에 철저하게 구조적인 믿음에서 출발”하며,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사물과 개념, 감정과 관계를 ‘구조’라는 날카로운 렌즈로 해부한다. 지은이는 구조를 “사물과 개념, 감정과 사건, 관계와 문장의 배후에서 그것들을 조직하고 제한하며 이끌고 지탱하는 틀”이라고 정의하며, 보이지 않지만 모든 형태를 가능하게 만드는 힘을 탐색한다.

『구조 사전: 예순네 가지 구조의 구조』는 책의 가장 바깥인 ‘앞표지’에서 시작해 가장 안쪽인 ‘나’를 거쳐 ‘뒤표지’에 이르는 여정을 그린다. 그 안에는 키보드 자판 위의 ‘asdf’, 문장의 호흡을 조절하는 ‘쉼표’, 생각을 담는 그릇인 ‘문단’ 같은 글의 요소부터, 웹의 뼈대인 ‘HTML’과 ‘웹사이트’, 사용자의 몸을 위한 구조인 ‘의자’, 심지어 “구조에 저항하는 구조”인 ‘고양이’와 한 입에 삼킬 수 없는 ‘체리’에 이르기까지 총 예순네 가지 항목이 담겨 있다. 지은이는 각 항목의 겉으로 드러난 형태 너머에 숨겨진 질서, 반복, 연결, 그리고 틈을 섬세하게 읽어내며 익숙함 사이에 자리한 낯섦을 선사한다.

이 책은 제목처럼 ‘사전’을 표방하지만, 가나다순이나 주제순 같은 일반적인 정렬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책의 ‘일러두기’에서 밝히듯, 독자는 “앞에서부터 읽어도, 마음에 드는 페이지부터 펼쳐도, 무작위로 고른 항목 하나만 읽어도 된다”. 지은이는 “구조는 반드시 설명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체험되는 것”이라며, 이 책이 구조에 관한 안내서라기보다 ‘구조로 이뤄진 독서의 표면’임을 강조한다. 각 페이지는 가로선으로 나뉘어 위에는 항목에 대한 설명이, 아래에는 여백이나 또 다른 구조를 암시하는 장치가 놓이는 등 책의 물성 자체가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구조’의 또 다른 예시가 된다.

지은이 민구홍은 문학과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 지난 13여 년간 편집자, 디자이너, 프로그래머로 일해온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자신의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글, 디자인, 코딩, 사물, 관계 등 분야를 넘나들며 각 대상의 배후를 조직하고 지탱하는 틀을 탐색한다. 이 책에서 지은이는 “구조는 해답이라기보다 조건, 결과라기보다 형식”이라 정의한다. 책의 펴고 언젠가 덮을 때, “독자는 더 이상 구조 또는 ‘구조’를 이전처럼 마주할 수 없다”는 지은이의 선언처럼, 이 책은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는 지적이고 감각적인 경험을 약속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