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파랑을 좋아한다. 우리를 나아지게 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잡아 끌기 때문이다.
파랑을 유달리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웹사이트 어딘가에서 가로세로 1픽셀짜리 파란 점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파랑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파랑을 발견하는 일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도 쉬운 일이다. 마치 예정된 수순처럼 그 점을 클릭하면, 이런 메시지가 나타난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이제 올빼미 연맹의 회원입니다.” 일종의 자격 시험을 통과한 셈이다.
이 웹사이트의 주소는 알려져 있지 않다. 검색 엔진으로는 찾을 수 없으며, 오직 그 하이퍼링크를 통해서만 접속할 수 있다. 누군가 접속할 때마다 링크는 바뀐다. 게다가 파란 점은 이미 사라졌을지도 모른다.
연맹을 결성한 것은 세 사람이었다. 이들은 1990년대 초 유즈넷(Usenet)의 한 뉴스 그룹에서 처음 만났다. 계기는 ‘왜 스키틀스에는 파란색이 없을까?’라는 소소하지만 이상하게도 집요한 논쟁이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그럴듯한 이론을 들이밀었고, 논쟁은 점점 엉뚱한 방향으로 흘렀다. 정작 이 논쟁을 시작한 사람은 중간에 자취를 감췄고, 결정적인 사건이 터지며 이 게시물은 곧 묻혔다. 끝내 세 사람만 남았다. 이들은 자신들이 공통적으로 파랑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연맹을 만들기로 뜻을 모았다.
그들은 즉시 웹사이트를 만들고, 인터넷 이곳저곳에 연맹으로 향하는 하이퍼링크를 몰래 심었다. 회원은 하이퍼링크를 통해만 모집되었고, 이미 접속한 링크는 HTTP 리퍼러를 추적해 삭제되었다.
연맹을 만든 이들 중 올빼미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올빼미를 실제로 본 적도 없었다. 그들에게 올빼미는 『데어데블(Daredevil)』에 등장하는 악당 중 하나일 뿐이었다. ‘올빼미 연맹’이라는 이름은 올빼미가 파랑을 식별할 수 있는 유일한 새라는 속설에서 비롯되었다. 나중에 이 속설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지만, 이들은 이름을 굳이 바꾸지 않았다. 그런 느슨함이 오히려 연맹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시점에는 이미 서른일곱 번째 회원이 가입한 뒤였다.
단 한 가지 원칙은 있었다. 연맹 웹사이트의 서버는 반드시 이집트에 두는 것. 기원전 2,200년경, 인류 최초의 인공 안료인 ‘이집션 블루(Egyptian Blue)’를 만든 고대 이집트인들을 기리기 위함이었다.
이처럼 독특한 회원 모집 방식 때문에 연맹이 체제 전복을 꾀한다거나 악마를 숭배한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연맹은 그저 파랑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일 뿐이었다. 회비도, 정기 모임도 없었다. 회원들은 그저 각자의 방식으로 파랑을 좋아하면 그만이었다. 바뀌는 건 오직, 소속감뿐이었다. 공연한 일이었다.
1810년, 괴테는 『색채론(Zur Farbenlehre)』에서 사람들이 파랑을 좋아하는 까닭을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를 나아지게 해서가 아니라 우리를 잡아 끌기 때문이다.”
연맹의 회원들은 파란색으로 칠해진 방에서 파랑에 대해 이야기하고, 블루 맨 그룹(Blue Man Group)의 공연을 관람한다. 조니 워커 블루 라벨(Johnnie Walker Blue Label)을 마시며, 앤디 워홀(Andy Warhol)의 영화 『블루』(Blue)를 본다. 자정이 지나면 내일 입을 파란 옷을 준비한 뒤 잠자리에 든다. 비틀스(Beatles)의 컴필레이션 앨범 『1967–1970』에 ‘블루 앨범’(The Blue Album)이라는 별명을 붙인 것도 이들이었다. ‘인터내셔널 클라인 블루’(International Klein Blue, IKB)로 유명한 이브 클라인(Yves Klein)의 작품을 사들이기도 했다. 그들의 관심은 단순한 감상에서 역사와 화학으로 번져갔다. 2009년, 미국의 화학자 마스 수브라마니아(Mas Subramania) 연구팀은 새로운 파란 안료인 인망 블루(YInMn Blue)를 발명했다. 이는 1775년 프랑스의 루이 자크 테나르(Louis Jacques Thenard)가 코발트 블루(Cobalt Blue)를 발명한 지 약 200년 만의 일이었다. 이후 크레욜라(Crayola)는 인망 블루를 ‘블루티풀(Bluetiful)’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했다.
팀 버너스리(Tim Berners-Lee)나 빌 게이츠(Bill Gates)가 연맹의 회원이라는 이야기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나스닥(NASDAQ)의 로고가 파란색인 것도 우연이 아닐지 모른다. 2001년, 프랑스의 역사학자 미셸 파스투로(Michel Pastoureau)는 『파랑의 역사』(Blue: The History of a Color)를 출간했다. 초고에는 연맹에 관한 부분이 있었지만, 스탠퍼드 대학교 출판사 편집자의 제안으로 해당 부분은 삭제되었다.
이 연맹의 존재가 세상에 처음 알려진 것은, 한 회원의 고백 때문이었다. 이제는 더 이상 파랑을 좋아할 수 없다는, 그 단순한 이유 때문이었다. 2019년 현재, 연맹은 여전히 회원을 모집 중이다. 누구든 회원이 될 수 있다. 파랑을 좋아하는 사람에게 파랑을 찾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것이 비록, 가로세로 1픽셀짜리 점일지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