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구홍 매뉴팩처링

동신사

2015

민구홍은 김동신의 질문에 “누나, 그냥 ‘동신사’ 어때요?” 하고 답했을 뿐이다. ‘김동신’이라는 이름에서 ‘동신’ 두 글자를 떼어내고, 오래된 인쇄소나 제분소 이름 같기도 한 ‘사’(社)를 붙였을 뿐인데, 둘 사이의 간격이 갑자기 조리 있게 정돈됐다. 민구홍이 자신의 이름 뒤에 ‘매뉴팩처링’을 붙인 것처럼.

‘동신사’에는 몇 겹의 의미가 겹친다. 무엇보다 김동신이라는 이름에 기초한 만큼 자의적이되 친밀하며, ‘사’라는 접미는 인쇄, 제책, 제본, 책방, 사보, 기사, 회사 등 책을 둘러싼 거의 모든 ‘기관’을 암시한다. 그러면서도 ‘동신’이라는 단어 자체는 자못 초월적이다. 그의 이름을 아직 모르는 누군가는 ‘동방의 신’을 떠올릴 수도 있고, 우연히 (하지만 김동신을 떠올리면 적절하게) ‘신동’이라는 어휘의 어순을 바꾼 말처럼 들리기도 한다.

또한 그 자체로 김동신의 작업 성향과도 어딘가 닮았다. 그는 무언가를 정리하고 조율하는 사람인 동시에 책이라는 매체를 안팎에서 오랫동안 다루고 지켜본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동신사’는 회사명을 넘어 책을 사랑하고 아끼고, 다시 다루고 지켜보려는 태도 자체를 표기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