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놓인 두 시계 모두 CSS(Cascading Style Sheets)와 자바스크립트(JavaScript) 코드 몇 줄 덕에 용케도 낮과 밤을 감지해 배경색과 글자색을 바꾼다. 오전 여섯 시부터 오후 여섯 시 전에는 하양 배경에 검정 글자로, 그 외의 시간에는 그 반대로. 이는 민구홍 매뉴팩처링에 시계에서 가늠해야 할 것이 정확한 시각이나 시간이 아닌 지금이 낮인지 밤인지, 즉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야 하는지, 마스크를 착용한 채일지라도 벚꽃이 흐드러진 연남동 경의선숲길을 걸을 수 있는지 정도면 충분한 까닭이다.
한 가지 더, 특정일을 위한 시계가 있다. “오늘이 성탄절인가요?” 이 시계는 문득 궁금증을 품은 이에게 속 시원한 답을 내려주지만, 정작 성탄절 당일에는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성탄절에도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는 고객을 제외하고. “웹사이트의 형식을 띠는 제품은 오늘이 성탄절인지 파악해 고객에게 알려준다. 결과적으로 고객이 마주하는 문구는 대개 ‘아니오!(No!)’다. 그뿐이다. 이것 아니면 저것이지 이것인 동시에 저것인 경우는 없다. 오늘이 성탄절인가, 아닌가. 원고는 완성되는가, 아닌가. 제품은 중국과 베트남에 자리한 공장에서 대량생산되는가, 아닌가.”(정지돈, 『thisisneverthisisneverthat』, 워크룸 프레스,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