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10월 25일 세상을 떠난 프랑스의 소설가 레몽 크노(Raymond Queneau)는 마흔넷이 되던 해인 1947년, 한 젊은이를 우연히 버스와 광장에서 두 번 마주친다는 하나의 이야기에 아흔아홉 가지 문체를 실험한 전설적인 작품 『문체 연습』(Exercices de style)을 발표했다. 『문체 연습』은 그가 한 연주회에서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푸가 기법’을 듣고 영감을 받아, 이를 문학에 적용한 결과물이다. 바흐를 본받은 그를 둔하게 본받아 (또는 민구홍이 사랑하는 친구인 김동신의 ‘조형 연습’처럼) 민구홍 매뉴팩처링에서도 민구홍과 함께 문체를 연습해볼까 한다. 단, 문체는 코드상에서, 내용은 ‘민구홍 매뉴팩처링’만으로.
첫 번째는 정 가운데로. ‘민구홍 매뉴팩처링’은 그렇게 무엇도 범접하기 어려운 권위를 지니는 동시에 사방에 자리한 공간에 짓눌린다. 정 가운데(dead center)의 역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