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와라(On Kawara, 河原温)는 미국에서 주로 활동한 일본의 개념 미술가다. 1932년 12월 24일, 즉 크리스마스 이브에 일본 아이치현 가리야시에서 태어나 2014년 7월 10일, 미국 뉴욕에서 세상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사생활을 드러내는 일을 극도로 꺼려 일반에 알려진 그의 사진은 단 두 장뿐이다.
그의 대표작 ‘오늘’(Today) 연작은 1966년 1월 4일 뉴욕에서 시작했다. 작업을 위한 창의려을 발휘한 제약은 다음과 같다. 오늘 날짜를 양력으로 캔버스에 그려 넣는다. 캔버스의 크기는 약 가로세로 20, 25센티미터에서 약 155, 226센티미터까지(가로세로 비율로는 약 1.25에서 1.65까지), 높이는 약 4센티미터를 유지한다. 리퀴텍스(Liquitex) 물감으로 ‘오늘의 색상’을 혼합한 뒤 미리 준비해놓은 캔버스를 골라 앞면과 옆면에 많게는 다섯 번에 걸쳐 고루 입힌다. ‘오늘의 색상’은 검정이나 검정에 가까운 암회색이 주종을 이루지만, 셀룰리언, 암록색, 오렌지, 적색 등도 사용했다. 배경색이 마르면 흰색 물감으로 해당 날짜를 일곱 번까지 칠한다. 글자체는 푸투라, 길 산스.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제작된 작품은 하루에 단 세 점까지 그릴 수 있고, 해당 날짜의 자정까지 완성하지 못하면 파기했다. 대부분 여행 중에 제작됐고, 각 작품을 보관하기 위해 신문지로 안을 덧댄 마분지 상자를 만들었다. 작업 초기에는 그림의 뒷면에 당일 신문을 붙이기도 했다.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작업은 캔버스에 시간을 붙잡아 순간을 담아내기 위함이었다.
가와라 선생이 여전히 살아 있는 평행 우주에서 당신은 선생의 조수로 임명됐다. 노쇠한 선생는 캔버스를 제작하거나 물감을 섞거나 붓을 들 힘이 더는 없다. 이따금 고개를 떨군 채 서툰 한국어로 “민구홍 매뉴팩처링…” 같은 뜻 모를 말을 중얼거리기까지 한다. 당신은 선생의 조수로서 ‘오늘’ 연작을 지속해야 한다. 적어도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는. 하지만 당신은 선생이나 그의 삶, ‘오늘’ 연작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다. 남의 생활에 귀속되는 것도 즐거운 일일 수 있지만, 당신은 그저 민구홍 매뉴팩처링에 관해 알아보거나 유기농 체리 파이에 커피 한 잔을 곁들이고 싶을 뿐이다.
그럼에도 조수로 임명된 이상 소기의 목적은 달성해야 한다. 임무(해야 할 일)와 욕망(하고픈 일) 사이에서 당신은 급기야 이런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매일 자동으로 ‘오늘’ 연작을 생성하는 한 페이지 웹사이트를 구축할 수는 없을까? 얼마 전부터 웹을 이루는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컴퓨터 언어, 즉 HTML, CSS, 자바스크립트를 도구 삼아 어떤 대상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는 데 흥미를 느껴온 까닭이다.
새로운 질서의 정신에 따라 당신은 ‘오늘’ 연작을 이루는 요소를 파악해 단순한 목록을 작성했다. 그 결과 크게 두 가지 항목으로 이뤄진 목록 하나가 완성됐다.
- ‘오늘’ 연작
- 오늘의 날짜
- 배경색은 검은색, 회색, 빨간색, 오렌지색, 파란색 가운데 하나
- 글자체는 푸투라
- 오늘의 소식
- 오늘의 날짜
이제 남은 것은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는 일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