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구홍 매뉴팩처링

‘좋아요’가 좋아요

2024

검은 화면 위에 덩그러니 자리한 하트 아이콘 하나. 오늘날 우리는 이 깜찍한 아이콘 앞에서 무력해지곤 한다. 소셜 미디어 시대를 관통하는 ‘좋아요’의 강박을 드러내는 이 작품에서 방문자에게 허락된 것은 오직 하트 아이콘을 탭하거나 클릭하는 일뿐이다. 다른 기능은 불필요하다. 아니, 불가능하다. 우리는 이미 ‘좋아요’의 영원한 팬인 까닭이다. 오직 ‘좋아요’에 집중하는 작품의 극단적 단순함은 우리의 시선을 행위 자체로 집중시킨다. 그리고 이 단순한 행위는 우리의 일상을 둘러싼다. 무한히 증가하는 숫자 앞에서 끝없이 반복되는 행위는 거울처럼 우리의 강박을 비춘다. 의식처럼 반복되는 행위 속에서 이따금 질문이 피어오른다. 우리가 좋아하는 것은 결국 ‘좋아요’ 그 자체 아닐까? 그렇게 작품은 ‘좋아요’에 반응하며 타인의 관심을 갈구하는 동시에 ‘좋아요’를 외면하며 무관심을 드러내는 우리의 모순적 욕망을 포착한다. 그 욕망에 움직이고, 나아가 그 욕망을 움직이는 디자인 하우스 사옥 로비에 영원히 전시될 자격이 있다. 작품은 2024년 6월 갤러리 지우헌에서 열린 전시 『구홍과 윤기』에서 처음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