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대상을 좋아하고, 급기야 사랑하게 되면 그 아름다운 마음을 주위와 나누고 싶게 마련이다.” 민구홍이 미국에서 돌아온 2016년 크리스마스 이튿날,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겸 출판사 워크룸에서 열린 비공식 워크숍에서 움튼 ‘새로운 질서’는 2019년부터 젊은 미술가들이 운영하는 PIE의 아낌 없는 지원 덕에 자라났습니다. 이따금 서울대학교,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 한국예술종합학교, 홍익대학교, 미국의 프루트풀 스쿨(Fruitful School), 프린스턴 대학교(Princeton University) 등의 교육 기관뿐 아니라 국립현대미술관, 일민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등의 미술 기관과 어깨동무하며 지금까지 500여 명에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했습니다. 이 가운데 새로운 질서의 새로운 질서로서 ‘새로운 질서 그 후’, ‘어떤 질서’ 등의 웹 기반 컬렉티브가 탄생했고, 자신도 미처 알지 못했던 솜씨를 발견해 문학, 미술, 디자인, 사진, 요리 등으로 진로를 바꾼 친구도 있죠.
현대인을 위한 교양 강좌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웹사이트와 마주합니다. 웹이 갈수록 일상과 가까워지는 동시에 어떤 차원에서는 이미 일상을 대체한 만큼 웹을 이해하고 웹에 관해 곰곰이 생각해보는 한편, 자신만의 웹사이트를 만들어보는 것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해볼 만한 일입니다. 웹은 개발자, UX 및 UI 디자이너, 넷 아티스트 같은 특정 직군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당연히 그래서도 안 됩니다. ‘새로운 질서’가 무엇보다 ‘현대인을 위한 교양 강좌’를 표방하는 까닭입니다.
핸드메이드 웹
1991년 일반에 웹이 공개된 이래 웹사이트를 만드는 일은 갈수록 복잡해지며 우리와 멀어집니다. ‘새로운 질서’에서는 1세대 넷 아티스트 J. R. 카펜터(J. R. Carpenter)가 강조한 ‘핸드메이드 웹’(Handmade Web)의 정신을 바탕으로 단순하고, 가볍고, 기능적으로 아름다운 웹사이트를 모색합니다. 크게 공유(강의, 대화, 비평), 실천(글쓰기, 퇴고)로 이뤄진 강좌는 웹을 이루는 기본적인 컴퓨터 언어인 HTML(HyperText Markup Language), CSS(Cascading Style Sheets), 그리고 약간의 자바스크립트(JavaScript)를 도구 삼아 6주 동안 자신에게 새로운 질서를 부여합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실패를 친구 삼아 단계별로 매체가 변모하는 국면을 주도해보는 방법을 익히는 한편, 다음 질문에 함께 또는 스스로 답해봅니다.
- 컴퓨터 언어를 도구 삼아 다루는 일, 즉 코딩이 또 다른 형식의 글쓰기라면 결과물은 무엇이 될 수 있을까?
- 포털 사이트, 쇼핑몰, 아카이브, 온라인 포스터 및 리플릿 외에 웹사이트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
- 웹의 특성은 무엇이며, 이런 특성을 일상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 왜 웹사이트를 만들어야 할까?
- 인스타그램의 바뀐 정책에 따라 기존 게시물을 다시 3:4 비율로 조정해야 할까? 나아가 인스타그램에서 벗어난 생활이 가능할까?
- 챗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 웹을 더 즐거운 곳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 웹이 나의 행복에, 나아가 우리의 행복에 얼마나 이바지할 수 있을까?
첫 번째 과제
‘새로운 질서의 첫 번째 과제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제 우리 앞에 백지가 놓였다. 이를 그저 채워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순간 백지는 의무가 된다. 하지면 여기서 이미 존재하는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다면, 그 순간 백지는 완성된 작품으로 탈바꿈한다. 백지 앞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것을 가능케 하는 방법을 모색해볼 것. 이 도전에 성공한다면 당장 「새로운 질서」와 헤어져도 무방하다. 하지만 도전에 실패하거나 백지를 채우려는 욕망을 억누르지 못했다면 주저 없이 다음으로 넘어갈 것.
참고로…
‘새로운 질서’는 영국의 포스트펑크 밴드 ‘조이 디비전’(Joy Divison)의 후신 ‘뉴 오더’(New Order)가 밴드명을 지은 유래와 얼마간 관련이 있고, 세계 정부에 관한 음모론에 등장하는 ‘신세계 질서’와 프로레슬링 팀 ‘뉴 월드 오더’(New World Order, nWo)와는 얼마간 관련이 없습니다.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금요일은 ‘새로운 질서의 날’입니다. 주 차별 개요는 다음과 같습니다. 필요한 것은 개인용 컴퓨터(랩톱 또는 데스크톱), 건강한 손가락, 그리고 열린 마음뿐입니다.
1주 차: 오늘부터 우리는
『새로운 질서』(미디어버스, 2019)를 중심으로 ‘새로운 질서’를 소개하는 한편, ‘소개’가 문제적인 까닭을 소개합니다. 컴퓨터, 인터넷, 웹, 웹사이트뿐 아니라 앞으로 다룰 컴퓨터 언어(HTML, CSS, 자바스크립트)의 역사와 특징을 살펴봅니다. 새로운 질서를 부여하기 전에 필요한 몇 가지 사항과 태도를 살펴보며 웹 브라우저, 텍스트 에디터 등 주요 프로그램의 사용법을 익힙니다. 자신을 둘러싼 말을 모으고, 자신을 필터 삼아 다시 정의해 자신에게 새로운 질서를 부여합니다. “우리에게는 저마다 자신만의 사전이 필요하다.”
2주 차: HTML, 맥락과 구조를 위해
지난 결과물을 함께 살펴보며 1주 차에서 다룬 내용을 되짚습니다. 소셜 미디어에서 벗어나 웹상에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하고, 이를 위해 필요한 올바르고 실용적인 폴더 및 파일 관리법을 익힙니다. 콘텐츠에 맥락과 구조를 부여하는 HTML을 읽고 쓰는 방법을 익혀 지난 결과물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합니다. “진정한 여행의 목적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게 아니라, 새로운 관점을 갖는 것이다.”
3주 차: CSS, 디자인을 위해
지난 결과물을 함께 살펴보며 2주 차에서 다룬 내용을 되짚습니다. 콘텐츠에 마이크로/매크로 타이포그래피, 애니메이션, 인터랙션을 부여하는 CSS를 읽고 쓰는 방법을 익혀 지난 결과물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합니다. “호기심은 끊임없이 문을 두드리는 것이다. 그렇게 이미 그 문이 열려 있음을 발견하는 데 있다.”
4주 차: 자바스크립트, 기능을 위해
지난 결과물을 함께 살펴보며 3주 차에서 다룬 내용을 되짚습니다. 콘텐츠에 기능을 부여하는 자바스크립트를 읽고 쓰는 방법을 익혀 지난 결과물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합니다. “기술이 답입니다. 그런데 질문이 뭐였죠?”
5주 차: 새로운 질서의 새로운 질서
지난 결과물을 함께 살펴보며 4주 차에서 다룬 내용을 되짚습니다. HTML, CSS, 자바스크립트를 읽고 쓰는 또 다른 방법을 익혀 지난 결과물에 새로운 질서를 부여합니다. “질문을 품고 잊지 않으면 언젠가 해답으로 들어가게 된다.”
6주 차: 끝 또는 시작
6주 동안 자신에게 새로운 질서를 부여한 결과물을 나누며 ‘새로운 질서’를 마칩니다. 하지만 ‘새로운 질서’에서 ‘끝’은 ‘시작’의 이음동의어입니다. “훗날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테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 때문에 모든 게 달라졌다고.”
참고 사항
각 수업마다 작지만 중요한 임무를 부여합니다. 상황에 따라 각 수업의 내용과 순서는 일부 변동될 수 있습니다.